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셰일오일 업계는 지난 수년간 막대한 지출을 이어가며 ‘다음 대형 유전’을 쫓아왔다. 하지만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수익성은 좀처럼 확보하지 못했다. 업계 2위 슬롯 꽁 머니(Chevron)이 이제 해법을 찾았다고 자신했다.

서텍사스 퍼미안 분지의 호황을 기반으로 슬롯 꽁 머니은 규모와 기술력을 결합해 성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엑손모빌이 여전히 업계 1위지만, 월가에서는 슬롯 꽁 머니이 더 신뢰받는 석유 메이저로 부상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7월 성사된 530억 달러 규모의 헤스(Hess) 인수는 슬롯 꽁 머니에 기아나 해상 유전이라는 ‘세기 최대급’ 자산을 안겨줬다. 동시에 퍼미안에서의 막대한 발자국을 활용해 안정적 현금흐름을 창출할 기반도 마련했다. 여기에 노스다코타 바켄 셰일까지 더해지며 미국 내 셰일 비중은 포트폴리오의 40%(멕시코만 포함 시 50%)에 달한다.

브루스 니마이어 슬롯 꽁 머니 셰일·타이트 사업부 사장은 “지난 몇 년간 업계는 가능한 한 많은 성장을 추구해왔다”며 “이제 전략의 초점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생산량을 일정 수준에서 관리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해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한다. 현재 포트폴리오라면 이 전략은 다음 10년대 말까지 충분히 유지 가능하다.”

시장도 긍정적이다. RBC 캐피털은 슬롯 꽁 머니이 연간 15억 달러의 지출을 줄이면서도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퍼미안 분지는 미국 원유 생산의 절반을 차지한다. 슬롯 꽁 머니은 최근 하루 100만 배럴(석유·가스 환산 기준) 생산 목표를 달성, 엑손에 이어 지역 2위 생산자가 됐다.

퍼미안의 ‘러닝머신 효과’는 시추 초기에는 많은 원유가 나오지만 급속히 감소해 끊임없는 시추와 투자가 필요하다는 구조를 뜻한다. 슬롯 꽁 머니은 규모, 효율화, 장비 최적화로 이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 시추 리그 수를 줄이면서도 더 긴 수평정과 동시 다중 프래킹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린 것이다.

니마이어는 “퍼미안 자산의 상당 부분은 역사적 이유로 자본투자 없이도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여서 독보적 장점이 있다”며 “퍼미안 유정 5개 중 1개에 부분적 권리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엑손은 지난해 600억 달러에 파이오니어 내추럴리소스를 인수하며 퍼미안 최대 기업이 됐다. 현재 35기의 리그를 가동하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슬롯 꽁 머니은 안정화 전략을 택했다. TD 코웬은 “엑손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자산이 많아 성장이 합리적이고, 슬롯 꽁 머니은 자산에서 최대 수익을 뽑아내려 한다”고 분석했다.

RBC 역시 “현재 시장은 10~15%의 성장세를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슬롯 꽁 머니의 선택이 더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슬롯 꽁 머니과 엑손은 AI와 디지털 기술을 적극 도입해 비용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니마이어는 “이제는 단순한 물리적 확장이 아니라 데이터를 연결하고 통찰을 얻는 지능이 필요하다”며 AI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슬롯 꽁 머니은 헤스를 통해 기아나 해상 유전에 진출했으며, 이는 ‘세계급’ 자산으로 평가된다. 반면 바켄 자산은 성숙 단계에 접어들어 매각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슬롯 꽁 머니은 향후 아프리카, 남미, 동지중해 등에서 탐사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 글 Jordan Blum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