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9/50035_43588_187.jpg)
인도 콜카타에서 자란 소년 체트 카푸어(현 데이터·AI 기업 데이터스택스 CEO)는 늘 『어 리틀 킹덤(A Little Kingdom)』이라는 책을 펼쳐보며 꿈을 키웠다. 애플과 스티브 잡스의 meteoric rise(급부상)을 다룬 책이었다. 카푸어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매료됐죠. 잡스 밑에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1983년 미국으로 건너와 컴퓨터 수업을 잇따라 들으며 스티브 잡스 곁에 설 기회를 준비했다. 그리고 몇 년 후 그 꿈을 이뤘다. 잡스가 설립한 넥스트(NeXT)에서 인턴십을 얻은 것이다. 물론 그는 인턴 중의 인턴에 가까웠다.
“커피를 타는 사람을 위해 커피를 타는 게 제 일이었죠.” 그는 웃으며 말했다. “뭘 하든 상관없었습니다. 청소도 하고 설거지도 했지만, 잡스와 불과 20야드 떨어져 있었거든요.”
잡스가 자신을 몰랐더라도, 카푸어는 그 경험이 결정적으로 중요했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도 대학 졸업생들에게 “돈을 내서라도 훌륭한 사람 밑에서 일하라”고 조언한다.
“정말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찾으세요. 그들이 여러분이 필요하다는 걸 설득하세요. 그리고 그들에게 돈을 내고라도 일하세요.” 그는 강조한다. “커리어의 처음 4년이 성격과 직업 궤적을 결정합니다.”
“똑똑한 사람과 함께 일해서 얻는 경험은 상상 이상으로 큰 자산이 됩니다. 회사를 보는 게 아니라, 누구와 일하는지가 여러분을 정의합니다.” 학비와 생활비 부담이 큰 현실을 감안하면 ‘엘리트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대학에 수십만 달러를 쓰고 있는 상황이라면, 훨씬 가치 있는 투자”라고 주장한다.
카푸어 자신도 대학을 다녔다. 그러나 파티 대신 학업과 함께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고, 넥스트에서 인턴을 병행했다. 그는 22세에 이미 손익을 관리하는 법을 배웠다. “그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어요. 벌어야 학비를 낼 수 있었으니까요. 못 벌면 학교를 못 다녔습니다.”
그는 이를 “하루하루 벌어먹고 사는 삶”이라고 표현했지만 “리더십을 준비하는 데 있어 그 어떤 경험도 내 사업을 하는 것만 못하다”고 말한다.
졸업 후 그는 잡스의 인턴에서 불과 15년 만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기업 글루코드(Gluecode) CEO가 됐다. 그리고 회사를 IBM에 매각하는 성과를 올렸다.
“모든 직업인은 세 단계를 거칩니다. 개인 기여자, 관리자가 되고, 마지막으로 관리자를 이끄는 리더가 되는 것. 모두 거쳐야 합니다.”
평균 CEO 나이가 50세를 넘는 현실을 고려하면, 카푸어의 속도는 비상식적이다. 그는 그 비결을 “커리어 초기에 자신을 어떻게 리드했는가”에서 찾는다.
“스스로를 리드하지 못하면 남을 리드할 수 없습니다. 책으로 배우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부터 관리해야 합니다.”
글루코드를 IBM에 매각한 후, 카푸어는 2007년 애널리틱스 소프트웨어 기업 아피지(Apigee) CEO가 됐다. 그는 리브랜딩을 주도했고, 넷플릭스·타깃·월그린스 같은 대형 고객을 확보했으며IPO로 8700만 달러를 조달했다. 결국 2016년 구글에 6억 2500만 달러에 회사를 매각했다.
하지만 그는 “사업을 매각하기 위해 준비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좋은 회사를 만들고, 좋은 사람을 채용하고, 훌륭한 고객을 확보하면 나머지는 따라옵니다. 우리는 ‘매각 준비된 회사’가 아니라 ‘영업 중인 회사’라는 간판을 걸고 있어야 합니다.”
/ 글 Orianna Rosa Royle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