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8/49634_43112_231.jpg)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대퇴사(Great Resignation)’ 열풍을 주도했던 ‘잡호퍼(job-hopper·이직 잦은 사람)’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대신 현재 미국 노동시장의 주류는 일자리를 놓지 않으려는 ‘잡허거(job-hugger·현 직장 고수)’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보고서에서 잡호핑 비율이 2022년 정점을 찍은 뒤 가파르게 하락했으며, 임금 상승률 역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이직자’와 ‘잔류자’ 간 차이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팬데믹 직후에는 이직만 해도 20% 가까운 임금 인상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2025년 7월 기준 이 수치는 7%까지 떨어져 2019년 평균보다 낮아졌다.
컨설팅사 콘페리(Korn Ferry)도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놓치지 않으려 매달리고 있다. 연쇄적인 해고와 불확실성 속에서 ‘웬만하면 자리를 지킨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글래스도어 수석 이코노미스트 대니얼 자오 역시 “점점 더 많은 노동자들이 자리를 지키며 ‘갇힌’ 느낌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BoA의 세부 분석에 따르면, 이직은 특히 금융·정보통신·비즈니스 서비스 같은 화이트칼라 업종에서 크게 위축됐다. 반대로 인력 수급 불균형이 심한 제조업·건설업에서는 이직률이 여전히 다소 높은 편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월급제 기반의 사무직에서 이직이 사실상 멈추면서, ‘화이트칼라 잡호퍼’는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이는 직장 만족도가 높아서라기보다는 생존 전략에 가깝다. 2024년 글래스도어 조사에서 직원의 65%가 “직장을 옮기고 싶지만 못 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와 무기력 증가로 인한 생산성 손실은 4,380억 달러에 달했다는 갤럽 추정치도 있다. BoA는 이를 “충성심이 아니라 버티기”라고 표현했다.
특히 젊은 층의 고용 상황은 더 심각하다. 리치먼드 연준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미국 청년 실업률은 7.4%로 상승했고, 신규 구직자 비중은 198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노동기구(ILO) 자료에 따르면 교육·훈련 기회가 줄어든 탓에 전 세계적으로 약 2억 8900만 명의 청년이 학교에도, 일터에도 속하지 못한 상태다.
BoA는 “새 관세 체제, 인공지능 도입, 초급 일자리 위축 등으로 청년층 고용 전망이 어둡다”고 지적했다. 결국 현 노동시장은 안정된 일자리를 움켜쥔 잡허거들과, 바깥에서 기회를 엿보는 Z세대 청년들로 갈라져 있다는 얘기다.
/ 글 Nick Lichtenberg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