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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 전자투표는 실패했는데… 슬롯 사이트, 돈 될까?

[Credit & Capital]

  • 기사입력 2025.08.25 15:00
  • 최종수정 2025.08.25 17:01
  • 기자명김타영 기자

2027년 1월부터 시행될 슬롯 사이트가 뜻밖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삼성슬롯 사이트는 2021년 사상 최초로 주주총회를 온라인 생중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비대면 수요가 늘었던 까닭이다. [사진=뉴시스]
삼성전자는 2021년 사상 최초로 주주총회를 온라인 생중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비대면 수요가 늘었던 까닭이다. [사진=뉴시스]

지난 7월 3일 상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때, 슬롯 사이트 도입은 그렇게 주목받는 내용이 아니었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까지 확대한다든가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3% 룰’같은 훨씬 매운 내용이 함께해서였다.

이런 기류는 7월 말까지 이어졌다. 주요 경제단체를 비롯해 대형 로펌들이 상법 개정안 관련 설명회를 개최했지만, 슬롯 사이트는 설명회 후반부에나 잠시 언급되는 내용이었다. 한 참석자는 “(2차 상법개정안으로 예고된) 감사 분리 선출이나 집중투표제까지는굉장히 관심이 높았지만, 슬롯 사이트는 질의응답 시간에도 외면받을 정도로 관심이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8월 들어 미묘한 변화가 감지돼 눈길을 끈다. 슬롯 사이트 도입을 어떻게 수익과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업체들이 나타나고 있다.

◆ 슬롯 사이트총, 예상 밖 관심

“구체적인 시행령(대통령령)이 안 나와서 기능이랑 스펙 잡기도 불가능하지만, 벌써부터 슬롯 사이트 설루션 개발에 나선 곳이 있습니다.” IT업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슬롯 사이트 도입에 선제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곳은 의무 대상 기업(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사)들이 아니라 IT업체들이다. 슬롯 사이트가 도입되면 운영을 위한 IT설루션이 필요할 것이란 예상이 배경이다.

지난해 기준 슬롯 사이트 도입 의무 대상 기업은 총 267개이다. 여기에 의무는 아니지만 주주친화적인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고려하면 300여 개 업체가 잠재 고객사에 오를 수 있다. 덩치가 큰 기업들인 만큼 스스로 설루션을 구축할 수도 있겠으나 “사고 방지를 위해, 또 사고 발생 시 책임 경감을 위해 전문업체에 외주 의존하는 곳이 많을 것”이란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다.

◆ 데자뷔? 과거와 닮아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증권 및 관련 업계에서는 묘한 호기심이 피어오른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던 까닭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한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과거 슬롯 사이트제가 확산했을 때와 오버랩되는 면이 있습니다. 당시엔 시스템을 제공하던 곳이 한국예탁결제원 외에 증권사 3곳이 더 있었어요.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이었죠. 하지만 현재는 삼성증권만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슬롯 사이트는 2006년 4월 증권거래법(자본시장법 전신) 개정을 통해 도입 근거가 마련됐다. 이후 2009년 5월 상법 제368조의4가 신설되면서 법률상 도입돼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0년 5월 시행됐다. 한국예탁결제원은 같은 해 8월 슬롯 사이트시스템 K-evote(2020년 K‑VOTE로 명칭 변경)를 론칭함으로써 이를 지원했다.

법률과 시스템은 진작에 갖췄지만, 슬롯 사이트가 본격 확산한 건 코로나19 팬데믹 때였다. 당시 격리 환경으로 비대면 수요가 커진 덕분이다. 증권 3사도 이때를 전후해 슬롯 사이트시스템을 출시했다.

슬롯 사이트

◆ 확산 한계, 흥행도 실패

하지만 미래에셋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론칭 2~3년 만에 서비스를 접었다. 당시 이들이 내세운 이유는 “실질적인 정보 제공 한계와 낮은 주주 참여율 등의 문제로 고객 실익이 크지 않다”였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이는 일부 사실로 확인된다. 2020년 슬롯 사이트를 통한 의결권 행사율은 4.95%였는데, 2021년은 4.67%로 줄어든 것이다. 2022년 9.80%로 급증했지만, 이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슬롯 사이트 이용이 본격화한 덕분이지 일반 주주 참여가 는 것은 아니었다. 서비스 이용이 가뜩이나 낮은 상황에서 줄어들기까지 하니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좀 더 적나라한 이유가 설명되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다른 업체들도 준비한 곳이 있었습니다. 신규 채용도 하고 조사도 했던 기억이 있어요. 하지만 급격히 기대가 식었죠. 결과적으로 돈이 안 됐습니다. 슬롯 사이트가 리테일엔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도 있었는데, 대부분 개인주주는 주식 보유 기간이 짧아 (주총에 참여할 만큼 관심 있는 고객이 적어) 그마저도 안 됐어요.”

◆ 기회일까 리스크일까

증권업계의 호기심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전자투표가 아닌 슬롯 사이트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결국 돈이 될까 안 될까에 대한 궁금증이다.

기존 전자투표는 주주총회 전 사전 의결권 행사방식으로, 실시간으로 주주총회 의사진행 및 결의에 참여하는 슬롯 사이트와 구별된다. 따라서 슬롯 사이트는 수익화할 수 있는 요소가 더 많고 주주들의 관심도 더 쏠릴 수 있다.

다만, 슬롯 사이트가 흥행할 것을 가정해도 직접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기술적 장애나 결함이 불러올 후폭풍이 가늠 안 되어서이다. 상황에 따라선 해당 증권사의 전체 시스템 신뢰도가 급락할 수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리스크 수준을 어느 정도로 판단하느냐에 따라 결정이 나뉠 것 같습니다. 어느 주체든 심각하다고 생각하면 위험의 외주화를 고려할 수있겠죠. 하지만 현재는 개정안의 세부 내용이 나오지 않아 판단할 수 없습니다. 의무 대상 기업이나 증권사, 한국예탁결제원, IT업체 가운데 사안의 특수성이나 전문성을 고려해 (정부가) 특정 집단을 콕 집을 수도 있어 아예 선택이 불가능할 수도 있고요. 정부의 상세한 규정 마련이 우선돼야 할 것 같습니다.”

/ 슬롯 사이트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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