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isionary 이승건①] 공상을 토스하면 현실이 된다’의 후속 슬롯 사이트입니다.
간편 송금앱으로 10년 만에 한국을 대표하는 핀테크 기업을 일궜다. 치과의사였던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유난한 도전을 시작한지 8전 9기만의 성공. 터무니없는 아이디어가 국민앱이 됐고 이제 IPO 준비와 함께 글로벌로 영토 확장에 나선다. 막중한 책임감에 짓눌릴 만한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 일에 몰입하는 게 너무 즐겁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 대표와 토스는 사회에 필요한 풍요를 기꺼이 만들고 있었다.
진행유부혁기자・Nicholas Gordon(Editor, FORTUNE)
정리김다린・문상덕기자, 사진김용호

주 5일은 집중해서 일하지만 하루 7시간 이상 수면은 꼭 챙긴다. 골프나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는 이승건 대표는 되도록 주말엔 약속 없이 개인적인 여유도 가진다. 한땐 일주일 내내 일을 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의 이승건 대표는 “쉼을 통해 버티는 힘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스가 충분히 성장한 만큼, 스케일업을 위한 여유를 꾀한 것 같았다.
하루의 루틴 중 중요한 건 출근 전 10분 거리의 부모님 댁에 들르는 거다. 부모님을 꼭 안고 “사랑해요”라고 3번 전한다. “연세가 많으십니다. 오늘이 사랑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 마지막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오늘이 아니면 안 되는 일을 우선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죠.”
의외다. 이승건 대표는 지난 2023년 아산나눔재단 강연에서 “가족, 돈보다 회사가 중요한 게 창업가”라고 말했다. 그사이 이 대표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 쉼을 통해 새 경영 방침을 세운 듯 보였다. 리더는 가장 중요한 걸 직접 챙긴다. 이승건 대표와 토스를 둘러싼 평가가 왜 엇갈리는지, 감이 왔다. 그 감을 구체화하고자 이번엔 ‘인간 이승건’을 두고 더 질문했다.
하드 워커로 정평이 나있어요. 그렇게 일하면서 번아웃이 온 적은 없나요.
글로벌 유명 경영인이 그런 얘기를 했잖아요. 번아웃은 일이 힘들어서 오는 게 아니라, 좋은 동기요소가 없어서 오는 거라고요. 비바리퍼블리카의 창업자, 토스의 리더가 됐다고 상상해 보세요. 너무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부담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세상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고, 흥미로운 걸 직접 만들 수 있고…. 부담이라기보다는 설레고 동기부여가 됩니다. 실패하고 매를 맞더라도 이걸 넘어서면 얼마나 또 성장할 수 있을까, 이런 기대도 큽니다. 당연히 언젠가 지칠 때가 오겠지만, 그간은 괜찮았습니다.
세상이 바뀌는 게 동기가 되고 있군요.
어느 날 군인 고객의 항의를 받았어요. 휴가를 나왔다가 복귀를 하는데, 토스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고속버스 티켓을 못 끊었다는 겁니다. 작동이 안 된 이유는 불명인데, 어찌 됐든 그때 많은 걸 느꼈어요. 토스에는 0.1% 오류에 불과해도, 고객한텐 큰 곤란과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책임감과 소명감. 그래서 퇴근하는 길이더라도 다시 회사가서 일하고, 서비스를 개선하고 그랬죠.

이승건의 리더십이 궁금합니다. 기업가정신을 강조해 왔는데, 이 대표가 생각하는 기업가정신이 뭔가요.
사회가 필요로 하는 풍요를 공급하는 게 기업가의 본질입니다. 이윤을 넘어서, 그 사회에 꼭 필요한 걸 제공하는 거죠.
토스의 예를 든다면요.
토스뱅크는 기존 신용평가로는 대출을 받기 어려운 중금리 고객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자 했어요. 데이터를 더 잘 해석해 보자, 잘하면 대손율은 낮추고, 더 많은 사람에게 대출을 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실제로 토스뱅크는 업계 최고 수준의 중금리 대출 비중을 달성했고, 대손율도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요.
풍요가 중요한 건가요.
가령 제너럴일렉트릭(GE)이 세탁기의 대중화를 꾀했고, 이후 영국에서 여성 참정권 운동에 불이 붙었습니다. 두 사건이 아무런 관계가 없었을 리 없어요. 세탁기가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을 줄였으니까요. 사회 구조의 근간을 뒤흔드는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힘, 저는 그게 진짜 기업가정신이라고 믿습니다.
자칫 그런 각오가 리더십의 강한 그립처럼 비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실용주의자입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달성된다면 괜찮다고 인식하는 편이죠. 그런데 5년 동안 8번 망하고 좀 바뀐 게 있어요. 모두가 행복하더라도 결국 망하면 다들 울면서 슬픈 기억을 갖게 되는 거구나. 승리를 위해선 행복하지 않은 결정, 어려운 결정이 필요할 때가 있구나. 그리고 그 결정은 때로는 어떤 개인에게는 꼭 공정하거나 정당하지 않을 수도 있겠죠.
초기 팀원이나 관련 구설이 가끔 언급되는 건 그래서일까요.
지나온 모든 결정이 완벽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납득하고, 억울함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였다고 장담하기도 어렵고요. 다만 지금은 그 무게를 분명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결정이든 훨씬 더 신중하게, 더 엄정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리더십이 강력한데, 조직문화는 애자일입니다. 두 요소가 공존할 수 있나요.
사실 토스의 조직 문화는 ‘애자일’이라는 단어가 적합하지 않아요. 핵심은 온전히 결정하고, 온전히 실행할 수 있는 개인의 주체성입니다. 토스는 누가 결정하면 합니다. 제가 반대해도 해요. 그렇게 잘되면 저도 할 말이 없죠. 그 경험이 반복되다 보면, 서로를 존중하게 됩니다. 틀리는 걸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최선의 안을 찾는 과정이라는 걸 모두가 이해해요.
조직이 커지면 그런 걸 유지하기 어려워지지 않나요.
저는 이 문화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토스가 지향하는 기업문화는 누군가의 명령을 따르는 병정이 아니라, 스스로 뜻을 세우고, 실행하고, 책임지는 구성원입니다. 말하자면 ‘시민성의 회복’ 인데요. 조직의 부속품이 아니라 주체로 일해야 한다는 거죠. 누군가가 정한 걸 수행하는 구조가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구조예요.
왜 이런 독특한 문화를 추구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앞서 번아웃 얘길 할 때 언급했던 동기 부여와도 연관이 있는데요.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내 결정이 아니다’ 싶은 순간이 생기고, 그때 많은 분이 회의감을 느낍니다. 나는 결코 동의할 수 없는 회사의 방향을 보면 “나는 그냥 계약 관계였구나, 왜 이렇게 애썼지”하는 식이죠. 그렇게 회사에냉소와 거리감이 생깁니다.

토스에서 일하는 건 다른가요.
각자가 주체가 되어 결정하고, 거기서 성장하고, 그 결정에 책임질 수 있는 구조, 이게 토스 문화의 본질입니다. 이게 가능해야 일에서 몰입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고, 회사와 구성원 모두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일이 재미있고 몰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 결정이 실패하면 아프지만 성장할 수 있고, 성공하면 그건 진짜로 ‘내가 해낸 일’이 되는 거죠. 다시 요약하면, ‘노동의 시민성’을 회복하자는 거죠.
익숙하지 않으면 적응하기 쉽지 않은 문화입니다.
그럼에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토스를 가능하게 만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율이 지나치면, 리더십을 흔들 수 있지 않나요.
개개인이 굉장히 주체적으로 몰입해서 스스로 결정하지만, 저의 리더십을 존중하고 제 얘기는 더 들어주는 권위의 차이는 분명히 있어요. 실패와 잘못된 판단을 인정하는 게 오히려 발전에 도움이 됩니다. 저는 말해요. ‘반대하지만 당신이 하고 싶으면 하십시오.’ 그런데 잘 되면 ‘죄송합니다, 틀렸네요.’ 어쨌든 제일 좋은 안을 찾는 과정이었다는 걸 조직 모두가 아니까요.
번아웃이 오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힘이 납니다. 토스의 성장도 그렇고, 몰입하는 조직을 볼 때 그렇습니다. 얼마 전엔 얼굴로 결제할 수 있는 ‘페이스페이’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가슴이 뜁니다. 앞으로 얼굴 결제가 세상을 또 바꾸겠구나. 사람들의 삶이 더 편해지겠구나.
![슬롯 사이트가 얼굴인증 기술을 활용한 결제 서비스 ‘페이스페이’를 시연하고 있다.[사진=슬롯 사이트]](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5/48011_41134_1023.png)
이승건 대표는 풍요를 제공해야 하는 기업가정신을 설명하면서 “외로워요, 그래서”라고 말했다. 번아웃을 마주한 적 없이 토스의 성장에 설레하면서도 외로움을 느끼는 이 대표의 감정은 이중적이었다.
그럼에도 이승건 대표와 토스 팀은 앞으로 더 몰입할 공산이 크다. 과반이 쓰는 ‘국민앱’이 됐지만 이승건 대표는 “아직 국민 절반이 토스의 새 고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그의 장담대로 5년 뒤 2800만 명을 웃도는 MAU를 해외에서 확보하면, 궁금해진다. 그때 이승건 대표는 또 어떤 미래를 말할까.
그는 “언제까지 토스를 할 거냐”는 지인의 물음에 “우주인이 토스를 쓸 때까지”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