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9/49846_43381_94.jpg)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이자 머신러닝 연구자 주레 레스코벡(Jure Leskovec)은 기술 변화에 익숙한 인물이다. 그는 30년 가까이 인공지능을 연구해왔고, 현재는 3700만 달러를 투자받은 스타트업 쿠모(Kumo)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2년 전 GPT-3 공개 이후 AI가 교육 현장을 급격히 바꾸자, 그는 충격을 받았다.
“몇 년 전 학생들 사이에서 존재론적 위기가 있었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불분명했다.” AI가 연구 자체를 대신해줄 것 같다는 불안감 속에서 박사과정 학생들과 ‘앞으로 인간 연구자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를 놓고 긴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그러던 중 의외의 제안이 나왔다. 학생들과 조교들이 “종이 시험을 보자”고 요청한 것이다.
그는 수십 년간 오픈북·과제형 시험 방식을 유지해왔다. 교재나 인터넷 검색은 허용했지만, 타인의 코드나 해답은 금지였다. 그러나 GPT-3, GPT-4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이 등장하자, 학생들은 기존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느꼈다.
결국 레스코벡은 다시 손글씨 시험을 도입했다. 채점은 훨씬 오래 걸리고, 인쇄로 인해 “세상에 나무가 줄어드는 기분”이 들지만, “학생 지식을 가장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모두가 동의했다.
그의 결정은 AI 시대 고등교육이 직면한 혼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AI 사용을 금지하는 대학도 늘고, 어떤 교수는 구술시험 같은 ‘중세식 시험’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한다. 레스코벡은 “계산기를 허용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와 같다”며, AI를 도구로 인정하되 학생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함께 시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논의는 노동시장에도 이어진다. MIT와 스탠퍼드 연구에 따르면, 생성형 AI 파일럿 프로젝트의 95%가 실패했고, 특히 신입 채용이 위축되며 젊은 세대가 도메인 전문성을 쌓을 기회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반면 프리랜서 시장에서는 AI 활용 능력을 가진 인력이 높은 보수를 받으며 수요가 급증했다. 기업들은 AI가 만들어낸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팩트체킹’, ‘법률 전문성’ 같은 인간 역량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레스코벡은 “이제는 인력을 재교육해야 한다. 인간 전문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인재를 뽑아 훈련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숙련된 시니어 인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라며 교육기관과 기업 모두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이 “해결책을 모색하는 단계”라고 본다. AI가 만들어내는 결과 속에서 여전히 인간이 직접 채점하고, 팩트체킹하며,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지켜내는 것이다. 그게 AI 시대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 글 Nick Lichtenberg & 편집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