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한 시청 홈페이지에는 "5월 7일부터 85세 이상 주민은 코로나 백신 접종 신청 접수 받습니다."라는 공고가 게재됐다. 일본인 중 백신 접종을 완료한 비율은 0.8%로 인도(2.1%)보다 낮은 수치다. 예전 한 외국인 특파원이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 일본이라는 시스템"이라는 책을 낸 적이 있는데,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보여주는 일본의 모습은 실로 그렇다.
왜 이런 사태가 빚어졌는지에 대해 일본 정부는 설명해 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여러 해석이 등장하는데 필자 생각은 "기술대국이라 불리는일본은 왜 독자적으로 백신을 개발하지 않는가?"라는 물음에"백신의 개발과 제조는 비용에 비해후생노동성의 승인을 얻지 못하거나 감염 유행이 빠르게 수습될때 리스크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라고 답을 찾았다.
그렇다면 왜 일본 정부는 외국의 백신을 제대로 수입하지 못하는가?
일본 정부는 외국 제약회사와의 교섭 내용과 계약내용에 대해 설명이 없을뿐만 아니라 일본 관료들의 힘이 막강하여 심사과정이 불투명하고, 영미권 국가와 비교할 때 비합리적일 정도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일본 정부가 백신 공급에 속도감을 보이지 못하는 이유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현재 일본 정부는 외국 기업에게 백신을 부탁하지 않을 수 없는 신세가 됐다. 그러나 후생노동성은 영미권 기업 본사가 아닌, 제약회사의 일본지사 담당자들과 교섭을 시작했다. 상대하기 쉬워서였을까? 상대하기 쉽다고 하더라도 코로나 백신을 승인하지도 못하는 단계에서 제대로 된 이야기가 오고 갈 리 없다. 반면 미국 정부나 유럽 국가들은 제약회사 본사에 대해 백신 공급을 재촉하고 있다. 미국의 제약회사 경영진은 보통 다국적 형태를 보인다. 화이자 CEO는 그리스에서 자란 유대인이며, 백신을 개발한 독일의 비온테크는 터키에서 독일로 이주한 가정에서 자란 의사가 창업한 회사이다. 이들이 일본을 우선할 이유 역시 딱히 없어 보인다.
여기에 더해 일본 특유의 조직 문화가 작용하는 듯 하다. 후생노동성이 이번 코로나19 확산에 뒤늦게 대응한 이유는 법적 근거가 없는 트계를 만들어 훗날 자신들이 그 책임을 질지 모른다는 우려움 때문일 것이다. 또한 패전 이후 결핵 박멸에 성공하면서 전국 각지의 감염병 대책 거점인 보건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현실도 이번 코로나 대응 실패의 원인일 것이다. 일본에서는 의사의 과반수가 개인병원을 경영하고 있어 감염병에는 대응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형 병원에서도 감염병 환자에 대한 병상이나 의료기기뿐만 아니라 의사나 간호사 역시 부족한 상태이다. 일본 재무성 역시 세수가 모자란 상황에서 감염병 대책에 예산을 늘릴 수도 없다.
일본은 모두가 책임을 다하고 있는듯 보이지만, 의미 있는 결과를 내지 못하는 무책임 체제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본 칼럼은 외부 필진의 의사임을 알려드립니다."
김동환 박사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정책과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