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403/35446_25646_1943.jpg)
[WHY?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경쟁이 가열되면서우리 기업들을 향한'인력·기술 빼가기'가 극성을 부리고있다.]
최근 SK하이닉스 반도체 부서에서20년간 일했던 '베테랑' 연구원이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의 임원으로 이적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기술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기업 차원에서 완벽히 방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2001년부터 SK하이닉스에서 D램 · HBM 설계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A씨는 2022년 7월 SK하이닉스를 퇴사하고,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에 임원급으로 이직했다. 당시 SK하이닉스 퇴사무렵 A씨는"퇴사 후 2년간 (마이크론을 비롯한) 경쟁업체에 취업하거나 용역·자문·고문 계약 등을 맺지 않는다"는 내용의 전직 금지 약정서와 국가 핵심 기술 등의 비밀유지 서약서도작성한 상태였다.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지난달 말 SK하이닉스가 A씨를 상대로 낸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고, 위반 시 1일당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A씨가SK하이닉스에서 근무하며 얻은 정보가 경쟁사인 마이크론에 유출될경우 SK하이닉스의 경쟁력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지난해 8월 SK하이닉스가 A씨에 대한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지 7개월 만에 받아들인 인용이라 SK하이닉스의 노하우가 이미 유출됐을 수 있다는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메모리 3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중 가장 시장 점유율이 낮은 마이크론이 돌연 (4세대 HBM3 생산을 건너뛰고) 5세대 HBM3E 양산 소식을 발표한 것을 두고'핵심 인력포섭 등 수법을사용한 것이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과거에도 이 같은 수난을 겪은 적이 있다. 2018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 SK하이닉스 협력업체 임직원 17명이 SK하이닉스의핵심 기술인하이케이메탈게이트(HKMG) 기술 등을중국 반도체 업체에 유출해 재판에 넘겨졌다.
삼성전자도 기술 유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앞서 논란이 된 SK하이닉스 협력업체 임직원들은 2017년 3월부터 8월까지 삼성전자의 자회사 세메스의 전 연구원 등으로부터세메스의 반도체 세정 첨단 기술을 취득해중국에 유출한 혐의도 받았다.또 지난해 6월에는 삼성전자 전 임원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설계 도면을 그대로 본뜬 반도체 공장을 중국에 설립하려다 적발돼 구속 기소된 바 있다.
![박진성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우리카지노추천범죄수사부장이 지난해 6월 12일 수원지방검찰청에서 '반도체 공장 설계자료 해외유출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403/35446_25649_436.jpg)
최근에도 해외경쟁사에서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의 핵심 인력을 빼내기밀 정보를얻으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발생한 '산업기술 해외 유출' 적발 건수는 총 96건으로, 그중 38건(39.6%)이 반도체 분야에서 발생했다. 지난해만 두고 보면 전체 적발 건수(23건) 중 반도체 분야가 절반 이상(15건)을 차지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막는데한계가 있다.김운호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전직 금지등의) 서약서가 항상 유효한 것은 아니다.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술인지 여부가가장 중요하며, 이 같은 기술이 해당 직원의 전직으로인해 경쟁 업체로 흘러갈 우려가 있는지, 또 그 직원을 (특정 기간 동안) 전직 금지시키는 만큼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졌는지 등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 법원에서 전직 금지 가처분이 인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금지 기간은 통상적으로 2년이 가장 일반적이다. 가치가 높은 기술의 경우에는 3년 약정도가능하다.하지만 반도체와 같은 국가 핵심기술의 경우에도, 첨단 기술 부문을 담당하는등 해당 직원이'특별한' 기술을 획득했다고 여겨진경우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약정 위반처벌이 가벼워, 기술 유출 사안의 중대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문제도 있다.박종훈 한국반도체컨설팅협회 이사장은 "약정 위반 행위가 있다고 해도, 민형사상 법적 처벌이 가볍다. 또 경쟁사에서 (전직한 직원이) 법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지원을 제공한다는 점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1심 사건(33건) 중 무죄(60.6%)와 집행유예(27.2%)가 전체의 88%가량을 차지했다. 또 2022년 선고된 '영업비밀 해외 유출 범죄'의 형량은 평균 15개월에 불과했다.
한 법조계관계자는 "보통 전직하는 사람들은 약정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입·퇴사 시요식 절차처럼 관행적으로 체결되는 경우가 많아중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많다. 이 때문에 일이 터지고서야문제가 되는데,그때는 이미 기술 유출이 일어난 후"라고 전했다.
경쟁사가파격적인 전직 조건이나 기술 유출 대가를 제시하면, 개인 입장에서는유혹에 넘어가기 쉽다.세메스의 첨단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세메스 전 연구원 등은 약 1200억원의 대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현대자동차가 10여 년간 약 35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자동차 변속기 생산 기술은현대자동차 해외사업부 직원이 중국 기업에 10억원을 받고 넘겼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기업이 핵심인력을장기적으로케어하는 등 사실상 이상적인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더 좋은 조건의 경쟁사로 가겠다는 사람을어떻게 막겠나"라며 "물론 핵심 인력 한두 명이 경쟁사로 전직한다고 해서 기업에 큰 타격은 없겠지만, 그들이 기술을 유출하려는 의도를 지니면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전했다.
/ 우리카지노추천 이세연 기자 mvdirector@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