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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돌 프로젝트②] IBM이 산돌을 만났을 때

[커버 스토리 | 산돌 프로젝트②] 폰트 디자이너 6인 인터뷰

  • 바카라 꽁 머니입력 2023.10.06 10:00
  • 기자명문상덕 기자

산돌의 디자이너들은 한 문자의 폰트를 다른 문자의 폰트로 변환하는 작업을 ‘번역’이라고 불렀다. 한 문화의 뉘앙스를 다른 문화의 뉘앙스에 맞게 바꾸는 ‘초월 번역’이었다.

문상덕 기자mosadu@fortunekorea.co.kr 사진강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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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라 꽁 머니’ 한글 로고를 만드는 작업은 고차 방정식이었다. 바카라 꽁 머니의 정체성을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영문 로고 ‘FORTUNE’의 여러 가지 특징을 한글로 ‘번역’해야 했다. 영문 알파벳의 특징, 고딕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획에 포인트를 준 로고의 특징 모두 고려해야 했다.

산돌의 디자이너들은 이미 이런 고차 방정식을 풀어본 적 있다. IBM의 글로벌 폰트 ‘IBM 플렉스 산스(IBM Plex Sans)’의 한국어와 일본어 버전을 공개했고, 지금은 번체와 간체를 차례로 제작 중이다. 내년 상반기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은 한 문자의 폰트를 다른 문자의 폰트로 변환하는 작업을 ‘번역’이라고 불렀다. 번역이되 한 문화의 뉘앙스를 다른 문화의 뉘앙스에 맞도록 바꾸는 ‘초월 번역’이었다. 그리고 뉘앙스를 번역하는 작업은 17가지 바카라 꽁 머니 로고에서 볼 수 있듯, 창조의 영역이었다.

한 문화의 뉘앙스는 어떻게 번역될 수 있을까? 이들 디자이너에게서 폰트산업을 넘어, 한국의 문화산업이 어떤 전략과 태도로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지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산돌의 디자이너들이 바카라 꽁 머니 한글 로고 시안을 검토하고 있다. 가운데는 노은유 산돌 타입디자인그룹장.
산돌의 디자이너들이 바카라 꽁 머니 한글 로고 시안을 검토하고 있다. 가운데는 노은유 산돌 타입디자인그룹장.

Q 보통 한 프로젝트에 시간이 얼마나 걸립니까?

마기찬보통 폰트 하나를 만드는 데 반년 정도 걸립니다. 글자 하나하나의 특징도 특징이지만, 모든 글자가 하나의 옷을 입은 것처럼 움직여 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배성우폰트는 레터링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폰트는 균질함이 키포인트 같습니다. 특징이 이곳저곳에 잘 묻어나게끔 만드는 게 중요하고요. 저 같은 경우는 디자인할 때 두 가지 측면을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초성, 중성, 종성이 어떻게 모여서 인상을 만들어 내는가, 구조적인 특징이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획의 표현입니다. 이 두 가지가 일만 자에 다 묻어나게끔 하려면 설계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리기도 합니다.

Q 같은 한자 문화권이지만, 한중일 3국의 문자는 완전히 다르지 않습니까? IBM 폰트의 한중일 버전을 모두 개발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마기찬쉽게 접근해보면, 한중일 3국의 폰트가 붓글씨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IBM 폰트도 한글의 ‘ㅅ’과 한자의 ‘四’가 획의 흐름에서 비슷한 구조로 돼 있습니다. 그런 핵심 이미지를 잡으면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죠. 다만 한자는 획이 굉장히 많은 문자입니다. 라틴에 있던 폰트의 특징을 획이 좀더 많은 한글에서는 덜었습니다. 그리고 한글에 있던 특징을 한자에서 더 덜었죠.

Q 그렇게 덜어내도 일관성을 가져갈 수 있습니까?

마기찬IBM이 원하는 건 두 가지 콘셉트였습니다. 인간(Mankind)과 기계(Machine). 이 콘셉트를 핵심으로 잡고, 한자는 획의 흐름에서 휴머니티를 가져가고, 전체적인 구조는 기계적인 느낌을 담는 방식으로 전체 형태를 잡았습니다.

Q 저는 한글 조형의 가장 큰 특징이 직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사람이 의도적으로 만든 문자라서 그런 걸까요? 디자이너 분들이 보시기에 각국 문자의 차이는 무엇일지 궁금했습니다.

이유빈라틴처럼 나열식으로 쓰는 게 아니라 조합해서 쓴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 글자에서 초성, 중성, 종성 세 요소가 조화롭게 배치되는 게 중요하죠. 한글 조형은 퍼즐을 맞추는 느낌, 혹은 거대한 책장처럼 정리된 느낌을 받기도 해요. 그래서 세 요소가 딱 맞는 비율로 들어가는 걸 볼 때 직업적인 쾌감을 느낍니다. 1만 1172자 중에 6자 정도지만요(웃음). 라틴을 그대로 가져오는 식으로 디자인하면 한글의 조형이 깨지니까 어색하게 느껴지는 겁니다.

마기찬예전에 한 외국 기업과 협업할 기회가 있었는데, 외국 분들은 탈네모꼴 글자(대표적으로 ‘안상수체’)를 굉장히 좋아하고 흥미로워하더라고요. 기하학적 형태, 예를 들어 동그란 정원 이런 것들을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한글 본문용 폰트에서 탈네모꼴 폰트를 쓰면 일상적인 본문용 형태가 아니라 독자들에게는 거부감이 들 수 있거든요. 사실 한글은 라틴 문자처럼 표음 문자이지만, 한자처럼 고정틀 안에서 자소를 조합하는 방식이 보편적인 형태임을 감안하면, 이 독특한 특성 때문에 글로벌 프로젝트에서 한글 폰트를 제작하는 일이 쉽지 않죠.

이유빈외국인들은 뜻을 못 읽으니까 한글의 기하학적인 특징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예전에 한 교수님께서 ‘글자를 그리려면 그 나라에서 3년은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게 떠오릅니다.

정현아한글은 원래 세로쓰기를 전제로 만들어져서, 가로로 쓸 때 본래의 아름다움을 살리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들었어요. 세로쓰기 체계를 가로쓰기로 바꾸는 과정에서 규칙을 새롭게 정립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글은 표음 문자이지만, 한자처럼 프레임 안에서 조합하는 방식이라 ‘하이브리드 문자’라고 불러요. -마기찬 디자이너

Q 중국 폰트의 특징은 어떻습니까?

장가석중국어는 자수가 많고 글자당 획도 많다 보니 제작기간이 상당히 길어요. 보통 폰트 하나 만드는 데 1년 반에서 2년 걸립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폰트의 종류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경험을 갖고 중국으로 돌아가면 훨씬 힘이 될 거라 생각해요. 중국에서 한글 폰트 제작을 경험하기는 어렵거든요. 그리고 산돌에서는 한글과 한자, 그리고 라틴도 다루니까요.

마기찬실제로 한중일 사이에서도 서로의 문자 폰트를 만들기 어렵다고 느끼는 것이, 일본에는 오래된 폰트 회사가 많은데도 한글을 디자인하기 어려워해서 산돌에 외주를 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만큼 한중일 문자를 함께 디자인할 수 있다는 건 디자이너로서 굉장한 강점이죠.

Q 가장 좋은 폰트는 무엇일까요? 잘 모르는 외국어라도 억양을 들어보면 뉘앙스를 알 수 있듯, 폰트도 그런 뉘앙스를 전달할 수 있으면 가장 좋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배성우우리가 글자를 이야기할 때 서체라고 하기도 하고, 글꼴이란 말을 쓰기도 합니다. 다양한 표현이 있는데, 저는 서체라는 표현을 좋아해요. ≪타이포그래피 사전≫(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을 보면, ‘서체’를 ‘시대상을 반영하는 글자체’라고 정의합니다. 저는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말이 마음에 듭니다. 시대적인 맥락을 잘 반영한 서체가 가장 좋은 서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현아폰트 디자이너에게 가장 좋은 서체는 제작 의도를 잘 담아낸 서체일 것이고, 이걸 쓰는 그래픽 디자이너에겐 본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목소리를 시각적으로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서체이겠죠. 글자를 읽는 사람에게는 유리잔처럼 안쪽이 다 비쳐 보이는 서체가 가장 좋은 서체일 것이고, 감상하는 사람에게는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서체가 가장 좋을 것이고요.

저는 글자에 담긴 의미를 전달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전달하는 서체가 가장 좋은 서체라고 생각합니다. 배성우 디자이너가 만든 길벗체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소수자의 목소리를 잘 대변하는 서체라는 점에서 저는 좋은 서체의 예시로 꼽고 싶습니다.

AI가 만든 폰트를 본 적 있는데, 아직은 정해진 모듈에 맞춰서 자소를 입력한 것에 가까웠어요.- 정현아 디자이너

Q 결국 문자마다의 뉘앙스는 상대적이고, 그걸 왜곡 없이 잘 전달하는 건 폰트 디자이너의 몫이겠습니다. ‘초월 번역’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정현아의역에 가깝지 않은가 해요. 해당 문자를 오래 써본 사람만 알 수 있는 미감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외부에서 AI가 기존의 폰트를 학습해서 내놓은 폰트를 본 적 있는데, 아직은 시각적인 보정을 한다기보단정해진 모듈에 맞춰서 자소를 입력한 것에 가깝더라고요. 뉘앙스까지 제대로 담아내는 게 문자를 번역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마기찬글자마다 쓰는 문화가 다르고, 쓰기 방향도 다르고, 쓰는 도구도 다르고, 조판 환경도 다르기 때문에 한 글자의 특징을 그대로 가져올 수 없습니다. 그래서 초월 번역이 필요합니다.

※IBM의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이크 애빙크(Mike Abbink)와의 인터뷰는 10월 8일 바카라 꽁 머니 웹사이트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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