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더에 관한 유명한 격언에 따르면 가장 효과적인 리더는 자립적인 조직을 만든다고 한다. 지휘자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계속 연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많은 리더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비즈니스나 정치 모두 마찬가지다. 오히려 올해 미국 대선 준비 과정에서 분명히 드러났듯이 우리는 종종 자신이 대체 불가능하다고 믿는 리더들을 높이 평가한다. 이런 리더들은 자신이 없으면 전체 사업이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음악이 멈추는 것이다.
이제 미국인들은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 개막을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81세의 현직 대통령인 조 바이든(Joe Biden)은 당내에서 제기된 요구를 받아들여 재선 도전을 포기하고 젊은 후보에게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바이든의 결정은 찬사를 받았지만 일부에서는 프랭크 브루니(Frank Bruni)가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에서 지적했듯이 “몇 주 늦었고 너무 많은 비밀주의와 오만, 그리고 너무 많은 부인 끝에” 내려진 결정이라고 말한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민주당은 새로운 후보를 찾기 위한 과정을 서둘러 만들고 있다. 바이든은 카말라 해리스(Kamala Harris) 부통령을 지지했고 여러 유력 민주당 인사들이 - 전부는 아니지만 - 신속하게 그녀를 지지하면서 해리스가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여전히 새로운 후보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이뤄낼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이 순조로웠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바이든의 비평가들은 그의 행정부가 해리스에게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물론 이는 이전 행정부들에 대해서도 제기될 수 있는 불만이다. 비상 승계 계획을 갖추는 것과 당의 차기 대선 후보를 육성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한편 공화당은 78세의 후보를 굳건히 지지하고 있다. 한때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 정책과 적대적인 태도를 거부했던 이들조차 그를 지지하고 있다. 후보의 며느리이자 공화당 전국위원회(Republican National Committee) 지도부인 라라 트럼프(Lara Trump)는 “모든 한 푼까지 공화당 전국위원회의 유일하고 가장 중요한 임무, 즉 도널드 J. 트럼프를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하고 이 나라를 구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의 암살 시도가 끔찍하게 상기시켰듯이 그도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라는 점에서 한 사람에게 모든 초점을 맞추는 공화당 전국위원회의 전략은 당에 위험할 수 있다.
이 혼란스러운 한 달은 양당 모두 주자를 교체할 만한 제대로 된 방안이 없음을 보여주었다. 이제 양측의 정치 관계자들은 승계를 위한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 그들은 비즈니스 세계, 특히 승계 계획에 집착하는 기업 이사회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이사회의 최우선 과제
물론 이런 계획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몇몇 기업들을 모두 꼽을 수 있을 것이다[디즈니(Disney)와 스타벅스(Starbucks)를 보라]. 그래도 기업들은 적어도 내일의 리더를 물색하고 조직의 여러 층위를 살펴보거나 외부에서 잠재적 인재를 찾는 구조 - 즉 이사회 - 를 갖추고 있다.
실제로 많은 기업 이사들은 이것이 자신들의 주된 존재 이유라고 이야기한다고 온보드(OnBoard)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파룬 차다(Paroon Chadha)는 말한다. 최근 그의 회사가 6000개 이사회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3분의 2가 승계 계획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전직 벤처 캐피털 투자자이자 민주당의 주요 기부자인 테드 딘터스미스(Ted Dintersmith)는 미국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 정치권에도 기업식 거버넌스의 모습을 도입할 때가 되었다고 믿는다. “정치 시스템은 잠시 멈춰 서서 ‘미국 경제를 이렇게 강하게 만든 원칙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고 자문해야 한다.”
50개 이상의 이사회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그는 이사들이 최고경영자의 권력을 견제하고 비전문적인 행동을 억제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비해 딘터스미스는 정당 지도부는 내부자들로부터 도전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덧붙인다. 각자 보좌관과 자문단이 있지만 이들은 상사에게 종속되어 있고 더 넓은 지지 기반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기업 환경에서라면 이사회는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를 나쁜 선택으로 여겼을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바이든의 고령은 그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고 성적 학대 소송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트럼프는 제대로 된 이사회의 검증을 절대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기업식 거버넌스가 항상 원활한 승계 과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차다에 따르면 승계 계획은 더 시급한 문제들에 밀려 후순위가 되기 쉽고 당장 해결이 필요하지 않은 문제로 계속 돌아가는 데는 규율이 필요하다.
하지만 후임자를 찾고 육성하는 이런 사전 작업은 계획된 퇴임이든 예상치 못한 퇴임이든 후임자가 필요할 때 엄청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자아의 문제
최고경영자를 교체하는 데 또 다른 흔한 장애물은 바로 권력자에게 물러날 때가 되었다고,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그리고 다른 사람이 자신의 옛일을 하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직자에게는 민감한 주제”라고 차다는 말한다.
이런 인간적인 문제는 나이 든 사람의 적합성에 대한 고통스러운 논의에 참여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익숙할 것이다. 그 사람이 대통령이든, 기업 리더든, 심지어 부모든 말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기업 이사회는 이런 순간을 관리하기 위한 전략을 개발해 왔다.
일부 기업은 최고경영자의 나이 제한을 두어 일부 전환을 자동화한다. 많은 기업들은 이사회 의장 역할을 떠나는 최고경영자들의 완충 장치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중요한 인물이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다른 사람이 리더십을 발휘할 공간을 만들 수 있다.
퇴임하는 대통령들을 위해서도 이와 유사한 직책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백악관 고문이나 정당 전국위원회의 고위직 같은 것이다. 36년간의 의회 경력과 두 번의 백악관 행정부에서 12년을 보낸 바이든은 여전히 당의 지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영 이론가 만프레드 F.R. 케츠 드 브리스(Manfred F.R. Kets de Vries)는 누군가가 떠날 때가 되면 “아름다운 퇴장”을 만들라고 기업들에 촉구한다. 오랜 리더들은 스스로 그 퇴장을 그려볼 수 있도록 코칭이 필요할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의 쇠락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온갖 방어 기제를 동원한다”고 그는 말한다. 여기에는 권력과 일에 집착하는 것도 포함된다.
계속되는 탐색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해리스가 바이든의 사실상 후계자가 됐지만 다른 후보들도 나설 수 있다. 바이든에게 경선 포기를 요구하고 당이 새로운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기부자 중 한 명인 딘터스미스는 경쟁적인 후보 지명 과정이 더 현명한 방법이며 이는 기업 거버넌스 절차와 더 유사할 것이라고 말한다.
“최고경영자가 사임하기로 결정하면 이사회에 ‘제 최고운영책임자가 이 자리에 완벽할 것 같습니다. 충분히 고려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할 것”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여러분이 맡은 일을 하시면서 선택하기 전에 다양한 후보들을 살펴보실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일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 이사들은 누가 선택되든 이 과정이 조직과 후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고 딘터스미스는 전한다.
물론 민주당의 시간이 촉박하지만 이는 어려움에 처한 기업이 새로운 최고경영자를 찾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사회는 ‘우리의 풍부한 경험으로 볼 때 이 사람이 완벽하다는 게 명확합니다’라고 말할 수도 있고 ‘탐색을 해봅시다’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업 이사회는 당 대회나 11월의 선거를 과정의 끝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최고경영자가 취임하면 이사회는 즉시 다음 리더십 교체를 위한 승계 계획을 수립한다. 이는 주기적으로 검토되고 필요에 따라 조정된다. 11월 5일 이후 양당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과제다.
/ 글Lila MacLellan & 편집 김나윤 기자 abc123@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