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8/49621_43095_658.jpg)
미국은 지금 결혼 시즌이다. 매년 결혼의 3분의 1이 집중되는 9~10월을 앞두고 있다. 2025년 신부들의 모습은 과거와 사뭇 다르다. 오늘날 결혼하는 여성들은 CEO, 스타트업 창업자, 크리에이터, 브랜드 빌더, 엔지니어, 의사, 부동산 투자자, 과학자, 소상공인 등으로 활동한다.
이들은 복잡한 주식 보상 패키지를 협상하고, 사업을 키우고, 상당한 자산을 쌓아왔다. 여성들은 남성을 앞질러 대학원 학위를 취득하고 단독 주택을 구입하고 있으며, 부모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로부터 약 80조 달러 규모의 ‘대규모 자산 이전’을 물려받을 세대다.
하지만 결혼만큼은 여전히 오래된 규칙이 지배한다. 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낭만을 해치는 일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건 이런 낡은 서사를 바꾸는 일이다. 사실 커플이 처음 경험해야 할 법적 문서는 유언장이 아니라 혼전계약서다.
오늘날 미국 결혼의 절반 가까이는 여성의 소득이 배우자와 같거나 더 많다. 50년 전보다 세 배나 늘어난 수치다. 그럼에도 많은 여성은 사업 파트너십에서는 당연히 요구할 재정적 보호 장치를 결혼에서는 갖추지 않는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 지분계약 없이, 회사를 다니면서 보상체계를 확인하지 않고 시작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 결혼에서는 왜 재정적 합의를 뒤로 미루는가.
혼전계약서는 불신의 상징이 아니라 안전망이다. 이 인식을 전환하지 못하면 재정적으로 더 큰 위험을 초래한다. 통계적으로 이혼 후 여성의 소득은 평균 41% 줄어 남성(23%)의 두 배 가까운 충격을 받는다. 기업을 일군 창업자나 지분 보유자라면 위험은 더 크다. 이혼은 곧 회사의 통제권 상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혼전계약 플랫폼 ‘퍼스트(First)’의 사용자 중 약 절반은 여성이다. 이들은 혼전계약을 통해 재산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결혼의 기초를 단단히 다진다. 가치와 목표, 돈에 대한 생각을 미리 투명하게 나누는 과정이 결혼 생활 전반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혼전계약은 갈라섬의 도구가 아니라 함께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인식이다.
오늘날 커플은 학자금 대출, 가업 승계, 상속 문제, 지출·저축의 경계 등 다양한 이슈를 혼전계약서에 담는다. 교사가 AI 엔지니어와 결혼하면서 연금은 지키고, 상대의 스톡옵션은 어떻게 관리할지 합의할 수 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는 창작 사업을 별도 재산으로 보존하면서 배우자와 공동의 부를 키워나갈 수 있다.
밀레니얼과 Z세대 여성들은 부모 세대의 이혼 과정을 목격하며 배우지 못한 교훈을 얻었다. 보호 장치 없이 결혼했다가 사업이나 상속 재산을 잃는 사례도 지켜봤다. 이들은 사랑과 재정 계획이 상충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한다. 오히려 보완적 관계다.
특히 고소득층에서 변화가 두드러진다. 18~34세의 신혼부부 및 약혼자 중 47%가 혼전계약서를 고려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재정적 성공은 다른 자산과 마찬가지로 보호가 필요하다는 자각 때문이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혼전계약을 결혼 생활의 표준적 재정 도구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연봉 협상이나 스톡옵션 계약처럼 필수적인 절차라는 인식이다. 성공한 현대 여성들은 이를 이미 증명하고 있다. 돈 이야기가 사랑을 해치지 않는다는 사실, 오히려 투명성과 존중을 바탕으로 한 관계를 강화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혼전계약을 요구하는 여성들은 이혼을 전제로 하는 비관론자가 아니다. 오히려 솔직하고 명확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낙관주의자다. 이런 커플은 폭풍우를 더 잘 견딘다. 햇살과 비가 섞인 날씨를 동시에 준비했기 때문이다.
재정적 독립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진 시대다. 그 독립을 지키는 일은 이기적인 게 아니다. 현명한 선택이다. 명확성, 공정성, 상호 존중 위에서야 비로소 건강한 결혼이 가능하다. 질문은 단순하다. 최악을 대비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마땅히 누려야 할 미래를 위해 준비할 의지가 있는가.
/ 글 Libby Leffler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리비 레플러(Libby Leffler)는 온라인 혼전계약 플랫폼 퍼스트(First®)의 창업자이자 CEO다. 퍼스트를 설립하기 전에는 소파이(SoFi), 페이스북(Facebook), 구글(Google)에서 임원으로 활동했다. 레플러는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최우등으로 MBA 학위를 받았으며,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를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