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중심으로 덤폰(dumb phone)이 유행하고 있다.[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5/48129_41287_147.jpg)
최근 미국의 여러 학부모 단체가 자녀들을 스마트폰의 부정적 영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대체 기기(Alternative Device) 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 행사들은 스마트폰의 핵심 기능만 뺀 채 통화·문자 등 기본 기능만 갖춘 ‘덤폰(dumb phone)’, 일명 멍청이 폰을 전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애틀랜틱(The Atlantic) 보도에 따르면 박람회는 주로 부유층이 많은 지역의 교외 학교 운동장, 커뮤니티 센터 등에서 열리고 있다. 덤폰의 특징은 여럿이다. 첫 째는 스마트 기능 최소화다. 소셜미디어·앱스토어 접근을 차단하고, 카메라·인터넷 일부 기능만 제공한다. 어린이용 스마트워치에도 전화·문자 위주로만 동작하게 했다.
통제 기능도 넣었다. 앱 사용·화면 시간·위치 추적 등 관리 옵션을 내장했다. AI 필터를 활용해 폭력·성인물·자살 등 유해 콘텐츠도 자동 차단했다. 또 알림을 최소화해 학업·수면 방해 요소를 줄였다. 긴급 상황시 부모에게 자동으로 연락할 수 있다.
이 같은 ‘덤폰’ 시장은 급성장해 2025년 매출 101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영국의 명문 이튼칼리지(Eton College)는 신입생에게 통화·문자 전용 휴대폰 사용만 허용하는 공식 정책을 도입했다.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가 저서 『불안 세대(The Anxious Generation)』에서 “스마트폰 시대가 청소년의 불안·우울·사회적 고립을 급증시켰다”고 경고한 이후 학부모들의 경각심이 높아졌다. 하이트는 책에서 “개별 부모의 노력만으로는 사회적 압력 앞에서 역부족”이라며 “학교 단위 무폰 정책, 학년별・연령별 스마트폰 이용 연기 공동 협약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람회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함께 스마트폰 없는 학교 문화를 만들어 가자’는 학부모 협력의 장이 되고 있다. 예컨대 동일 학교 자녀를 둔 부모들이 모여 “자녀 A, B, C군은 스마트폰 없이도 소외되지 않도록” 서로 정보와 일정을 공유한다.
영국의 ‘스마트폰 프리 차일드후드(Smartphone Free Childhood)’는 20만 명 회원을 보유하며, 같은 학년・학교의 가정을 연결해 아이들이 함께 무폰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돕는다. 미국 뉴욕의 IRL NY(In Real Life New York)도 ‘대체 기기 프로그램’을 운영해, 스마트워치·덤폰을 사례별로 시연하고, 부모 워크숍을 통해 사용법과 효용을 교육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박람회가 자녀 정신건강 보호는 물론 학업 집중도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일부 교육·기술 전문가들은 “기기 자체가 아닌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 부모-교사 간 지속적 대화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대체 기기 박람회는 이제 막 시작 단계다. 그러나 스마트폰 사용 연령 연기와 ‘안전 지향형’ 기기 선택을 둘러싼 학부모들의 연대는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 글 Beatrice Nolan & 편집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