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은 혁신 기술이지만, 환경적으론 저주다. 어류 양식이 증가하면 멸치·크릴새우 등 작은 바다생물의 남획으로 이어져 해양생물 생태계에 타격을 입히는 것처럼 AI가 전기를 먹어 치우면 막대한 양의 탄소를 배출할 가능성이 있다.
AI 반도체 시장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는 엔비디아 GPU ‘A100’ 하나의 소비슬롯사이트은 300~400와트시(W/h)다. 손톱만 한 크기의 AI 반도체 3~4개의 슬롯사이트 소모량이 스탠드형 에어컨(평균 1000~1500W/h)과 비슷한 셈이다.
지난해 미국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TRG 데이터센터가 AI 모델의 월별 에너지 소비량을 계산한 결과 마이크로소프트(MS) 빙(Bing) 검색의 AI가 7200MWh 규모의 가장 많은 슬롯사이트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석탄화력발전소 2개가 필요한 수준이며, 연간 약 1867만~2208만 톤(t)의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한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데이터를 저장 처리해 AI의 ‘목장’ 역할을 하는 데이터센터의 증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서다. 세계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운영하는 아마존은 올해 들어 지난 2분기에만 AI 인프라 및 개발 투자에 165억 달러(약 22조5390억 원)를 썼다. AI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이상 투자를 늘린 것이다. 올해 아마존은 AI 인프라에만 305억 달러(약 41조6630억원)를 투입했다. 블룸버그는 아마존이 앞으로 15년간 데이터센터 건설에 1500억 달러(약 205조 원) 규모의 투자를 할 것으로 전망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를 운영하는 MS는 2분기 190억 달러(약 25조9540원)를, 구글은 같은 기간 132억 달러(약 18조312억 원)를 투입했다. 그간 AI와는 거리를 두던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기업 메타도 AI 열풍에 발맞춰 지난해 11월부터 미국 시카고에 데이터센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테슬라는 데이터센터 규모를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오라클 등 유력 정보통신(IT) 솔루션 기업들도 자체 데이터센터를 확대하는 추세다.
지난 4월 20일(현지 시각)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에너지 콘퍼런스 세라위크에 참석한 빌 바스 AWS 부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데이터센터가 사흘에 하나씩 생기고 있다”고 언급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일부 빅테크 기업들에 데이터가 록인(Lock-in) 될 경우 기술 종속이 우려되는 한편, 이용 중인 데이터서버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소중한 정보와 기술이 모두 날아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자체 클라우드 서버를 구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 7월 MS 클라우드 서버에서 일어난 보안 사고가 대표적 사례다.
데이터센터는 반도체에 큰 슬롯사이트이 소비될 뿐만 아니라 서버를 식힐 냉각장치도 많은 슬롯사이트을 필요로 한다. 기존 데이터센터가 클라우드 컴퓨팅 구현만을 위해 설치됐기에 AI 가동을 위한 데이터센터 교체 수요도 크다.
쉽게 말해 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전기 먹는 하마’로 급부상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기 사용량은 2022년 17기가와트(GW)에서 2030년 35GW로 2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가 현재 미국 슬롯사이트의 4%를 사용하고 있는데, 2026년에는 6%, 2030년에는 7.5%에 달할 것이란 조사도 나온다.
이는 미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데이터센터 슬롯사이트소비량이 2022년 460TWh에서 2030년 1000TWh까지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발전 설비는 단기간에 빠르게 늘리기 어려운 데,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면 AI발 슬롯사이트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단 뜻이다. 이미 버지니아주 등 일부 지역은 데이터센터발 슬롯사이트 부족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최근 다시 재생에너지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풍력·태양광·수력 등 자연력을 이용하면 단기간에 슬롯사이트을 생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RE100 달성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다. 풍력과 태양광은 발전 설비를 설치하는 즉시 슬롯사이트 생산이 가능하다. 변전·송전 등 그리드 체계만 구축되면 데이터센터의 슬롯사이트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에너지저장시스템(ESS)를 통해 기상에 따른 슬롯사이트 수급 불안정성도 제어할 수 있다.
이미 MS는 전체 소비 슬롯사이트 중 97%를 재생에너지(풍력 83%, 태양광 15%, 수력 2%)로부터 수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친환경 에너지 구매에 1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아마존도 내년까지 모든 슬롯사이트을 재생에너지로부터 끌어오겠다고 전한 바 있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슬롯사이트 발전 에너지원에서 석탄 사용의 비중은 21%(2023년 기준) 수준에 불과하다. 10년 전인 2013년 41%였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히 감소한 수준이다. 노후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있어 이 비중은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미국은 석탄의 빈자리를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로 채우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석탄에 비해 발전단가가 비싸지만, 친환경적 측면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구를 뒷받침할 수 있다.
소형모듈원전(SMR) 등도 대안으로 제시되면서 국제 우라늄 가격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그러나 주요 국가들의 에너지 당국에서 AI 슬롯사이트 소비에 대한 중장기 슬롯사이트 수급 전략 및 계획 수립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신속하게 도입되긴 어려워 보인다.
한국의 경우 AI에 따른 슬롯사이트 대비책이 아직 미비한 실정이다. 2023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 한국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국내 재생에너지 슬롯사이트 이행은 9%이며, SK하이닉스도 11% 수준으로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 한국은 미국에 비해 풍량이 약하고 일조량이 적어 재생에너지의 발전 효율이 낮고 생산 단가는 높다. 공급의 불확실성도 크다. 한국도 주요 대기업들이 앞다퉈 데이터센터를 증설하고 있지만 정작 전기를 옮기는 슬롯사이트망 구축 준비는 미진한 게 현주소다.

지역별로 분산발전이 보편화된 독일은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산업 설비 인근에 열병합발전소를 비롯해 풍력·태양광 발전 시설이 부록처럼 따라다닌다. 한 발전소에서 대량의 슬롯사이트을 생산해 전국 각지로 송전하는 중앙집중형 발전 전략을 택한 한국과는 차별화됐다. 이는 송전 중 발생하는 슬롯사이트 손실이 적고 지역 내에서 생산, 소비한다는 측면에서 인근 거주지역이나 생활시설과 슬롯사이트망을 공유할 수 있어 유리하다. 데이터센터가 꼭 수도권에 있을 필요는 없기 때문에 독일식 분산발전을 시도해 볼 법하다.
최근 성황리에 마무리된 파리 올림픽에서는 미국 에퀴닉스(Equinix)란 기업이 화제가 됐다. 에퀴닉스는 세계 각지에서 데이터센터를 임대·위탁운영하는 업체로 슬롯사이트을 주로 재생에너지로부터 얻고 있다. 국내에서도 2030년까지 100% 재사용 에너지를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열로 올림픽 아쿠아틱센터의 수온을 유지한 것이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에퀴닉스는 이전부터 프랑스 내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열을 지역 난방과 과일 재배 등에 사용하면서 주목받았다. 분산발전을 통한 슬롯사이트 수급과 데이터센터의 지역 사회 기여는 국내 데이터센터 생태계와 슬롯사이트 체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AI는 단순연산을 반복해서 진행하는 특성상 슬롯사이트 소모가 극심하다. 프롬프트에 입력해 답을 얻는 데 기존 단순 검색에 비해 10배 이상 슬롯사이트을 사용한다. 데이터센터가 재생에너지 체계를 100% 갖춘다고 해도, 말단의 사용자 슬롯사이트 사용량까지 통제할 수는 없다. 이 역시 저슬롯사이트 반도체 등을 통해 풀어야 할 숙제다.
인류를 위해 인류에 의해 탄생한 AI는 양면성이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의료, 교육,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혁신을 끌어내 인류의 삶을 변화시키지만 동시에 막대한 에너지 소비와 환경 오염, 사회 불평등 심화 등 다양한 문제점도 야기한다. 이 문제는 AI가 해결하지 못한다. 결국 인간의 숙제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