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9/49779_43310_1540.jpg)
미국 주택 4채 중 1채 이상, 총 12조 7000억 달러 규모의 부동산이 홍수·허리케인·산불 등 ‘심각하거나 극단적 수준의 기후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리얼터닷컴(Realtor.com®)이 발표한 ‘기후 리스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주택의 26%가 높은 수준의 기후 위험에 직면했으며 특히 연방 정부가 홍수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화된 FEMA(연방재난관리청) 홍수 지도 기준보다 약 200만 채 많은 600만 채(3조 4000억 달러 규모)가 향후 30년 내 심각한 홍수 피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마이애미, 뉴욕, 탬파, 로스앤젤레스, 휴스턴 등 대도시의 수천억 달러 규모 부동산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판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2024년판은 홍수·바람·산불·폭염·대기질 등 5가지 요인을 포함했지만, 2025년판은 홍수·바람·산불만 반영했다. 세 가지 요소만 따져도 지난해 수치는 14조 1000억 달러로 올해 수치(12조 7000억 달러)보다 높았다.
리얼터닷컴 수석 이코노미스트 다니엘 헤일은 “모델 산출 방식이 해마다 달라질 수 있고, LA 대형 산불처럼 굵직한 기후 사건이 반영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홍수와 바람 피해가 가장 우려되는 지역은 마이애미-포트로더데일-웨스트팜비치다. 뉴올리언스와 플로리다 일부 도시는 전체 부동산 대비 홍수 노출 비중이 가장 높다. 산불 위험은 캘리포니아에 집중돼 전체 노출 자산의 40%인 3조 4000억 달러가 걸려 있다. LA와 리버사이드가 대표적이다. 캘리포니아 외에도 콜로라도 스프링스와 애리조나 투손 등이 산불 위험 지역으로 꼽혔다.
위험 지역의 보험료는 치솟고 있다. 마이애미 주택 소유주는 집값의 연 3.7%를 보험료로 지불하며, 이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홍수 보험은 별도 판매되고, 허리케인 공제액은 일반 보험의 5배에 달한다. 산불 보험은 제한적이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세계경제포럼은 이를 보험 사막(Insurance Deserts)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헤일은 “대부분의 모기지에는 보험 가입이 필수지만, 이미 집을 소유한 수백만 명은 법적으로 보험 없이도 가능하다”며 더 큰 취약성을 경고했다.
보험료 급등, 재난 발생 빈도 증가, 보험 가입의 어려움은 주택시장 자체를 흔들고 있다. 위험 지역에서는 주거 비용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는 반면, 저위험 지역은 기후 이주로 인해 집값 상승이 예상된다.
리얼터닷컴은 “FEMA 홍수 지도는 집중호우나 미래 기후 변화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200만 채, 약 1조 달러 규모 주택이 홍수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고홍수 보험조차 들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뉴욕(953억 달러), LA(656억 달러), 샌프란시스코(549억 달러) 등 대도시의 리스크 격차가 특히 크다.
모기지 보증 기관 패니메이(Fannie Mae)의 프리실라 알모도바르 CEO는 포춘 기고에서 “2021년 이후 매년 22건의 10억 달러 이상 재난이 발생하고 있다”며 “1980년대 연평균 3건에 비해 압도적으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 글 Nick Lichtenberg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