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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1B 비자 전쟁 불사” 외치던 머스크의 불안한 침묵

머스크는 지난해 H-1B 비자를 지키겠다며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했지만, 트럼프가 10만 달러 수수료를 부과한 뒤에는 침묵을 택했다.

  • 슬롯 꽁 머니입력 2025.09.23 09:00
  • 기자명Eva Roytburg & 김다린 기자
일론 머슬롯 꽁 머니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파리=AP/뉴시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파리=AP/뉴시스]

지난해 말, 일론 머스크는 H-1B 비자 제도를 지키겠다며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선언해 ‘MAGA 진영’ 내부에 격렬한 균열을 불러왔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규 신청 건마다 10만 달러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나선 상황, 머스크는 조용하다. 오히려 찰리 커크의 장례식에서 트럼프와 함께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머스크는 오랫동안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H-1B 옹호자였다. 이 제도는 미국 내에서 대체할 인력을 찾기 어려울 경우 해외에서 숙련된 노동자를 데려올 수 있도록 허용한다.

논쟁의 불씨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인도계 벤처투자자 스리람 크리슈난이 백악관 AI 정책 디렉터로 임명되자 격렬히 반발하면서 붙었다. 크리슈난은 국적별 쿼타를 없애고 H-1B 확대를 주장해 왔는데, 이는 이민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 우려하는 트럼프 핵심 지지층과 정면 충돌했다.

극우 활동가 로라 루머는 그를 “아메리카 퍼스트의 위협”이라 공격했고, 공화당 의원 맷 게이츠는 “테크 브로들이 이민정책을 흔든다”고 비난했다. 이때 머스크가 뛰어들었다. 남아공 출신 이민자로서 자신도 H-1B 비자를 통해 미국에 들어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에는 극도로 재능 있고 의욕적인 엔지니어가 심각하게 부족하다. 세계 최고 인재들을 다른 나라로 보내면 미국은 진다.”

강경파들이 H-1B를 “비애국적”이라 몰아붙이자 그는 욕설 섞인 글까지 올리며 맞받았다. “한 발자국 물러서라. 나는 전쟁을 시작할 것이다. 너희가 상상도 못할 수준으로.”

이후 MAGA 진영 내에서 인도인 등 H-1B 이민자를 향한 인종차별적 공격이 이어졌다. 억만장자 비벡 라마스와미가 비자 옹호 글을 올렸다가 트럼프의 눈 밖에 나 DOGE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났다는 보도도 나왔다.

연말이 되자 머스크는 다소 물러섰다. 제도가 “망가졌다”고 인정하면서도 해결책으로 높은 임금 기준과 연간 비용 부과 같은 방안을 제안했다. 9개월이 지난 지금, 트럼프는 그 논리를 극단으로 끌고 갔다.

트럼프는 모든 신규 H-1B 신청에 10만 달러를 부과하는 대통령령을 발표했다. 상무장관 하워드 루트닉은 처음엔 매년 내야 한다고 했지만, 백악관은 신규 신청 한 번만 적용되는 수수료라고 정정했다. 그럼에도 충격은 컸다.

실리콘밸리 VC 디디 다스는 “스타트업의 자금 여력을 갉아먹고 미국이 글로벌 인재를 끌어들이는 능력을 질식시킬 것”이라 경고했다. 소규모 창업자들은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반면 넷플릭스 공동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로터리를 없애고 고부가가치 일자리에만 비자를 배정하는 훌륭한 해법”이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그의 입장은 소수였다. 대부분 업계는 채용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치명적 타격으로 본다.

이런 상황에서 머스크의 침묵은 눈에 띈다. 그의 트럼프와의 관계는 크리스마스 H-1B 논쟁 이후 롤러코스터였다. 2024년 공화당 최대 기부자이자 백악관의 ‘퍼스트 버디’였던 그는, 6월 트럼프의 세금·지출 정책을 두고 결별했다. 국가부채와 청정에너지 지원을 해친다며 비판했고, 트럼프 탄핵까지 언급했다. 트럼프가 제프리 엡스타인 명단에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반격했다. 머스크가 만든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를 동원해 그의 회사를 조사하겠다고 위협했고, NBC 인터뷰에서 관계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번 주말, 찰리 커크 추모식에서 두 사람은 다시 나란히 앉아 웃으며 악수했다.

머스크가 침묵을 택한 건 트럼프와의 불안한 휴전을 지키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높은 비용 논리에 조용히 동의하기 때문인지 알 수 없다. 다만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이민자 엔지니어를 위해 전쟁하겠다”던 그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 글 Eva Roytburg & 편집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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