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감세법이 미국의 비영리슬롯 사이트를 위협하고 있다.[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9/49852_43389_3236.jpg)
올 여름, 미 의회는 이른바 ‘원 빅 뷰티풀 빌(One Big Beautiful Bill)’을 통과시켰다.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메디케이드(Medicaid)와 푸드스탬프(SNAP) 예산 삭감을 의미한다. 약 1700만 명이 건강보험을 잃을 수 있다. 주정부는 처음으로 SNAP 비용을 떠안게 되면서 수당 축소, 자격 요건 강화, 심지어 프로그램 자체를 포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 공백을 메우는 역할은 다시금 비영리단체 몫이 된다.
잇따른 행정명령과 연방정부의 대폭 삭감, 그리고 이번 초대형 법안까지, 비영리 섹터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이는 추상적 정책 논쟁이 아니다. 매일 미국 사회를 지탱하는 삶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결정들이다.
미국 어디서든 누군가는 병원에서 생명을 구하는 치료를 받고, 아이는 방과 후 안전한 돌봄을 받으며, 여성은 가정폭력에서 벗어나 쉼터를 찾는다. 과학자는 치료법 발견에 한 발 다가선다. 이 모든 순간의 뒤에는 비영리단체가 있다.
비영리단체는 단순히 ‘봉사’하는 조직이 아니다. 그들은 사회를 지탱한다. 1200만 명을 고용하고 연간 8260억 달러를 경제에 공급하는 비영리 섹터는 미국 최대 고용군 가운데 하나이자 지역사회의 신뢰받는 기반이다.
병원, 학교, 박물관, 종교기관, 푸드뱅크, 연구소, 공원, 쉼터까지 비영리단체가 뒷받침한다. 반려동물을 입양하거나, 공원을 산책하거나, 여름 캠프에 참여하거나, 대학을 다닌 적이 있다면 이미 그 혜택을 누린 것이다. 이들이 사라지면 미국의 일상 자체가 무너진다.
이미 여파는 가시화하고 있다. 난민 정착 프로그램은 연방 자금이 동결되면서 인력 감축과 운영 중단을 겪고 있다. 여러 주의 방과 후 돌봄·청소년 프로그램은 문을 닫을 준비를 하고 있으며, 보건 클리닉은 서비스를 아예 줄였다. 공영 방송은 연방 지원 축소로 폐쇄 위기에 놓였고, 정신건강·예술·자원봉사 지원 프로그램도 감원, 사업 취소, 폐쇄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이번 삭감이 ‘사기 근절’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과도한 일괄적 접근은 오히려 가장 선한 단체들을 벌하는 꼴이 됐다. 지난 25년간 30만 개 이상의 비영리단체를 평가해온 채리티 내비게이터(Charity Navigator)는 경고 조치를 받은 단체가 전체의 0.01%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이 섹터는 신뢰할 수 있다.
진짜 사기는 “비영리단체가 끝없는 타격을 버텨낼 수 있다”는 착각이다. 예산 삭감은 곧 서비스 축소다. 교육 단체가 지원을 잃으면 아이가 방과 후 돌봄을 잃는다. 보건 예산이 줄면 간호사도, 검진도 줄어든다. 연구기관은 프로젝트를 멈추고, 푸드뱅크는 사람들을 돌려보낸다. 그러나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비영리단체 수입의 3분의 1은 정부 보조금과 계약에서 나온다. 일부 주에서는 예산의 60~80%를 정부 지원에 의존한다. 이 자금이 사라지면 프로그램 축소, 인력 감축, 폐쇄라는 선택지밖에 남지 않는다.
비영리단체는 정부를 대체할 수 없다. 언제나 정부와 민간을 보완하는 존재였다. 지금 필요한 건 방치가 아니라 투자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할 순간에 이들은 곁에 없을 것이다.
미국의 ‘기부 문화’는 비영리단체를 살려온 힘이다. 1938년, 수백만 명이 루스벨트 대통령의 소아마비 퇴치를 위해 백악관으로 10센트를 보냈다. 그 성금은 최초의 백신 개발로 이어졌고, 소액 기부 문화를 만들었다. 조지아주의 보와 엠마 부부는 단열조차 없는 낡은 집에서 벗어나, 해비타트 봉사자들이 지은 새 집으로 들어갔다. 지금까지 해비타트는 6200만 명 이상을 도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미국인들은 다시 뭉쳐, 글로벌기빙(GlobalGiving)만을 통해서도 7000만 달러에 가까운 구호금을 보냈다.
2023년 미국 내 기부액은 5570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 중 3200억 달러 이상이 개인 기부였다. 이 ‘작은 선의’가 오늘날 수많은 단체의 숨통을 이어주고 있다. 글로벌기빙과 채리티 내비게이터는 매일 비영리단체의 회복력을 목격한다. 철저히 검증해 기부자가 안심하고 후원할 수 있도록 하고, 수십억 달러를 수천 개 단체에 연결해왔다.
비영리단체가 사라지고 나서야 그 가치를 깨닫지 말자. 오늘 푸드뱅크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지역 모금 행사에 참여하며, 믿는 단체에 얼마라도 기부하자. 정책 결정자에게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 모든 행동은 힘이 된다.
비영리단체는 미국 사회를 조용히 떠받치는 힘이다. 지금 우리는 기로에 서 있다. 무관심과 긴축으로 공동체의 뼈대를 허물 것인가, 아니면 과감하게 이들을 지켜낼 것인가. 방치와 삭감이 쌓이면, 결국 비영리단체는 사라진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가 매일 의지해온 서비스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이들의 부재를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다.
/ 글 Victoria Vrana, Michael Thatcher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빅토리아 브라나는 비영리단체를 위한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글로벌 온라인 모금 커뮤니티 글로벌기빙(GlobalGiving)의 CEO다. 마이클 태처는 미국 최대의 독립적 비영리단체 평가기관인 채리티 내비게이터(Charity Navigator)의 대표이자 CEO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