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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가 보수로 기우는 까닭

한때 민주당 후원자였던 샘 올트먼이 “정치적 고아”를 선언하며 테크 엘리트들의 보수 진영 이동이 가속화하고 있다.

  • 슬롯머신 무료입력 2025.07.09 08:20
  • 기자명Ashley Lutz & 김다린 기자
샘 올트먼이 진보 진영과 거리를 두고 있다.[사진=셔터스톡]
샘 올트먼이 진보 진영과 거리를 두고 있다.[사진=셔터스톡]

최근 오픈AI(OpenAI) CEO 샘 올트먼은 스스로를 “정치적 고아(politically homeless)”라고 명명했다. 한때 민주당의 주요 후원자였던 그가 정당에 대한 환멸을 표명하며 정치적 연을 끊겠다고 밝힌 것이다.

올트먼의 발언은 개인적 선언을 넘어, 오랫동안 진보 정치의 상징이었던 실리콘밸리가 최근 보이고 있는 보수 진영으로의 이동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해석된다.

그는 X(옛 트위터)에 이렇게 글을 올렸다. “나는 정체성이라는 걸 크게 따지지 않지만, 미국인이라는 사실에는 무척 자부심을 느낀다. 이건 매일 느끼는 감정이지만, 특히 오늘 같은 날엔 더 그렇다. 나는 미국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국가라고 굳게 믿는다. ‘미국의 기적’은 그 자체로 세계사에 유례없는 사건이다.”

이는 민주당이 점차 혁신과 기업가정신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비판으로 읽힌다. 올트먼은 대신 테크노자본주의(technocapitalism)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혁신을 통해 부의 창출과 사회 전체의 번영을 동시에 추구하자는 철학이다.

올트먼의 민주당 결별 선언은 최근 실리콘밸리 전반에 불고 있는 정치적 재편 흐름의 일환이다. 오바마 시절까지만 해도 구글 에릭 슈미트와 같은 테크 리더들과 민주당의 유착은 당연시됐다. 그런데 바이든 정부 들어 인공지능, 가상화폐, 반독점 등 테크 규제 기조가 강화되자 기술 업계는 점차 소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올트먼의 비판은 민주당이 더 이상 혁신과 기업가정신, 부의 창출 같은 실리콘밸리의 핵심 가치를 옹호하지 않는다는 테크 리더의 인식을 반영한다. 물론 실리콘밸리는 전통적으로 자유지상주의적 성향이 강했고, 민주당 내부에도 좌파와 중도파의 간극이 존재했지만, 트럼프 집권기를 거치며 새로운 정치 연합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실리콘밸리는 분열의 한가운데 있다. 다수의 테크 노동자들은 여전히 진보 성향이지만, CEO·벤처캐피털리스트·창업자 등 상층부 인사들은 점점 보수주의나 자유지상주의 이념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몇 가지 요인에서 비롯됐다. 테크 리더들은 민주당의 규제 정책과 높은 세율이 혁신을 억누른다고 본다. 진보 진영 내 퍼지는 ‘억만장자 혐오’와 반테크 정서는 실리콘밸리의 모험정신 및 부 창출 문화와 충돌한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의 탈규제 기조는 인공지능과 가상화폐 산업을 이끄는 테크 엘리트에게 매력적이다.

이런 흐름의 대표 주자는 안드리센 호로위츠 공동 창업자 마크 안드리센이다. 과거 민주당원이었던 그는 이제 트럼프 지지자로 돌아섰다. 2024년 7월, 그는 파트너들과 함께 ‘리틀 테크 어젠다(Little Tech Agenda)’를 발표하며, 규제 완화, 세금 인하, 정부의 간섭 최소화를 주장했다. 이는 실리콘밸리 인사들이 공공연히 트럼프와 공화당을 지지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다.

그가 2023년에 발표한 ‘테크노 낙관주의 선언문(Techno-Optimist Manifesto)’은 기술 혁신이 사회 문제 해결의 궁극적인 열쇠라고 강조하며, 규제는 극복해야 할 장애물일 뿐 존중할 대상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올트먼의 정치적 고립 선언과 안드리센의 보수화는 실리콘밸리 정치 지형이 격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을 전폭 지지했던 일론 머스크의 행보도 빼놓을 수 없다.

머스크는 트럼프 2기 초반 백악관 주요 자문 역할을 하다가 결국 갈등 끝에 물러났고, 최근에는 민주·공화 양당에 대한 대안으로 '아메리카당(America Party)' 창당을 선언하며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 글 Ashley Lutz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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