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8/49425_42876_3728.jpg)
다음 경기침체가 닥치면 인공지능(AI)이 화이트칼라 지식 노동자를 ‘일자리 없는 회복(jobless recovery)’ 속에 남겨둘 수 있다는 위험한 신호가 고용 시장 데이터에서 나타나고 있다. JP모건은 전통적으로 기업들이 경기침체 시 자동화를 활용해 비용을 줄여왔지만, 생성형 AI의 등장은 다음 침체에서 ‘승자와 패자’의 구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고 경고했다.
JP모건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무라트 타시(Murat Tasci)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다음 경기침체가 진행되는 동안, 직장에서 AI 도구와 애플리케이션의 채택 속도와 범위가 비정형 인지 업무(non-routine cognitive tasks)에 종사하는 직군에 대규모 일자리 대체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주로 창의적·분석적 사고를 요하는 비정형 인지 직종이 포함된다.
1980년대 후반 이후, 반복적인 업무(routine tasks)에 집중하는 일자리는 자동화로 꾸준히 사라져왔다. 여기에는 판매·사무직 같은 ‘정형 인지 직종(routine cognitive occupations)’과 건설·정비·생산·운송 같은 ‘정형 육체직(routine manual occupations)’이 모두 포함된다. 지난 40년 동안 이러한 정형 직종은 경기침체 이후 회복 속도가 점점 더 느려졌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전 수준을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반면 과학자·엔지니어·디자이너·변호사 등 화이트칼라 지식 노동자로 구성된 ‘비정형 인지 직종’은 경기 변동에 덜 민감했고, 경기침체 전 고용 수준을 거의 유지했으며, 대부분의 경우 고용 회복을 이끌었다.
하지만 타시는 최근 고용 패턴에서 전례 없는 변화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비정형 인지 직종 출신 실업자가 비정형 육체직(보건 지원, 개인 돌봄, 음식 준비 등) 실업자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그는 이를 ‘불길한(ominous) 신호’라 표현하며 “이 변화는 앞으로 해당 직종에서 실업 위험이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AI가 이미 대학 졸업 직후 진입하는 초급 일자리 수를 제한하고 있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는 가운데 나타난 변화다. 반면 AI는 여전히 물리적 대면이 필요한 정형 육체직이나 비정형 육체직에는 큰 추가 위협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화이트칼라 지식 노동자는 현재 전체 고용의 약 45%를 차지하며, 1980년대 초(30%)보다 크게 늘었다. 타시는 “이들에게 실업 위험이 크게 높아지고 회복 전망이 미약하다면, 다음 고용 시장 침체는 상당히 암울해질 수 있다”며 “과거 정형 직종의 부진한 회복이 ‘일자리 없는 경기회복’을 불렀다면, 이번에는 비정형 인지 직종의 부진이 같은 현상을 재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든 전문가가 이렇게 비관적인 건 아니다. 테크 투자자이자 백악관 AI·가상화폐 정책 책임자인 데이비드 삭스(David Sacks)는 ‘범용 인공지능(AGI)’과 관련한 여러 ‘파멸론(Doomer narratives)’을 반박했다.
그는 지난 X(옛 트위터)에서 “인간과 AI 사이에는 분명한 노동 분업이 있다”며 “AI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사람이 맥락을 제공하고, 충분히 구체적인 프롬프트를 입력하며결과물을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는 AI로 인한 대규모 일자리 상실 예측이 AGI만큼이나 과장됐음을 의미한다. 결국 ‘당신이 AI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게 아니라AI를 더 잘 활용하는 사람에게 일자리를 잃는다’는 격언은여전히 유효하다.”
/ 글 Jason Ma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