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9/49806_43344_1335.jpg)
글로벌 크루즈 기업 카니발 크루즈라인은 지금까지 100개가 넘는 생성형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시범 운영했다. 그중 현재 전사적으로 도입된 것은 6건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CIO 숀 케니(Sean Kenny)는 “속도보다 신중한 진척이 중요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케니는 “우리는 당분간 사용할 수 있는 도구의 수를 제한했다”며 “실험실 같은 시도를 여기저기서 벌이지 않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7년부터 CIO로 재직 중이다.
카니발은 매달 열리는 AI 거버넌스 위원회를 통해 어떤 사례가 자본 투자 우선순위를 받을지, 시범 과정에서 어떤 진척을 보이는지, 언제 본격 도입이 가능한지 등을 결정한다. 이 전략은 홀랜드 아메리카, 코스타 크루즈 등 모회사의 다른 브랜드와는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각 브랜드가 기술 로드맵을 자율적으로 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케니는 CIO의 역할 가운데 하나가 직원들을 학습 과정에 동참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AI 공급업체가 제공하는 교육과정과 사내 해커톤을 장려하고 있으며, 그룹 교육보다는 일대일 코칭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상사와 함께 앉아 있을 때 멍청해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카니발 직원들은 AI 활용에 막히는 순간 중앙 AI팀에 직접 질문을 할 수도 있다.
현재 카니발이 도입한 생성형 AI 사례 가운데 하나는 개인 여행 상담사가 승객의 질문에 더 잘 답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다. 또 다른 사례는 승객이 스테이크를 주문했을 때 가장 잘 어울리는 레드와인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케니는 이 기능이 순추천지수(NPS)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 같은 빅테크의 기술을 활용하는 동시에 사이버보안 분야 등에서 신흥 스타트업도 주시하고 있다. “새로운 플레이어에게 열려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입었던 크루즈 산업은 최근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카니발은 2024년 사상 최대인 250억 달러의 연매출을 기록했다. AI와 신기술 투자가 향후 승객 경험을 개선해 해상 여행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케니는 특히 맞춤화(personalization)에 주목한다. “자메이카 요리 교실을 예약한 승객이라면 선상 와인 테이스팅에도 관심이 있을 수 있다”며 “고객 경험 차원에서 점을 연결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다만 지나치게 적극적인 권유는 피하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카니발은 음식물 폐기물 처리에도 신기술을 시험 중이다. 로봇을 이용해 남은 음식에서 플라스틱·유리·목재 등 이물질을 골라내는 방식이다. 이렇게 정리된 음식물은 잘게 부수어 물고기 먹이로 바다에 버릴 수 있다. 이전까지는 전적으로 인력이 맡았던 작업이다.
또한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해 직원 교육과 디젤 엔진 관리·점검에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른 솔루션은 없어 공급업체들의 개발 상황을 주시 중이다.
더 진전된 분야는 와이파이 서비스다. 10년 전만 해도 호텔과 달리 크루즈선에서 안정적인 인터넷 접속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케니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와 다른 공급업체를 활용해 바다 위에서도 훨씬 안정적인 인터넷 접속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와이파이 개선은 부가 매출로도 이어졌다. 승객들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스노클링, 문화유적 방문 등 기항지 체험 프로그램을 손쉽게 예약할 수 있다. 케니는 AI 기반 여행 추천 기능이 이 같은 체험 상품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굳이 인터넷에서 데이터를 가져올 필요가 없다. 우리는 이미 테라바이트 단위의 데이터 자산을 갖고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 글 John Kell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