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근로자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슬롯 사이트.[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9/49845_43380_4119.jpg)
한때 Z세대는 메타·마이크로소프트·세일즈포스 같은 빅테크 기업에 입사하면 곧바로 ‘6자리 연봉’을 보장받는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AI 자동화의 확산이 그 약속을 무너뜨렸다. 최근 2년 새 21~25세 직원 비중이 절반으로 줄었고, 기술 기업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오히려 5년 이상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장기적으로 혁신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Z세대는 유튜브·텀블러·인스타그램·페이스북과 함께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현재는 개인과 업무에서 AI 활용에도 가장 능숙한 집단이다. 그럼에도 실리콘밸리의 대형 기술 기업들은 이들의 자리를 지켜주지 않고 오히려 밀어내고 있다.
보상 관리 소프트웨어 기업 페이브(Pave)가 8300여 개 기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3년 1월까지만 해도 대형 상장 기술 기업의 직원 중 21~25세 Z세대 비중은 15%였지만, 2025년 8월에는 6.8%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비상장 대형 테크기업에서도 같은 기간 9.3%에서 6.8%로 감소했다.
그사이 평균 연령은 빠르게 높아졌다. 상장 빅테크 직원 평균 연령은 2023년 1월 34.3세에서 2025년 7월 39.4세로 껑충 뛰었다. 비상장 기업은 35.1세에서 36.6세로 비교적 완만했지만 상승세는 분명하다.
현재 테크업계를 주도하는 세대는 밀레니얼이다. 관세, 인플레이션, AI 고용 축소 등 불확실성 속에서 기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반면신입 Z세대는 진입 자체가 쉽지 않다.
페이브 CEO 매트 슐만은 “35~40세라면 커리어가 안정돼 있고 AI가 대체하기 힘든 역량을 갖고 있다. 반면 22세의 단순 반복형 업무는 AI가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다”며 “두 개의 도시 이야기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이 AI로 효율성을 끌어올리면서 하위 직급을 대거 줄였다고 설명한다. 승진 기회도 정체돼 Z세대가 발 디딜 ‘입구’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 장기 성장에 치명적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내 기업들은 2025년 1~7월 사이 80만 6000건 이상의 감원을 발표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5% 증가한 규모다. 저스트웍스(Justworks)의 최고인사책임자 제리 도리스는 “대량 해고와 초급 일자리 축소가 겹치면서 Z세대의 구직 문턱은 더욱 높아졌다”며 “Z세대가 원하는 유연 근무·안정성·워라밸을 IT업계가 제공하지 못하자 다른 산업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장기적 파급력이다. 단기적으로는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10~20년 뒤 현재의 밀레니얼 세대가 고위직으로 올라가면 그 밑을 채울 인재가 부족해질 수 있다. 슐만은 “영업 직군만 봐도 주니어 소싱 업무 → 미드마켓 AE → 엔터프라이즈 셀러라는 선형 경로가 있는데, 가장 아래 단계가 사라지면 미래 인재를 어떻게 키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물론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 슐만은 “Z세대는 아직 기업 문화에 물들지 않은 상태라 기존 룰을 깨고 AI를 더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Z세대가 챗봇 프롬프트 최적화, 맞춤형 AI 모델 제작 등 최신 기술을 ‘집착 수준’으로 파고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링크드인 프리야 라톳 에디터는 “자격증, 단기 프로젝트,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이 문을 열어줄 수 있다”며 “UX, AI 윤리, 사이버 보안, 제품 운영 등은 유망 진입 분야”라고 말했다. 대학에 다시 가지 않아도 온라인 학습과 네트워크로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학위보다 역량을 중시하는 흐름도 Z세대에 유리하다. 적절한 마이크로 자격증과 실무 경험만으로도 좁아지는 초급 일자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글 Emma Burleigh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