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0/50277_43895_5154.jpg)
또 한 명의 ‘가상화폐 범죄’ 피의자가 미 정부와의 법적 공방을 끝낼 전망이다. 초기 크립토 전도사로 ‘비트코인 예수(Bitcoin Jesus)’로 불린 로저 버(Roger Ver)가 최근 법무부(DoJ)와 조건부 기소유예 합의(deferred prosecution agreement)에 도달했다고 법원 서류가 전했다. 버는 4990만 달러를 지급하는 대가로, 검찰은 탈세 혐의에 대해 연방 기소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버는 가상화폐 초창기의 대표적 인물로, 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비트코인을 나눠주면서 ‘비트코인 예수’라는 별칭을 얻었다. 검찰의 최초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11 년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들었고, 2014년 3월 기준 13만 664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보유·통제했다. 이는 현재 가격으로 147억 5000만 달러가 넘는 규모다. 같은 해 그는 카리브 국가 세인트키츠네비스 국적을 취득한 뒤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다.
미 시민권을 포기할 때는 보유 자산 전반에 ‘엑시트 택스(Exit Tax)’를 내야 하지만, 버는 이번 조건부 기소유예 합의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검찰은 그의 암호화폐 보유분에서 발생한 양도소득세가 약 1700만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가 법무부와 맺은 약 5000만 달러의 합의금에는 미납 세액뿐 아니라 민사 벌금과 연체 이자도 포함돼 있다.
케탄 비루드(Ketan Bhirud) 법무부 부차관보 대행은 성명에서 “달러로 거래하든 디지털 자산으로 거래하든, 정확한 세금 신고를 하고 납부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버의 법무부 합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정부가 암호화폐 범죄 대응을 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최근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취임 직후, 온라인 마약 등 불법 물품 장터 ‘실크로드(Silk Road)’ 창립자 로스 울브리히트(Ross Ulbricht)를 사면했다. 실크로드는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사용하게 하며 암호화폐의 대중화를 촉진한 상징적 사건이었다. 울브리히트는 ‘누구나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온라인 시장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자유지상주의자들 사이에서 ‘영웅’으로 불렸다.
울브리히트 사면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4월 법무부 산하 암호화폐 전담 조직인 ‘국가 가상화폐 집행팀(NCET·National Cryptocurrency Enforcement Team)’을 해산하며 단속 기조를 더 느슨하게 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현재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 창업자 장펑 자오(Changpeng Zhao) 역시 자신의 사면을 위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로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2023년 법무부와의 합의에서 자금세탁방지(AML) 체계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한 혐의를 인정했고, 4개월 형기를 마쳤지만 미국 내 전과는 남아 있다.
/ 글 Ben Weiss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