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슬롯머신 미국 공급망을 무기화하고 있다.[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0/50260_43875_278.jpg)
미국 하이테크 산업을 움직이는 희토류를 둘러싼 중국의 장악력이 공급망을 흔드는 경제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을 지낸 사모투자(PE) 업계 거물 윌버 로스(Wilbur Ross)의 경고다. 그는 중국이 희토류를 대미 지렛대로 쓰는 법을 익혔고, 공급망의 ‘무기화’를 더 밀어붙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희토류는 중국에 아주 유용한 무기다”라면서 “약간의 수익을 포기하는 대가로 꽤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광산을 대부분 소유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련·가공 단계는 다르다. 글로벌 설비의 90%가 중국에 몰려 있다.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등 17개 안팎의 원소가 여기에 해당한다. 전기차와 자석, 풍력 터빈, 고급 반도체, F-35 전투기, 유도탄에 들어가는 필수 재료다.
로스는 미국의 취약성이 오랫동안 조용히 쌓여 왔다고 말한다. 중국이 최근 도입한 새로운 수출 허가제가 그것을 드러냈다. 그는 이 제도를 “위장된 배급 시스템”이라고 표현했다. “등록 절차를 얹었다. 통제를 가리는 방식일 뿐이다. 승인을 일부러 얼마나 느리게 할지 누가 알겠나.”
즉 중국은 무역협정을 공식적으로 위반하지 않고도 미국 제조업체에 가는 물량을 사실상 배급할 수 있다. 로스는 “매우 효과적인 무기”라면서 “우리의 하이테크 산업과 국방 수요를 정면으로 겨냥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역 긴장이 누그러지지 않으면 6~12개월 안에 공급난이 미국 산업을 강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부 완성차 업체가 무역전쟁 초기 희토류를 비축했지만 “말 그대로 반올림 오차 수준”이었다. 그는 “미국 기업들이 쌓아둔 초과 물량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면서 “지금 대치가 이어지면 일부 라인은 멈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드(Ford)가 이미 경고했다. 희토류 공급이 더 조이면 최소 한 개 공장을 멈출 수 있다고 했다. 로스는 이것이 작은 비중이라 해도 더 넓은 혼란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로스는 “희토류는 전투기와 로켓 등 온갖 곳에 쓰인다”면서 “첨단 반도체가 필요한 건 거의 다 희토류 수요를 동반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현대 제조는 고급 칩 의존도가 높다. 미국산 승용차 한 대에는 반도체가 400~500개 들어간다. 전기차는 이보다 더 많다. 청정에너지 전환과 국방 모두에서 희토류는 ‘단일 장애 지점’이 된다.
그렇다면 중국과의 무역 합의는 현실적일까. 로스는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중국이 진짜로 합의를 원한다고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를 거친 수년의 협상에도 내놓을 만한 성과가 별로 없었다.”
베이징에는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시진핑 주석은 이 사안을 ‘미국의 악의적 공격’ 탓으로 돌리는 프레임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그사이 중국은 정치적으로 이득을 본다. 지금까지 중국이 느낀 고통은 충분하지 않았다. 테이블에 진지하게 나오게 만들 만큼은 아니었다.”
다음 전선은 더 격렬할 수 있다. 워싱턴에서는 대중 첨단 AI 칩 수출을 더 조이자는 논의가 나온다. 로스는 이 결정이 파국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면 금수는 매우 강한 조치다. 전쟁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그렇게 하면, 중국은 대만 봉쇄에 나설 수 있다.”
그 결과는 치명적일 게 뻔하다. 대만 TSMC는 세계 최첨단 칩의 90% 이상을 만든다. 미국의 국방 시스템과 최첨단 AI 칩도 여기에 의존한다. 로스는 “그건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미국은 ‘광물 전쟁’에서 여전히 뒤쫓는 위치다. 미국과 유럽에서 정련 공장을 짓고는 있지만 단기 리스크를 없앨 만큼 빠르지 않다. 로스는 경고했다. “타이밍이 안 맞는다. 중국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 글Eva Roytburg & 편집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