![슬롯 머신 일러스트가 신세계건설의 상장폐지를 추진한다.[사진=뉴시스]](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410/43062_34912_1422.jpg)
이마트가 자회사 신세계건설의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10월 29일까지 이마트가 보유한 지분과 자사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식을 모두 사들인다. 목적은 ‘상장폐지’다. 상장기업 최대 주주는 지분 95% 이상을 확보하면 자진해서 상장폐지를 신청할 수 있다.
흥미로운 건 이마트가 밝힌 상폐의 배경이다. 회사는 ‘대주주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소액주주의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기업 주식이 상장폐지되면 그 주식은 ‘휴지조각’이 된다. 그런데 ‘어떻게 주주를 위한 일’로 둔갑하는 걸까. 사연은 이렇다.
과거 신세계건설의 주력 일감은 그룹의 백화점과 이마트, 스타필드를 짓는 거였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턴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그룹 의존도를 낮추고, 미래 매출을 책임질 만한 새 사업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2018년 주거 브랜드 ‘빌리브(VILLIV)’를 론칭하고 주택사업에 나선 건 다각화의 일환이었다. 당시엔 묘수처럼 보였다. 신세계건설은 주택시장 호황을 틈타 좋은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지금의 업황은 그때와는 딴판이다. 경기 침체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방 건설사를 중심으로 폐업이나 부도 같은 뉴스가 심심찮게 들리더니, 최근엔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는 중이다.
고금리 장기화와 공사비 급등,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여러 악재가 겹친 탓이다. 특히 중견 건설사의 위기가 심각했는데, 도급순위 33위 신세계건설도 이 여파를 못 피했다. 2022년 120억 원, 지난해 1878억 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말엔 부채비율이 900%까지 치솟으면서 망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돌았지만, 그룹의 유동성 지원으로 급한 불은 껐다.
그럼에도 여전히 업황은 부진한 상황,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했다. 이마트는 신세계건설의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고 중·장기 사업 전략을 다시 수립할 계획이다. 이마트가 설명한 상폐 목적인 ‘책임 경영 강화’와 ‘소액주주 피해 방지’는 이 대목에서 등장한다. 부실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고, 주주가 손해를 입을 수 있으니 차라리 주식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리겠다는 거다.
주식 투자의 성공 방식을 고려하면, 이 설명은 납득할 수 있다. 주식은 쌀 때 사고 비쌀 때 팔면 된다. 이마트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대로라면 신세계건설 주가가 떨어질 테니, 지금 우리에게 비싸게 팔아라”는 거다. 이마트의 공개매수가는 1주당 1만 8300 원이다. 이사회 의결 전일(9월 26일) 종가(1만 5370 원)와 비교하면 19%가량 높았다.
물론 이마트의 자진 상장폐지 결정을 ‘주주를 위한 최선의 수’라고 보긴 어렵다. 투자자가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다만 미래 이익이 크게 성장할 기업에 투자하는 게 기본 원칙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마트가 신세계건설 주주를 위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회사를 건실하게 성장시켜 주가를 부양하는 거다. 소액주주들은 신세계건설이 그렇게 될거라고 믿고 베팅했다. 그런 투자자가 이 회사엔 1만 2499명(6월 말 기준)이나 있었다.
/ 슬롯 머신 일러스트코리아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