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사이트사이트가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8/49614_43086_5620.jpg)
루이지애나 북동부 리치랜드 패리시(Richland Parish)의 한적한 농지가 굴착기로 뒤덮였다. 2000에이커가 넘는 붉은 점토 땅이 평탄화됐고, 흑곰이 아직도 오가는 이 지역은 주민 2만 명 중 4분의 1이 빈곤선 아래에 살고 있다.
이곳에 들어선 주인공은 시가총액 기준 세계 6위 기업 메타(Meta)다. 메타는 이 땅을 자사의 ‘가장 대담한 AI 구상’의 본거지로 삼고 있다. 바로 인근에 위치한 미국 최대급 헤인즈빌 셰일가스전 덕분에 막대한 가스 발전 전력이 가능한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착공한 ‘하이페리온(Hyperion)’ 프로젝트는 메타가 지금까지 추진한 데이터센터 가운데 최대 규모다. 9개 건물로 이뤄진 이 복합단지는 총 면적이 400만 제곱피트에 달하며, 서버 뱅크가 빼곡히 들어설 예정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이 프로젝트를 ‘슈퍼클러스터’라 부르며 “맨해튼 면적 상당 부분을 덮을 규모”라고 밝혔다. 완공 시 최대 500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력과 맞먹는 에너지를 소비하는,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이페리온은 2기가와트 이상의 연산 능력을 갖추고, 장차 5기가와트까지 확대될 수 있다. 메타는 이를 통해 오픈소스 대형 언어모델(LLM)을 학습시킬 계획이다. 메타버스 실패로 AI 경쟁에서 뒤처졌던 메타는 이번 프로젝트를 ‘슈퍼인텔리전스’를 향한 대규모 도약으로 포장하며, AI 인재 영입에 2억 5000만 달러의 연봉 패키지를 제시하고 스타트업 스케일AI 지분 49%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저커버그는 “슈퍼인텔리전스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것이라는 확신 때문에 이 모든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30년 문을 열 예정인 하이페리온이 실제 어떤 AI에 쓰일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메타는 이를 미국 전력망 확장의 모델로 내세운다.
지역 주민들은 세계 최대 규모 프로젝트가 ‘이런 시골’에 들어선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인근 교회의 목사 저스틴 클라크는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지금도 ‘이런 게 가능해?’라는 감탄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자리 창출을 환영하면서도 “북미 최대 공사 현장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규모가 너무 커서 상상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거대한 데이터센터는 전력과 물을 엄청나게 빨아들일 전망이다. 서버를 냉각하고 가동하기 위해 필요한 전력은 뉴올리언스의 두 배 이상이다. 지역 전력사 엔터지는 이를 위해 2.3기가와트 규모 가스발전소 3기를 새로 짓는다. 이는 수십 년 만의 신규 가스발전 건설이다. 소비자 요금 인상과 기후 목표 후퇴 우려 속에 논란이 거세지만, 루이지애나 규제 당국은 8월 20일 이를 조기 승인했다. 규제 당국은 이 모델이 향후 다른 주와 빅테크 간 전력 계약의 ‘전국적 템플릿’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대 전력 수요가 남긴 질문
비평가들은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런 초대형 프로젝트가 ‘버블’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AI 모델 효율이 높아지거나 기업이 파산하지 않는 한, 지금 같은 전력 소모는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미 에너지부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28년까지 세 배로 늘어나 미국 전력의 최대 12%를 차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엔비디아·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도 각각 수십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투자를 발표하며 경쟁 중이다.
하지만 지나친 가스발전 의존은 공급망 병목, 환경오염, 전력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방과 업계 분위기가 ‘짓고 또 짓자’에 맞춰져 있지만, 비용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메타는 32억 달러 규모 가스발전 비용을 15년간 부담하고, 루이지애나 전역에 1.5기가와트 규모 태양광·배터리 발전소도 짓기로 했다. 이에 시에라클럽 일부는 지지를 보냈으나, 다른 환경단체는 여전히 반대한다.
환경단체 ‘에너지 혁신’은 “재생에너지와 배터리를 우선하고, 가스는 보조적 수단으로만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엔터지는 “메타 같은 대규모 데이터센터에는 24시간 안정적 전력이 필요하며, 가스가 유일한 합리적 선택”이라고 반박했다.
지역 주민 사이에서도 의견은 갈린다. 일부는 세대에 걸친 삶의 터전이 흔들린다고 느끼지만, 또 다른 주민들은 “이미 일어나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 활용해야 한다”는 현실론을 택한다.
/ 글 Jordan Blum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