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카디안 자산운용의 수석 부사장이자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오웬 라몬트는 8월을 두고 의미심장한발언을내놓았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는 달이지만, 금융시장에는 '공황 시즌(panic season)'이라는 발언이다.
1500억 달러 규모의 퀀트 헤지펀드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하버드 대학교, 예일 경영대학원, 시카고 대학교 경영대학원,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교수직을 역임한 라몬트는 금융 역사를 되돌아보며 놀라운 패턴을 발견했다. 그는 자신의 아카디안 블로그 '오웬노믹스(Owenomics)'에 "시스템 투자가당신의 취향이 아닐지라도, 앞으로 3개월 동안 닥쳐올 엄청난 금융 재앙에 정신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썼다.
그의 연구는 가장 파괴적인 금융 위기 다수시점과 수 세기 동안 이어진패턴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을 제시한다. 시장 붕괴는 8월부터 10월에 걸친 소위 '수확기(harvest time)' 동안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 패턴
라몬트는 "시스템 주식 전략의 노련한 전문가들에게 8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썼다. 그는 2007년 8월의 '퀀트 쇼크(quant quake)'를 회상하며, 그 이후로 분석가들은 8월만 되면 "강박적으로 휴대폰을 확인하고 화면 가득 빛나는 붉은 숫자들이 나오는 악몽을 꾼다"고 썼다.
포춘 인텔리전스의 논평 요청에 라몬트는 2007년 퀀트 시장 폭락 당시 여름 휴가를 보냈던 메인주의 집에서 전화를 받고 있다답했다. 그는 매년 이맘때면 50세가 넘은 모든 퀀트 주식 매니저들이 그렇듯, 그 공황이 "확실히 마음속에 있다"고 말했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 위기의 시작에 가려졌지만, 라몬트는 퀀트 쇼크가 많은 트레이더들이 자리를 비워 유동성이 부족한 '한산한시기'에 발생한 전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라몬트는 북반구에서 투자자들과 시장 조성자들이 여름휴가를 떠나는 8월과 9월이 이례적으로 거래 유동성이 낮은 시기임을 보여주는 현대 연구를 인용했다. 얕은시장 유동성은 크고 갑작스러운 거래를 흡수할 능력이 적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위기가 발생 시이례적으로 큰 변동성을 초래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지난 50년을 돌아보며, 라몬트는 대부분의 주요 시장 위기가 8월에서 10월 사이에 발생했으며, 이때 얇아진 시장이 충격을 증폭시켰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 기간 동안 발생한 역사적인 시장 붕괴는 9월에 있었던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붕괴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그리고 10월에 있었던 1987년 블랙 먼데이 주식 시장 붕괴,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가 있다. 미국 건국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비슷한 패턴을 볼 수 있다.
수확기의 깊은 뿌리
라몬트는 미국 최초의 거품인 '스크립토매니아(Scriptomania)'가 1791년 7~8월에 발생했으며, 1857년과 1873년의 공황은 각각 8월과 9월에 일어났다고 썼다. 그리고 1907년의 공황이 10월에 뒤따랐다.
라몬트에게 범인은 명백하다.바로 여름휴가이다. 하지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논의에서, 그는 미국농업 경제가 여름에 휴가를 필요로 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여름은 수확기였고, 돈이 동부 해안대도시에서 서부 농업 지역으로 흘러 들어가는 특별한 시기이기도 했다.
라몬트는 올리버 미첼 웬트워스 스프레이그가 1910년 저서 '국가 은행 시스템 하의 위기 역사'에서 진단한 '공황 시즌'을 인용했다."몇몇 예외를 제외하고 우리의 모든 위기, 공황, 그리고 덜 심각한 통화 긴축 시기는 가을에 발생했으며, 이때 서부 은행들은 곡물 판매를 통해 동부에서 거액의 자금을 인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이 패턴은 1884년 영국의 경제학자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에 의해서도 발견되었다. 라몬트는 제프리 마이런의 1986년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 슬롯사이트 소닉 메이저를 인용하며, 미국 연방준비제도 시스템의 창설 자체가 부분적으로 이러한 공황에 대한 반응이었다고 덧붙였다.
라몬트는 "대략 계산해보면, 올해 8월에서 10월 사이에 엄청난 재앙이 발생할 확률은 10%이고, 11월부터 다음 해 7월까지는 단 2%에 불과하다"고 쓰며, 투자자들에게 다가오는 분기의 이례적인 리스크에 '정신적으로 대비할 것'을 경고했다.
다만, 라몬트는 포춘 인텔리전스에 "다른 해에 비해 올해의 공황 시즌을 특별히 더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시장 붕괴는 여전히 '드문 사건'이라며, 붕괴를 촉발할 수 있는 특별히 레버리지가 높은 시장 참여자를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2007년 8월 퀀트 쇼크가 발생했을 때도 그런 참여자를 알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원격 근무 시대의 수확기?
라몬트는 수확기/공황 시즌 가설을 미국의 금융 거래가 끝나고 아시아에서 시작되기 전, 종종 밤사이에 발생하는 '순간 폭락(flash crashes)'에 비유한 포춘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그것이 유동성이 부족한 시장의 약간 극단적인 면과같으며, "마치 모든 사람이 잠들었을 때 일어나는 일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유동성이 부족한 시장에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는 자신의 믿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경제학이 우리 모두에게 어느 정도의 기이함에 대한 포용력을 요구한다는 철학적인 이야기를 했다.
미국인들의 훨씬 절제된 휴가 정책에 비해, 8월에 때로는 한 달 내내 '훨씬 긴 휴가'를 보내는 유럽은 어떨까? 라몬트는 유럽도 영향을 받지만,미국이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서 훨씬 더 큰 시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동성 감소영향을더 강하게 받는다고지적했다. 그는 호주처럼 반대의 경우이거나, 북유럽 국가에서 계절성 정서 장애가 거래에 미치는 영향 등 다른 나라의 계절성에 대해 다룬 다른 학자들도 있다고 언급했다.
궁극적으로 그는 포춘에 현재 시스템의 이점이 위험을 능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적이고 강압적인 접근 방식'은 8월에 거래를 전면 중단시켜 시장을 닫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라몬트는 자신이 MIT에서 배운 동부 해안의 '해수(saltwater)' 전통(정부 개입을 중시하는 학파)과 자유지상주의적인 '담수(freshwater)' 학파 원류인 시카고 대학교에서 8년간 교수로 재직하며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두 경제학파에서 성장한 배경을 이야기했다. 그는 "사람들이 거래하게 놔두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 원칙"이라고 말한 뒤, "사람들은 실수를 하고 시장도 실수를 한다"고 주장하는 행동 재무학도 믿는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정부도 실수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모든 문제는 원격 근무의 부상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될 수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한 가지 이론은 요즘 우리 모두 원격으로 일할 수 있기 때문에 휴가가 (거래)량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라몬트는 당시 메인 주 자택에서 원격으로 일하고 있었으며, 바로 그 장소에서 계획된 8월 휴가를 현재 일주일 앞두고 있다.
그는 "지금으로서는우리가 농업 경제에서 시작된 전통의 역설에 갇혀 있다"라며 사람들이 8월에 휴가를 가는 이유에 대해 "특히 가족 모임이 있을 때, 친척들이 휴가일 때, 같이 휴가이고 싶어 하죠"라고 설명했다. 행동경제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말이다.
/ 글Nick Lichtenberg & 편집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