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리 바라(Mary Barra)가 세계적 자동차 기업을 이끄는 최초의 여성으로서 보낸 첫해는 최고경영자가 겪을 수 있는 가장 힘든 한 해였다. 제너럴 모터스에서 평생을 보낸 바라는 2014년 1월 회사의 수장이 됐다. 취임 몇 주 만에 그는 치명적 사고를 일으킨, 결함 있는 점화 스위치로 인해 수백만 대의 차량을 리콜하는 대재앙적 상황에 직면했다.
바라는 취임 첫해의 상당 부분을 국회의사당에서 보냈다. 의원들은 그에게 왜 그토록 오랫동안 결함이 해결되지 않았는지를 추궁했다. 이는 2년 차를 시작하기도 전에 사임하고 싶어질 만한 경험이었지만, 올 1월 바라는 10주년을 맞았다. 리콜 사태를 극복하며 바라는 제너럴 모터스의 문화를 개혁하고 전기차 혁명에 대비해 회사를 재편할 동력을 얻었다. 이를 통해 바라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우리의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경영인 명단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 후 바라는 제너럴 모터스를 2009년 파산 이후 가장 강력한 재무 상태로 이끌었다. 당시 정부는 자동차 회사에 재정적 지원을 제공해야 했다. 그리고 올해, 바라는 다시 우리 명단의 최고 자리를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바라는 엘리트 그룹에 합류했다. 10년 동안 자리를 지키는 것은 어느 상장 기업 최고경영자에게나 드문 일이며, 여성 리더에겐 더욱 그렇다. 포춘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의 평균 재임 기간은 남성이 7.2년이며, 여성은 4.5년에 불과하다. 현재 포춘 500대 기업을 이끄는 55명의 여성 중 바라는 10년 이상 최고경영자 자리를 지킨 9명 중 한 명이다.
장수하려면 당연히 성과를 내야 한다. GM은 작년에 1718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0% 증가한 수치로, 17년 만에 최고 실적이다. 지난해 말에는 전미자동차노조(United Auto Workers)와 합의를 이뤄 첨예했던 계약 협상과 막대한 비용이 든 역사적 파업을 끝냈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에도 불구하고 GM은 101억 달러의 이익을 거뒀고, 2024년 들어 주가는 35% 가까이 올랐다. 이는 바라(Barra) 회장의 리더십을 입증하는 결과다.
다만 바라 회장이 회사에 남긴 가장 큰 족적은 아직 불확실하다. 그는 2035년까지 전기차로 완전히 전환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지만, 최근 이 노력에 다소 제동이 걸렸다. GM은 최근 2025년까지 북미 지역에서 연간 100만 대의 전기차 생산 능력을 갖추겠다는 기존 목표를 철회했다. 2024년 상반기 북미 지역 전기차 판매량은 3만 8355대에 그쳤다. 바라 회장의 또 다른 우선 과제인 자율주행차 개발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GM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크루즈(Cruise)는 2023년 말 샌프란시스코에서 보행자와 심각한 사고가 발생한 후 운영을 중단했다. 크루즈는 최근에야 무인 택시 서비스를 재개했다.
바라가 스스로 말했듯 변화는 직선적이지 않다. 그녀는 여전히 ‘사고 제로, 탄소 배출 제로, 혼잡 제로’라는 목표에 전념하고 있다. 다만 그 목표 달성에는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 포춘은 바라와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는 당연히 그녀가 차 안에 있는 동안 진행됐다. 지난 10년, 현재의 도전 과제, 그리고 앞으로의 길에 대해 물었다.
장기 집권의 비결은 무엇인가?
훌륭한 팀을 갖춘 덕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민첩성을 유지하고 환경 변화를 계속 이해하며, 일이 일어나길 기다리지 않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이 자리에 올랐을 때 우리 회사는 여전히 전환기에 있었다. 변화하는 산업에서 현대적인 기업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솔직히 그 변화는 지난 10년 동안 더욱 가속화됐다. 또한 나는 정말 훌륭한 이사회를 두고 있다. 이사회를 적극 활용해 그들의 최고의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CEO 자리에 올랐다. 첫해의 경험이 리더십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그 위기’는 우리가 고객을 위해 옳은 일을 하고, 투명하게 행동하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점을 보여줄 기회였다. 우리는 가치관을 실천했다. 문제를 발견하면 말해야 한다는 정책을 만들었다. 나는 직원들에게 문제를 해결하기 가장 좋은 때는 문제를 알아차린 바로 그 순간이라고 자주 말한다. 문제는 보통 작아지지 않고 커지기 때문이다.
당시 회사가 과거를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고 했는데, 오늘날 특히 신입 직원들에게 어떻게 과거를 기억하도록 하고 있나?
마침 이번 주가 우리가 매년 갖는 글로벌 안전 주간이라 흥미롭다. 나는 자주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술 인력의 40%와 대부분의 월급제 직원들이 입사한 지 5년이 채 안 됐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안전의 중요성과 우리의 약속을 이해시켜야 한다. 이는 일 년에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일 년에 한 번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이다.
첫해는 꽤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회사를 바로잡는 데 집중했다. 이후 CEO로서의 시간과 현재를 어떻게 생각하나?
2015년이 되자 업계가 변화하고 있다는 게 아주 분명해졌다. 차량 추진 방식이 바뀌고 있었고, 차량 내 정보도 마찬가지였다. 차량의 핵심에 많은 소프트웨어가 있고 그걸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물론 자율주행도 있었다. 리더십 팀은 이사회와 함께 혁신에 뒤처지지 않고 주도적으로 변화하기로 결정했다.
2018년에 우리는 이퀴녹스(Equinox) 같은 소형차부터 험머(Hummer) 같은 대형 트럭, 쉐보레 브라이트드롭(Chevrolet BrightDrop) 같은 운송용 밴까지 다양한 차종을 생산할 수 있는 글로벌 전기차 생산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다. 크루즈(Cruise)를 인수했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힘을 쏟았다. 이는 지금도 최고의 운전자 보조 기술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그 후로 매년 전략을 조정하며 이 변혁을 어떻게 이뤄낼지 고민해 왔다.
최근 전기차 수요 성장 둔화를 내부적으로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우리는 이 변화가 일직선으로 진행될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미국에만 2억 8300만 대의 차량이 있어 이를 모두 바꾸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우리가 더 저렴한 차량을 출시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사람들이 차량을 살 만하다고 느끼고 주행거리에 대한 걱정이 없어지면, 다음 문제는 충전소에 대한 걱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충전 인프라 구축에 노력해 왔다. 사실 충전 인프라 발전 속도가 다소 더뎠지만, 분기마다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
나는 항상 고객이 매우 합리적이라고 말해왔다. 자동차 구매는 매우 비싼 결정이다. 또한 일종의 자기표현과도 같다. 사람들은 왜 특정 차를 선택할까? 자동차는 그들 삶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많은 고객들이 여전히 자신의 차에 이름을 붙인다. 그들은 필요할 때 차가 그 자리에 있기를 바란다.
위기의 시기와 안정의 시기 중 어느 때가 변혁을 이루기 더 쉬운가?
가장 근본적인 것은 우리의 행동이라고 본다. 초기에 사람들이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의 문화와 그 문제점에 대해 글을 쓸 때, 나는 문화가 무엇인지 고민했다. 문화는 사람들이 매일 느끼는 감정을 담은 이야기 모음이다. 그들이 매일 집에 돌아와 “오늘 이 일에 대해 정말 멋진 하루를 보냈어. 너무 신나고 필요한 자원도 모두 얻었어”라고 말하는가? 아니면 “완전히 좌절했어. 정말 멋진 일을 하려고 노력 중인데, 온갖 이유로 해내지 못하고 있어”라고 말하는가?
우리는 행동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고,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 우리 직원들이 최고의 성과를 내고 가치 있다고 느낄 수 있게 하는 행동을 어떻게 실제로 보여줄 수 있을까? 이것이 공통된 요소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질문을 하겠다. 요즘 어떤 차를 타고 다니는가?
그것이 내 일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다. 다양한 차를 운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험머(Hummer) SUV 전기 버전을 타고 있다. 이 차의 4륜 조향 시스템이 마음에 들고, 높은 자세로 앉는 것도 좋아한다. 내연기관 엔진의 블레이저(Blazer)도 가지고 있어 종종 타고 다닌다. 하지만 주로 험머 SUV를 운전하고 있다. 꽤 멋진 차라고 생각한다.
차 색깔을 맞춰볼까?
검정색이다.
/ 글Michal Lev Ram & 편집 김다린 기자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