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 꽁 머니 자동화가 본격화되며 가장 먼저 흔들릴 자리는 커리어의 첫 단추를 꿰는 초년생들의 자리다.[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9/49984_43534_5729.jpg)
AI 스타트업 앤스로픽(Anthropic)의 최신 데이터가 Z세대의 가장 큰 불안을 건드렸다. 기업들이 AI를 협업보다 업무 자동화에 훨씬 집중하면서, 초년생 일자리의 양과 질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앤스로픽은 16일 발표한 이코노믹 인덱스(Economic Index) 보고서에서 자사 AI 소프트웨어 ‘클로드(Claude)’ 이용 데이터를 분석했다. 100만 건의 API 전송 내역을 토대로 집계한 결과, 이용 기업의 77%가 ‘완전 위임’ 수준의 자동화를 목적으로 AI를 활용한 반면, 학습이나 협업에 쓰는 경우는 12%에 불과했다.
앤스로픽 경제 담당 수장 피터 맥크로리는 “기업들이 생산성 효과를 끌어내기 위한 내재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단계”라면서도 “노동시장에도 분명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스탠퍼드대가 지난달 발표한 첫 연구는 “AI 노출도가 높은 직무에서 초기 경력 근로자의 고용이 상대적으로 13% 감소했다”고 경고했다. 이는 기업들이 대규모로 AI를 업무에 도입한 시점 이후에 발생한 변화다.
앤스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 역시 위험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향후 5년 안에 초년생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절반 가까이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하며 “대부분은 이런 일이 곧 닥친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믿기 어렵겠지만 현실이다”라고 경고했다.
취업 플랫폼 제티(Zety)가 Z세대 근로자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5%는 ‘대학 학위가 있어도 AI로 인한 실직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크리스토퍼 스탠튼 교수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AI가 일자리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더라도, 특히 초년생들이 맡던 업무(Task)를 자동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광고 카피 초안을 AI가 작성할 수 있지만, 입력과 편집은 여전히 사람이 맡는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경력 초입자가 배우며 성장하던 실무 경험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스탠튼은 “AI가 초년생 업무 상당 부분을 대신하게 되면, 기업은 이들을 견습생처럼 훈련시키는 쪽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임금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AI가 당장 침투하기 어려운 육체 노동 직종—전기, 용접, 목공 등—으로 Z세대가 눈을 돌리는 흐름도 주목했다. 지난해 인튜이트 크레딧카르마가 의뢰한 조사에서 미국인의 78%가 “젊은 층이 기능직으로 몰리고 있다”고 답했다.
AI의 고용시장 충격은 아직 예측하기 이르지만, 경제학 연구들은 약한 고용시장에 진입한 청년층이 장기간 임금 손실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표적인 것이 2016년 발표된 ‘계산원일까, 컨설턴트일까(Cashier or Consultant?)’ 연구다. 1974~2011년 대학 졸업생 데이터를 추적한 결과, 경기 침체기에 노동시장에 진입한 졸업생은 첫 해 임금이 평균 10% 낮았고, 이 효과는 7년간 지속됐다. 전공에 따라 격차도 컸다. 금융처럼 고임금 직종은 충격이 적었지만, 철학처럼 저임금 직종은 훨씬 컸다.
오늘날 Z세대는 대공황 시기처럼 경기 침체기에 졸업하는 건 아니다. 다만 AI 확산으로 취약한 고용시장에 진입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 스탠튼 교수는 “역사적으로도 청년층이 취약한 고용 환경에 진입했을 때 장기적 상흔이 매우 컸다”며 “이번에도 같은 우려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글 Sasha Rogelberg & 편집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