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13일(현지 시간) 제품을 뇌 신호로 조작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공상과학’ 같은 비전을 공개했다. 뇌 임플란트의 도움으로 이런기능이 실현된다면이는 애플에 또 하나의 획기적인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이는 애플이 여전히 최첨단 기술에 눈을 두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이 기술이 일반 대중에게는 당장 실용화하기 어렵고, 단기적인 수익원으로도 작용하기 어렵다는 현실도 드러낸다.

현재 애플이 진짜 필요로 하는 건 뇌 인터페이스가 아니다. 바로 아이폰 판매의 반등이다. 지난 3년간 사실상 정체된 아이폰 수익은 기술 대기업 애플의 주가에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애플 주가는 올해 들어 15% 넘게 하락했다. 성장 둔화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이 불러온 충격이 맞물린 결과다.

팀 쿡 애플 CEO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최신 아이폰 모델 출시로 반전을 노렸지만 기대만큼의 반향을 불러오지 못했다.

이달 초 애널리스트들과의 전화 회의에서 쿡은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라는 자체 AI 브랜드를 중심으로 아이폰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강조했다. 그는 아이폰16 시리즈가 애플 인텔리전스를 사용할 수 있는 국가에서 더 많이 팔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가장 진보된 AI 기능들은 여전히 오픈AI 같은 외부 파트너에 의존하고 있다. 아이폰은 여전히 애플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핵심 제품이다.

지난해 애플은 증강현실(AR) 헤드셋 ‘비전 프로’를 출시하며 또 다른 돌파구를 노렸다. 이 기기는 현실 공간 위에 영화를 투사하거나 NBA 경기를 1열에서 관람하는 듯한 체험을 제공한다. 혁신적 디자인은 호평을 받았지만, 스키 고글 같은 외형과 3500달러에 달하는 높은 가격 탓에 대중적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10년에 걸친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는 2024년 완전히 중단됐다. 애플의 과감한 혁신 전략이 수익성으로 이어지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어 애플은 루게릭병(ALS)이나 척수손상 환자처럼 움직임이 제한된 사용자를 위해 뇌파 인터페이스를 활용한 신기능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사용자의 뇌파를 해석해 애플 기기를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로, 해당 분야 스타트업인 싱크론(Synchron)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기술 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싱크론의 CEO 톰 옥슬리는 “이 기술은 인간-기기 간 상호작용의 결정적인 순간을 의미한다”며 “애플은 터치, 음성, 타이핑에 이어 뇌파를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정식 채택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로선 뇌 임플란트를 이식한 사용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며, 이들이 애플 기기를 실사용할 수 있게 되는 시점 역시 불확실하다. 뇌파 인터페이스 분야의 대표 기업으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Neuralink) 역시 아직 초기 실험 단계에 머물고 있다.

머스크는 이 기술이 향후 모든 사람의 능력을 증폭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애플은 이번 발표에서 해당 기술을 오직 장애인 접근성 향상에 한정해 설명했다. 상업적 확산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결국, 애플이 당면한 진짜 과제는 여전히 아이폰 판매 부진을 타개하는 거다. 뇌파로 기기를 조작하는 미래는 놀랍다. 하지만 애플의 현재에 필요한 건 더 평범한 거다.바로 확실한 수익 회복이다.

/ 글 Verne Kopytoff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