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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 스터디스(Fortune Studies)’는 첨단의 경제 인사이트를 소개하는 꼭지입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등 글로벌 경제 기관에서 발행하는 최신 논문을 한 편씩 선정, 추가 취재를 거쳐 소개합니다.
전기차 보조금만으로 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보조금이 질 낮은 제품에 과잉 투자를 하게 만들고, 재정에도 부담을 준다는 이유다.
2024년 7월 나온 국제통화기금(IMF) 워킹 페이퍼 ‘프랑스 교통 부문 탈탄소화가 환경, 재정, 복지에 미치는 영향’에서 연구진은 현재의 전기차 보조금을 늘릴 경우 현재 대비 2030년 프랑스 GDP가 약 0.1%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전기차 보조금을 승용차는 2500유로에서 5000유로, 중장비 화물차는 5만 유로에서 13만 유로로 올리는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그러면서 연구진은 도로 사용료와 혼잡 통행료 인상 등을 함께 시행해야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연구진들이 도로에 집중한 건 그만큼 탄소 배출에서 교통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교통 부문은 전체 탄소 배출량의 32%를 차지하는 최대 배출원이다. 그중 90%가 도로 교통에서 발생한다. 프랑스 정부는 2030년까지 도로 교통 부문 배출량을 81메가톤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현 정책으로는 2030년 배출량이 94메가톤에 이를 것으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현재 프랑스 정부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 탄소 고배출 차량에 대한 할증금(malus) 제도, 연료세 등을 시행하고 있다. 할증금 제도는 탄소 배출량이 많은 차량에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친환경 차량 구매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것이 연구진의 진단이다. 오히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연료세 수입이 줄어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연구진은 정부의 탄소 저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정책 패키지를 연구했다. 이들은 연구에서 도로 사용료, 혼잡 통행료, 연료세 조정, 전기차 보조금 확대 등 7가지 정책안을 놓고 각 정책이 ▲탄소 배출과 ▲정부 재정 수입, 그리고 ▲도로 혼잡도 등 사회적 복지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 했다.
“시장 왜곡하는 단기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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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션 결과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확대할 경우 2023년 대비 2030년 기준으로 0.10%의 GDP 감소가 일어났다. 같은 기간 탄소 배출은 24%(이하 승용차 기준) 줄었다.
또 탄소 배출량에 따라 차종별로 보조금 혹은 벌금을 매기는 정책은 0.03%의 GDP 감소를 불러올 것으로 연구진은 예측했다. 탄소 배출은 23% 줄었다.
반면 도로 사용 거리에 따른 도로 사용료와 혼잡 통행료를 부과할 경우 같은 기간 GDP는 0.4% 늘었다. 탄소 배출도 42% 줄일 수 있었다. 두 가지 정책을 도입하면 2030년 도로 교통 부문 배출량을 80메가톤으로 줄일 수 있다고 연구진은 봤다.
버논-린 연구원은 “도로 사용료와 혼잡통행료는 모든 차량에 적용되기 때문에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며 "이는 교통 혼잡, 도로 파손, 사고 등 모든 차량이 유발하는 외부 비용을 내재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 비용의 내재화란 어떤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그 행위의 주체가 직접 부담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서 전기차 보조금 확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연구진은 “전기차 가격이 하락하면서 보조금의 재정 부담과 경제적 왜곡이 커지고 있다”며 “보조금은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구 결과는 프랑스 외 국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외 자동차 제조사에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과 중국산 전기차 공세에 맞서 보조금 확대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폭스바겐은 독일 정부에 전기차 보조금 대당 4000유로(약 600만원)를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11월 긴축예산을 짜는 과정에서 기존의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없앴다.
반면 BMW는 “시장을 왜곡하는 단기 처방은 필요하지 않다”며 그보다 보조금을 충전 인프라를 늘리는 데 써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연구진은 “교통 부문의 탈탄소화는 전기차로의 전환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며 “주행 거리를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는 등 여러 방안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