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달성 올림푸스 슬롯사이트 회장 [사진=올림푸스 슬롯사이트]](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409/42243_33642_183.jpg)
"앞으로 키아프는 세계로 뻗어 나갈 거다. K아트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때가 됐다."한국을 대표하는 아트페어로 자리매김한 '키아프 서울', 이 행사를 준비한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은 글로벌 시장을 주목했다. 한국 미술 산업이 세계 곳곳에서 활약할 무대가 필요하단 이유에서였다.
지난 4일, 키아프 서울이 글로벌 아트페어인 '프리즈 서울'과 코엑스에서 나란히 개막했다. 올해 행사엔 국내 갤러리 132곳을 포함해 총 21개국 207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키아프 서울 개막은 올해로 23회째다. 황 대표는 한국 미술 시장의 흥행 가능성을 파악하고 키아프를 출범시킨 핵심 인물이다. 황 대표를 키아프 개막 직전에 만났다. 그가 키아프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Q 올해도 프리즈와 키아프가 함께 열렸다. 공동 개막을 약속한 5년 중 반환점을 도는 시점이다. 지난 2년의 세월을 돌아보면.
프리즈는 워낙 세계에서 유명한 아트페어다. 키아프도 프리즈와 함께 연 덕분에 흥행 요소를 늘릴 수 있었다. 페어 부스 규모가 커졌고 협찬사 후원액도 과거와 견줘 보면 10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두 아트페어가 가는 길은 분명히 다르다. 프리즈는 일반 기업이 주도하며 한국 시장에 입성한 만큼, 철저하게 수익이 목적이다. 반면 키아프는 화랑협회가 주도하고 있다. 수익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 한국 미술계의 체질 개선과 아트 영역에서 국력을 키우는 게 핵심 목표다.
Q 올해 키아프의 목표는.
당연히 판매 흥행이다. 물론 쉽지 않은 목표다. 전세계 경제가 침체 위기에 놓여있는 탓인지 페어에 참여하는 화랑이나 작품 구매를 원하는 고객의 분위기가 다소 침체돼 있다. 올해 행사만 하더라도 이번 페어에 참여하는 전체 화랑 중 아시아계 화랑이 6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미국, 유럽 등 주요 화랑 사정이 좋지 않단 얘기다.
그럼에도 우리는 올해 행사의 키워드를 ‘확장’으로 꼽았다. 그간 프리즈와 2년간 함께하며 개선하려 했던 점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먼저, 물리적인 공간을 기존 코엑스몰에서 홍대 등 외부 공간으로 넓혀 다양하게 구성했다. 우리나라 미술을 논할 때 홍대를 빼놓고 할 순 없지 않은가. 아울러 프로그램 역시 클래식 공연 등을 기획해 다른 분야와의 협업을 꾀했다. 기존엔 ‘미술계만의 축제’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를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Q 키아프의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다는데.
그렇다. 그간 여러 국가로의 진출을 타진했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인도네시아 진출이 유력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약 25%에 이르는 높은 관세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컨벤션 비용도 우리보다 3배 이상 비쌌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오히려 인도가 상당히 괜찮더라. 과거 10년 전만 하더라도 상류층 중심으로 조성된 미술시장이 지금은 대중에 가깝게 확산했다. 압도적인 인구수도 매력적인 요소다.
물론 곧장 인도로 진출하는 건 쉽지 않을 거다. 우리에게 더 친숙한 싱가포르에 먼저 발을 내디딘 후 그 경험치를 바탕으로 인도 시장을 공략하고 싶다.
Q 굳이 키아프의 글로벌 진출을 노리는 이유는 뭔가.
이렇게 좋은 작품이 좁은 내수 시장에서만 소비되는 게 너무 아깝다. 물론 키아프를 통해 세계 각국의 소비자가 우리 작품을 찾기도 하지만, 우리가 직접 해외로 나가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인 방법일 거다.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국내 대표 아트페어 '키아프 서울(Kiaf SEOUL) 2024'가 개막하며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뉴시스]](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409/42243_33643_199.jpg)
Q 세계 무대에서 키아프의 차별화 전략은.
세금이나 인프라에서 우리만큼 좋은 여건을 가진 도시를 찾는 게 정말 어렵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건 국가 차원의 관광 요소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거다. 그러니까 최근에 콘텐츠 산업으로 문화 영역을 선점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고.
미국의 마이애미, 스위스 바젤처럼 국내 주요 도시의 관광 요소를 더욱 개발하면 아트 영역도 덩달아 넓혀갈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미술계의 시선이 선진국 도시 중심의 아트페어에서 아시아 중에서도 한국, 한국 내에서도 서울이나 부산 등으로 이동할 수 있을 거라 본다.
Q 당장 글로벌 도약을 꿈꾸기엔 여러 제약이 있을 거 같은데.
우리 미술계 자체의 한계점보다는 이를 뒷받침해줄 서포터즈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뛰어난 작가들은 이미 충분히 많고 그들이 창작하는 작품의 수준도 결코 해외 작품들과 겨누었을 때 손색없다는 게 업계의 객관적인 평가다. 다만 미술 시장이 아직 제대로 된 산업 체계를 갖추지 못한 영역이다 보니 기업 후원이나 시스템 제도적으로 부족한 게 많다.
E스포츠가 대표적이지 않나.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산업의 지극히 작은 섹터에 불과했던 게임 분야가 대기업이 관심을 갖고 실력 좋은 선수가 많이 배출되면서 명실상부 하나의 산업군으로 자리매김한 것처럼 말이다. 오랫동안 미술계 몸담아온 원로로서 아트 영역도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Q 현재 한국 미술계에서 가장 시급하게 보완돼야 할 선결 과제는 무엇인가.
평단의 힘을 다시 키워야 한다. 작가 발굴, 화랑 운영, 인프라 조성 등 이미 일정 수준 올라와 있는 반면 평론가의 입지는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처우 등 업무 환경도 열악한 상황에서 작품을 평가하는 블로거, 유튜브 등 비전가많아지면서 이들이 설 공간이 더욱 줄어든 상황이다.
‘미술은 전문가만 해설하고 코멘트해야 해’라는 식의 엘리트 우월주의가 아니다. 블로거나 유튜브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고 전문 평단이 해야 할 역할이 엄염히 다르다는 것이다. 철학과 미학에 기반해 작품을 볼 수 있는 전문가들을 계속 키워야지 작품의 객관적인 시장의 평가가 가능한 것 아닐까.
김나윤 기자 abc123@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