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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남성 하이엔드 브랜드 '슬롯사이트사이트'가 올 하반기 변화를 맞이 한다.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네 개의 개별 브랜드를 통합해 하나의 브랜드로 재탄생한다. 슬롯사이트사이트만의 지속가능성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포부이다.

김나윤 기자 abc123@fortunekorea.co.kr 사진 강태훈

지속 가능한 패션. 최근 패션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이다. 매 시즌 새로운 상품을 통해 저마다의 신선함을 유지하면서도 미래 세대를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다. 소재 다변화로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패스트패션 대신 슬로우패션을 추구하며 탄소발자국을 줄이겠다는 목표이다.

이탈리아의 남성 하이엔드 브랜드인 '슬롯사이트사이트'도 마찬가지이다. 슬롯사이트사이트는 네 개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플랫폼 브랜드이다. 1951년 바지 전문 브랜드 '인코텍스'을 설립을 시작으로 '몬테도로(재킷)' '글랜셔츠(셔츠)' '자노네(니트웨어)'를 잇달아 인수하며 카테고리별 패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003년에는 이들 브랜드를 슬롯사이트사이트라는 우산 아래로 엮으며 지금껏 남성 럭셔리 캐주얼을 이끌고 있다.

올해 슬로웨어를 이끈 지 햇수로 2년을 맞이해 한국을 찾은 피에로 브라가 슬로웨어 대표는 슬롯사이트사이트코리아와 인터뷰에서 "브랜드명에서 알 수 있듯이 '느리지만 지속 가능한 패션'이라는 우리의 메시지를 더욱 명확하게 할 예정"이라며 "올 하반기 새로운 프로젝트로 글로벌 환경과 사회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하는 럭셔리 브랜드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2023년 슬로웨어에 합류한 브라가 대표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제냐와 토즈에서 10년, 이후 구찌에서 18년간 몸담은 하이엔드 패션 전문가이다.

슬롯사이트사이트의 이 같은 변화를 두고 럭셔리 업계는 긴장하는 분위기이다. 하이엔드 패션 기업을 놓고 환경을 고민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큰 상황에서, 슬롯사이트사이트가 선제적으로 변화 선언했기 때문이다. 따로 운영하던 브랜드들은 슬롯사이트사이트라벨로 모두 통합돼 하나의 브랜드로 재탄생한다. 더욱 정제된 디자인과 모시, 천연 염료 등 환경을 고려한 소재들을 더욱 활용하여 고품질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전략이다.

Q 기존 패션 브랜드와 달리 슬롯사이트사이트의 콘셉트는 익숙지 않다.

그동안 우리는 슬롯사이트사이트라는 큰 우산 아래 이탈리아의 정수를 보여줄 수 있는 주요 브랜드들을 품고 있었다. 고객들이 슬롯사이트사이트 간판이 걸린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지만 그 안에서 본인 취향에 맞는 브랜드를 선택해 왔다. 그야말로 슬롯사이트사이트는 하나의 플랫폼으로역할에 집중해 온 셈이다.

Q 하지만 올해부터 변화를 앞두고 있다고.

우리 브랜드의 핵심 가치인 '지속 가능성'에 더욱 연속성을 부여하려 한다. 지금껏 각각 따로 존재하던 브랜드들을 하나로 합쳐서 슬롯사이트사이트라는 토탈룩(Total look)을 고객에게 제시하려 한다. 이번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슬롯사이트사이트 내 브랜드 간 경계를 허물고, 개별 상품마다 슬롯사이트사이트 라벨로 통합할 예정이다.

Q 그동안 잘 해왔는데 굳이 변화를 이루려는 이유는.

우리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슬롯사이트사이트 안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한 브랜드들이 하나로 브랜드로 새롭게 엮인다면 고객에게 전하는 브랜드 메시지 또한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상품의 변화라기보다는 브랜드의 자연스러운 진화라고 생각한다.

Q 구체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의미하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슬롯사이트사이트는 우리의 미션이자 방향성이다. 특히 하이엔드 패션 기업으로써 여러 방면의 책임을 다하려고 한다. 지난해 비코프(B Corp) 인증을 받은 게 대표적이다.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업을 하는 기업에 부여하는 글로벌 인증마크인 만큼 조직 차원에서 굉장히 자부심 있게 생각하고 있다.

Q 특히 기업 구조와 사회적 책임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환경 기여도 못지않게 기업 스스로를 둘러싼 지속가능성도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가 얻은 이익을 직원과 주주, 그리고 우리의 수많은 파트너사와 최대한 함께 나누려 한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표현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게 그리 어려운 게 아니라고 본다.

Q 럭셔리와 지속가능성. 함께 어울리기 어려운 키워드 같은데.

그럴 수 있겠지만 반대로 충분히 가능하다고도 본다. 우리는 잘 만들어진 비싼 상품을 단순히 판매만 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 브랜드에 깃든 철학과 문화, 예술을 함께 공유하며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고객에게 이탈리아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려 한다. 그래서 상품에 화려한 로고가 없더라도 소재와 디자인을 통해 기품이 느낄 수 있다. 어느 나라, 어느 체형의 고객이 바지와 재킷을 입더라도 부드럽고 편안함을 체험할 수 있을 거다.

Q 슬롯사이트사이트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치열한 럭셔리 시장에서 현실적으로 판매 실적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닌가.

수치상 보이는 결과물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우리의 브랜드와 고객의 접점을 계속 늘려 나게는 게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지향점이다. 슬롯사이트사이트의 기술력, 브랜드의 철학이 담긴 옷을 고객에게 판매하는 게 아니라 경험하도록 하는 게 나를 포함해 직원들이 해야 할 역할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매장 직원들의 고객 응대를 지켜보면 "이 상품 어떠세요"와 같은 말보다는, "입어보세요""만져보세요"식의 권유를 훨씬 더 많이 들을 수 있다.

Q 한국은 '패스트패션'의 중심지이다. 슬롯사이트사이트의 가치가한국 시장에서 통할까.

한국의 유행은 정말 빨리 변한다. 오랫동안 한국 시장을 들여다보면서 패션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트렌드가 수시로 바뀌는 걸 자주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시장 분위기에도 슬롯사이트사이트는 한국 고객에게 소구력이 정말 크다. 일반적인 대중 소비자보단 주로 양품(良品)의 가치를 중심으로 소비하는 리치 고객들이 우리 브랜드를 찾기 때문이다.

Q 한국과의 인연이 깊은 걸로 안다.

그렇다. 개인적으로 글로벌 패션 브랜드 경영진 중에서 나만큼 한국 시장에 대해 분석이 잘 된 사람은 드물다고 생각할 정도다. 과거 구찌 책임자로 있을 당시부터 한국 시장을 가깝게 들여다봐 왔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전까지 면세 사업을 맡으면서 한국을 핵심적으로 맡아왔다. 이후에는 아시아 시장을 담당하면서 한국 사업을 계속 도맡아왔다.

Q 글로벌 패션 전문가로서 한국 시장은 어떤 가치가 있나.

글로벌 패션 흐름에서 명실상부 오피니언 리더가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생산 단계에서 그저 옷을 잘 만드는 국가에서 세계 패션 유행을 발 빠르게 뒤쫓는 국가로 성장했다면, 이제는 유행을 선도하는 나라가 됐다. 한국 시장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일부 상품이 전 세계 시장 상품으로 확대 공급되는 경우도 이제는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이제는 파리, 밀라노가 아니라 한국에서 먼저 론칭 쇼를 선보이는 사례도 잦아지고 있지 않나.

Q 한국 시장을 선점하려는 슬롯사이트사이트의 전략은.

앞서 말한 우리가 올해를 시작으로 새롭게 추진하려는 프로젝트를 잘 추진하는 게 우선 과제다. 중장기적으로는 포지셔닝 변화가 뒷받침될 걸로 보인다. 최근 럭셔리 브랜드들이 마치 경쟁하듯이 가격을 인상하고 있지 않나. 그렇다면 가격대별로 럭셔리 시장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빈 공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슬롯사이트사이트는 그 틈새를 집중적으로 파고들 생각이다. 새로운 강점을 만들기보다는 기존에 갖고 있던 우리가 기존에 확보하고 있던 강점을 좀 더 강화하는 데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