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312/32509_23722_5041.jpg)
SK하이닉스가 웅비하고 있다. 14일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국내 시총 2위자리에 오른 데 이어 15일에는 기업가치가 100조원을 돌파했다. 1년 9개월 만의 시총 2위 탈환이자 2년 8개월 만의 '시총 100조 클럽' 재가입이다. AI 개발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SK하이닉스가 선점한 HBM(High Bandwidth Memory·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크게 늘 것이란 기대가 배경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의 분위기는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최고경영진 회의를 열고 '이례적으로' 몇 개 계열사를 콕 집어 강하게 질책했는데, 여기에 SK하이닉스가 포함돼 있었다.
당시 질책은 투자 건에 집중됐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인텔로부터 중국 다롄 낸드공장과 미국 솔리다임(옛 인텔 낸드사업부)을 막대한 차입금을 들여 인수했다. 이 투자는 이후 전 세계적인 금리인상 기조와 미국의 대(對) 중국 반도체 견제가 본격화하며 문제가 됐다. 거시 변수를 소홀히 한 투자였다는 게 최 회장의 질책 내용이었다.
최근까지 돌았던 'SK하이닉스 유동성 위기설'도 이 투자에 기인한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S&P는 지난 2월 차입금 부담을 이유로 SK하이닉스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린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회사채 대신 4000억원 규모의 장기 기업어음을 발행하며 위기감을 키웠다.
하지만 이달 14일 S&P가 전망을 다시 안정적으로 수정하면서 위기설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S&P는 SK하이닉스가 HBM시장에서의 '선도적 지위'를 바탕으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수익성 개선으로 레버리지 수준을 완화, 차입금 부담을 줄일 것이란 해석이 위기설을 덮었다.
돌이켜보면, SK하이닉스 위기설은 시작과 끝이 모두 투자에서 비롯됐다. 2009년 SK하이닉스가 TSV(Through Silicon Via·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연결시키는 HBM 핵심 개념) 기술 개발팀을 출범시키며 HBM 투자를 시작했을 때, 세간의 관심은 크지 않았다. 당시 한정된 수요 탓에 수익성도 변변찮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시기 일부 기업은 개발팀을 해산하기까지 할 정도로 HBM은 '틈새시장'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SK하이닉스는 이 틈새시장에서 기회를 봤다. 2000년대 들어 AI가 고도화하자 D램을 수평 집약시킨 기존의 GDDR(Graphics Double Data Rate) 방식은 한계를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TSV 기술 개발팀 출범 4년 만인 2013년 세계 최초로 HBM 개발에 성공하면서 이 분야의 선도적 지위에 올랐다. AI 개발 경쟁이 격화하는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 위상이 훨씬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듯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기업들의 위기와 기회는 대부분이 투자에서 시작되는 듯하다. 세계 반도체시장이 요동치는 현재는 그 중요성이 더 커졌다. AI,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이 현실화함에 따라 반도체시장 전체가 거대 변곡점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들은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강요받는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와 중국 다롄 공장 인수도 당시엔 '합리적 결정'이라 판단했기에 진행된 것임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주문하고 싶다. 더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그래서 반도체시장에서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더 고취되길 바란다. 그리고 SK하이닉스가 AI 특화 반도체기업으로 그 선봉장에 서길 기대한다.
/ 카지노 사이트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