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5/48027_41156_3245.jpg)
기후변화 대응핵심 정책으로 각광받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가 인체와 환경에 유해한 슬롯사이트 배출을 증가시킨다는연구 결과가 나왔다.
9일 KAIST에 따르면, 이나래 기술경영학부 교수 연구팀은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 칼슨 경영대학의 아심 카울교수와 함께 '미국 최대 규모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인 캘리포니아 탄소배출권 거래제도(California's Cap-and-Trade Program)가 지역기업들의 슬롯사이트 배출량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2013년 제도 시행 이후 규제 대상이 된 제조 시설들의 독성 화학물질 배출량이 규제를 받지 않는 다른 지역유사 시설 대비최대 40%까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캘리포니아 탄소슬롯사이트권 거래제도는 기업의 온실가스 슬롯사이트에 대응하는 정책이다. 연간 이산화탄소 환산량 2만 5000톤 이상을 초과슬롯사이트하는 대형 시설을 대상으로 연간 슬롯사이트 허용량(Cap)을 할당한다. 기업은 자체적으로 감축 노력을 통해 슬롯사이트량을 줄이거나, 시장에서 슬롯사이트권을 구매하는 방식을 통해 이를 지켜야 한다. 탄소슬롯사이트권 거래제도는 기업들에게 비용 효율적인 감축 수단을 선택할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전체 온실가스 슬롯사이트량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제로 선행 연구들에서는 이 제도가 온실가스 감축에 일정 부분 기여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KAIST 연구팀에 따르면 탄소배출권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연구팀은 탄소배출권이 슬롯사이트 배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주목했다. 보통 슬롯사이트 배출은 탄소 배출과 별개로 관리하지만, 두 문제가 일부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슬롯사이트 배출 목록(TRI), 온실가스 보고 프로그램(GHGRP), 오염 예방(P2) 데이터, 법규 집행 및 준수 데이터(ECHO) 등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데이터베이스와 기업 소유 구조 데이터를 결합해 조사했다. 이를 통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1100개 미국 내 대형 제조업 시설의 8801가지 연간 관측치를 분석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영향을 식별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내 규제 대상 시설들과 배출량, 고용 규모, 산업군, 취급 화학물질 수 등이 유사하지만 규제 대상이 아닌 타 지역 시설들을 통제군으로 설정하는 ‘이중차분법(Difference-in-Difference, DiD)’ 분석 설계를 적용했다.
분석 결과,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 이후 규제 대상 시설들의 슬롯사이트 배출량은 통제군 시설들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탄소배출권의 규제 강도가 평균 수준일 때, 슬롯사이트 배출량은 약 33.6%(신뢰구간 25.5% ~ 41.7%)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슬롯사이트권 거래의 영향을 받는 제조 시설과 카운티의 탄소 슬롯사이트 변화 [사진= KAIST]](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5/48027_41157_3333.png)
연구팀은 높아진 슬롯사이트 배출량을 폐기물 처리 비용 증가에 따라 기업이 전략적으로 대응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소각, 화학적 산화 등 독성 폐기물 처리 활동은 상당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연구 표본을 분석한 결과 평균 15% 수준이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이런 온실가스 배출에 비용을 부과하므로, 결과적으로 독성 폐기물 처리 비용을 상승시킨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과거에는 자발적으로 수행했던 독성 폐기물 처리 활동을 전략적으로 축소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제도 시행 후 기업에서 시행한 온실가스 감축은 주로 폐기물 처리 및 생산 공정 부문에서 나타났다. 에너지 생산 부문에서는 유의미한 감축이 없었다. 또한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더 많이 감축한 시설일수록 슬롯사이트 배출량 증가 폭이 더 컸다. 동시에 규제 대상 시설들은 실제로 폐기물 발생량 자체는 소폭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배출량은 늘었다. 이는 폐기물 처리량이 줄었음을 의미한다. 연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 내에서의 처리량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또한연구팀은 이런 슬롯사이트 배출 증가가 모든 기업에서 동일하게 나타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기업의 특성과 외부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이질성(heterogeneity) 분석을 통해 독성배출량 증가가 의도적인 행위라고 강조했다. 과거 생산 공정 단계에서 슬롯사이트 발생 자체를 줄이는 원천감량(source reduction) 기술에 투자했던 기업들은 사후처리에 의존하는 기업들보다 슬롯사이트 배출 증가 효과가 적거나 없었다. 이는 원천감량 기술이 탄소 비용 증가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 등 규제 당국의 감시나 처벌을 받은 경험이 있는 시설들에서도 슬롯사이트 배출 증가 효과가 상대적으로 약하게 나타났다. 독성이 상대적으로 약하거나 규제 기준이 낮은 화학물질일수록 배출량 증가 폭이 더 컸다. 탄소배출권 규제를 직접 받지 않는 시설이라도, 규제 대상 시설을 소유한 동일 기업 산하의 시설에서는 유사한 슬롯사이트 배출 증가 현상(spillover)이 관찰됐다. 이는 개별 공장 차원을 넘어 기업 차원에서 슬롯사이트 관리 전략을 조정했음을 시사한다.
이나래 교수는 “탄소 감축 제도는 탄소의 발생량 자체를 규제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탄소를 줄이는 데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환경 부문을 희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라며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환경 기술을 이전에 도입한 기업들은 부작용이 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이 또 다른 환경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사회적 목표 간의 상충(trade-off)을 정교하게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매니지먼트 사이언스(Management Science)’에 지난 4월 22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