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윈슬릿 교수는 미국 제조업 일자리 감소의 주된 원인이 외국 무역이 아니라 앨라배마·조지아 등 남부 주로의 주(州) 간 경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러스트 슬롯 잭팟.[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5/48113_41271_3436.jpg)
러스트벨트 제조업 일자리 감소의 원인으로 외국 경쟁을 지나치게 부각해온 정치 논쟁에서, 미들버리대(Middlebury College) 교수 게리 윈슬릿은 주(州) 간 경쟁, 즉 기업이 공장을 세우기에 우호적인 남부 주(선벨트)로 눈을 돌린 결과라고 지적했다.
미들버리대의 게리 윈슬릿 교수는 수년간 러스트벨트에서 제조업 일자리가 급감하는 동안, 정치인이 양당을 막론하고 불편한 진실을 외면해왔다고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밝혔다.
특히 그는 “중국, 멕시코 등 타국들이 무역 협정을 통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는 통념이 핵심 쟁점인 스윙 스테이트 유권자를 공략하기에 정치적으로 편리한 이야기일 뿐 사실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문제는 그게 사실이 아니며, 끔찍한 정책 결정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미국 제조업 고용은 수십 년간 감소 추세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집계에 따르면, 1979년 거의 2000만 명에 달했던 제조업 고용은 지난달 1280만 명으로 줄었다. 전체 비농업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53년 이후 꾸준히 감소해 왔다.
별도 연구(경제정책연구소 EPI)에선 1998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이 중국·일본·멕시코·EU 등과의 상품 무역수지 악화로 500만 개 이상 제조업 일자리를 잃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윈슬릿 교수는 ‘더 가까운’ 원인을 강조한다. “빠진 큰 그림은 주 간 경쟁이다. 러스트 벨트의 제조업 쇠퇴는 주로 일자리가 멕시코로 옮겨서가 아니라, 앨라배마·사우스캐롤라이나·조지아·테네시 등 남부 주로 이동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WTO 자료를 인용해 1970년 미국 제조업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러스트 벨트가 담당했지만, 남부 주는 4분의 1에도 못 미쳤다고 밝혔다. 오늘날 양 지역은 위치가 바뀌었다.
예컨대 앨라배마 주는 자동차 공장이 전무했던 1992년과 달리 연간 100만 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해 미국 최대 자동차 수출 주가 됐다.
윈슬릿 교수는 이 같은 역전 현상을 권리 노동법(right-to-work), 낮은 전기료, 활발한 주택 건설, 낮은 세금, 용이한 인허가 등 남부 주의 기업 친화적 여건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자 유입 역시 남부 주의 성장에 기여했는데, 현재 남부 주 이민자 수는 전국에서 가장 많고 중서부는 가장 적다고 덧붙였다.
또한 자동화 확산이 제조업 고용 감소에 일조해, 오늘날 공장을 국내로 재배치한다고 해도 일자리 급증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 변화까지 감안하더라도, 미국 제조업을 재편한 것은 글로벌화보다 주 간 경쟁”이라며 “이는 양당 모두 인정하기 불편한 진실”이라고 말했다.
가령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은 러스트 벨트 일자리 회복의 해법으로 관세를 내세우지만, 남부 지역으로 유출된 일자리는 간과한다. 반면 민주당은 주 간 경쟁보다는 글로벌화를 탓하며, 규제 완화·권리 노동법·에너지 비용 등을 문제 삼지 않으려 한다.
윈슬릿 교수는 “중국이든 탐욕스러운 기업이든 양당 모두 간단한 악당, 원죄를 찾으려 한다”며 “필요한 것은 과거 향수나 글로벌화 탓 대신, 왜 기업이 오하이오 대신 앨라배마를 택했는지 이해하고 남부 주의 선택을 받아들이는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결론지었다.
/ 글 Jason Ma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