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311/31747_23124_5323.png)
최근 부실 공모가 산정 논란이 일자금융감독원은 특례상장 기업의 추정 실적 기재 규정을 강화했다. 내용은 공시 서식을 표준화하고, 실적 근거 항목별로 상세히 기재, 그리고 실적과 추정치 간 괴리율이 클 경우에 작성 지침을 통일했다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피해가면서 절차와 형식만 강화한 모습이다.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판단하는 것 같다.
문제의 본질은 평가의 전문성 결여와 시장에 널리 퍼진 ‘모럴 헤저드(moral hazard)’이다. 모럴헤저드의 경제적 정의는 ‘기업 등 경제적 주체가 시장에서 다양한 거래계약을 통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정보나 자기만 가진 유리한 조건을 이용해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켜 이득을 취하는 것’을 뜻한다. 요즈음 IPO 시장 상황에 딱 들어맞는 내용이다.
기업에서 기획이나 법무 관련한 일을 조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파두 측의 설명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파두가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는 2023년 연간 매출액 자체 추정치로 1202억 원을 제시했다고 한다.
파두 측의 입장문대로“예상을 뛰어넘은 낸드 및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시장의 침체와 데이터센터들의 내부 상황이 맞물려 SSD 업체들 대부분이 큰 타격을 입었고, 당사 역시 이를 피하지 못했다”면 공모 시기를 연기했어야 한다. 회사가 급변하는 상황 변화를 언제 인지했는가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7월에 공모를 하고 8월 7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는데, 3개월 정도 지난 11월 8일 3분기 실적 공시는 자체 추정치와 너무 차이가 컸다. 실제 실적을 열어보니 매출액은 2분기(3~6월) 5900만 원, 3분기(7∼9월) 3억2000만 원에 그쳐,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180억 원에 불과했다. 회사와 함께 실사를 주도한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이 내놓은 1202억 원을 맞추려면 올해 10~12월 3개월 사이에 1000억 원 이상의 추가 실적이 있어야만 한다.
실사를 하고 수수료를 두둑이 챙긴 두 증권사는 규모 면에서 최상위권에 들어간다.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고 공동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었다. 나름 형식적인 내부통제기준도 잘 정리돼 있음이 분명하다. 감독원이 아무리 뒤져도 이들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절차상 하자를 찾아낼 가능성은 없다. 기업에 책임을 묻기도 쉽지 않다. 예상 실적을 고의로 부풀렸다는 증거를 찾아야 하는데 과정이 너무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사실, 규모를 불문하고 국내 모든 증권사는 최첨단 IT나 바이오 기술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과 능력을 자체적으로 갖추고 있지 못하다. 기술을 평가하려면 적어도 두 가지 사항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선,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를 모두 살펴야 한다. 회사 보유 기술은 원천성과 대외 방어력 등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다음은 개발가능성과 시장성이다. 회사 기술 인력 이상으로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평가가 가능한 부분이다. 현 증권회사 리서치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었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내부적인 이해상충 소지를 차단하는 Chinese Wall(정보차단벽)이 실질적으로 구축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냥저냥,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감원의 최근 조치는 국내 증권사들이 기술 평가능력도 충분하고 투자자 보호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정보차단벽도 훌륭하게 구축되어 있다는 가정하에 취해진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 안 되면, 외부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술평가 능력도 없는 곳에 첨단 IT와 바이오 회사들의 가치평가를 맡기는 것은 옳지 않다.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복수의 외부 기관이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독기관이나 한국거래소에서 평가 기관을 선정한다. M&A 시 대주주 주식가치 평가하듯 기업이나 주관사가 임의로 선정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평가에 드는 비용도 증권사나 기업이 지불하면 안 된다. 기업가치가 탐욕으로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은 우선, 기금을 설정하는 형식으로 마련하고, 만약, 공모가 성공하면 주관사에 배분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실패할 경우는 제도의 공정성 확보를 유지하는 비용으로 처리한다.
IPO는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에 달하는 돈이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하나의 기업으로 움직이는 자본시장 자금흐름의 공적 경로이다. 부실 공모가 산정으로 상장 후 주가가 하락하면 수 많은 사람의 재산이 순식간에 날아간다. 그리고, 증권시장은 신뢰를 잃는다.
지난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 시장에 기술평가특례와 성장성특례로 입성한 기술성장기업은 역대 최대 수준인 32곳이다. 이 중 31곳이 기술특례를 이용했다. 이들 가운데 3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기업(스팩 합병상장 제외) 10곳 중 8곳이 올해 누적 매출이 추정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무료 슬롯 사이트코리아 윤두영 글로벌기업연구소장 miche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