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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창업한 슬롯 꽁 머니이 현재는 춘천 바이오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춘천=김타영 기자young@fortunekorea.co.kr 사진강태훈

△강원신기술인상 △강원수출특별상(수출급성장 부문) △강원경제인상 △강원도지사 표창(전략산업 발전 유공) △강원지방조달청장 표창(지역경제 활성화 유공) △강원도지사 표창(해외 수출시장 확대 유공)

슬롯 꽁 머니의 다양한 수상 경력 가운데 지역 관련한 상들만 추린 것이다. 슬롯 꽁 머니이 어떤 기업인지, 또 지역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간접확인할 수 있다.

이런 면모는 정홍걸 대표이사의 다양한 직함에서도 드러난다. 정 대표이사는 한국무역협회 강원기업협의회장을 비롯해 벤처기업협회 강원지회장 등 지역 기업인 중책을 도맡고 있다.

‘지역 기업인의 애향심 이야기로 기사를 열어볼까’ 고민하며 춘천 거두산업단지 슬롯 꽁 머니 본사를 찾은 4월 15일. 정 대표는 자신이 서울 출신이라는 뜻밖의 말로 기자를 맞았다.

Q. 그럼 춘천에 거주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저는 서울 토박이입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모든 학교를 다녔고 현재도 집은 서울이에요. 강변역 근처인데, 회사에서 나서서 집 현관문까지 1시간 남짓 걸립니다.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지만 매일 출퇴근하기엔 부담이 돼 근처에 따로 주거지를 두고 있긴 해요. 그래서 12년째 주말부부입니다(웃음).

Q. 어떻게 춘천에서 자리를 잡으신 거죠?

슬롯 꽁 머니도 창업은 서울에서 했습니다. 2000년에 서울 송파 가락동에서 했죠. 춘천으로 이전한 건 2006년입니다. 이전엔 저희가 개발만 하고 생산은 외주를 줬는데, 저희도 생산시설을 갖춰야겠다고 생각해 알아보던 중 춘천이 적합지로 떠올랐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강원도가 전략산업으로 슬롯 꽁 머니랑 의료기기를 밀고 있더라고요. 슬롯 꽁 머니는 춘천, 의료기기는 원주를 거점으로 해서 저희는 춘천으로 오게 됐습니다. 전략산업인 만큼 지원이 많을 것으로 판단했죠. 실제로 그랬고요. 취·등록세 및 법인세 감면 등 이전과 동시에 받은 혜택도 있었고, 이후로도 많은 지원을 받았습니다. 물론 현재도 받고 있고요.

Q. 받은 지원 가운데 가장 힘이 됐던 건 무엇인가요?

제가 아직도 어디 가면 꼭 이야기하는 게, 초기에 춘천슬롯 꽁 머니산업진흥원에서 받았던 도움이 정말 많은 힘이 됐습니다. 거기가 정말 보육센터 기능을 잘 갖춰놓고 있어요.

초기 기업들이 처음부터 필요한 장비를 다 갖추고 시작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저희 같은 기술기업들은 특히나 장비가 중요한데 춘천슬롯 꽁 머니산업진흥원이 그 장비들을 갖추고 사용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또 일부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어 시험 생산이 가능했던 것도 좋았죠.

당시 저희는 생산시설은 퇴계농공단지에, 연구시설은 춘천슬롯 꽁 머니산업진흥원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춘천시에서 거두산업단지를 확장하면서 저희가 이 자리를 분양받아 2011년 생산시설을 이전했죠. 2021년엔 연구소도 옮겼고요. 저희도 이제 관련 장비를 독자 운영할 수 있을 정도가 됐고, 또 시너지 창출을 위해 모든 시설을 집적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습니다.

Q. 수도권 외 지역이어서 불편한 점은 없으셨나요?

슬롯 꽁 머니산업은 특수성이 있습니다. 가령 제조업은 공급망 생태계 같은, 이것저것 얽혀 있는 요소들이 많아요. 그래서 동떨어져 있으면 불편한 것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슬롯 꽁 머니는 소재를 연구·개발하는 비즈니스거든요. 기업끼리 서로 연결돼 뭘 하는 것보다 독자적으로 하는 일이 많습니다. 다른 업종 기업과는 근본적으로 구별되는 면이 있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춘천이 수도권이랑 가까워 ‘수도권 외 지역이어서 파생될 문제’랄 게 없습니다. 또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슬롯 꽁 머니 인프라가 워낙 잘 갖춰져 있어 사업적인 영역에서 불편한 점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연구인력 확보에는 한번씩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일단 춘천 인구 자체가 많지 않고, 또 지역에 좋은 대학이 두 개나 있어도 학생들이 졸업하면 수도권 진입을 많이 희망하거든요. 지방 기업들이 겪는 공통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업 간 인력 이동도 잦은 편입니다. 대표들끼리 잘 알고 지내는 터라 에이스 직원이 이직하면 서로 난감할 때가 종종 있죠. 어쩔 수 없습니다. 인력 풀은 좁고 직원은 직원 나름대로 합리적인 선택을 한 거니까요. 저희는 잘 극복해 현재 안정된 상태이지만, 초기 기업들은 R&D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Q. 이런 부분은 좀 아쉽다 싶은 게 있을까요?

저희는 그간 지역 대학과 산학협력을 잘해왔고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전까지는 잘 몰랐는데, 어떤 사건을 계기로 대학과의 정보 교류 부문에서 부족한 면이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 사건은 이렇습니다. 얼마 전에 일본에서 항체학회가 있어서 거길 참석하게 됐어요. 거기 한국 교수님도 꽤 참석하셨는데 그중 한 분이 자기 연구 소개를 하셨어요. 그런데 그 내용이 저희한테 아주 필요한 거였습니다. 제가 깜짝 놀라서 인사를 드렸더니 그분이 여기 지역 대학교 교수님이신 거예요. 제가 여기 교수님들을 많이 안다고 생각했지만, 매번 같은 분들이랑만 만나다 보니 정보의 누수가 있었던 거죠.

그래서 제가 요즘 대학들한테 ‘1년에 한두 번씩 슬롯 꽁 머니 교수님들 연구 발표회를 열자’고 제안합니다. 거창할 것도 없어요. 그저 어떤 교수님이 요즘 어떤 연구를 하는구나 정도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장이면 됩니다. 교수님들 중에는 자기 연구하고 또 학생들 가르치느라 외부에 시간 뺏기기 싫어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니까 대학이 그런 정보 교류의 장을 마련해 달라는 거죠.

아까 지역 기업들이 R&D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는데, 결국 연구와 개발 문제잖아요. 저는 지역 대학들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거의 유일한 방법일지도 몰라요. 대학이 보따리를 푸는 수밖에 없습니다.

Q. 해외 활동도 많으신 모양입니다.

저희 전체 매출 가운데 30%가 수출에서 나오니까요. 저희의 지향점은 명확합니다. ‘글로벌로 간다’예요. 저희가 주력하는 동물용 항체시장이 국내가 1이라면 글로벌은 100이니 당연하죠. 생각한 대로만 된다면 2~3년 안에 내수·수출 비중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현재 저희는 중국, 일본, 동남아 등 10개 국가에 15개 파트너사를 두고 진출해 있습니다. 중국에는 현지 영업 법인도 따로 두고요. 중국 양돈시장이 국내의 50배라 특별 관리 중입니다. 앞으로도 진출 국가를 계속 늘려갈 예정이고 따라서 활동도 더 많아질 겁니다.

Q. 2~3년 만에 내수·수출 비중이 바뀌는 건 너무 드라마틱한 변화 아닌가요?

저희가 기존엔 배합제(사료에 첨가하는 약품) 상품이 주력이었습니다. 따라서 수출도 대부분 배합제 위주였죠. 물론 이 부문에서도 꾸준히 해외 매출이 올라오는 중이지만,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주사제를 별도 개발해 ‘기술이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지금 실험이 진행 중이고, 약간의 희망을 보태 내년 중 기술 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왜 주사제는 (완성품 수출이 아니라) 기술이전을 계획하고 계시나요?

해외에 배합제 유통채널을 구축하는 데 그동안 너무 많은 애를 먹은 까닭입니다. 저희가 그 나라에 가서 직접 물건을 판매할 수는 없으니 유통 파트너사를 구해 관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상당히 힘들어요. 그런데 주사제는 배합제랑 유통채널이 완전히 다릅니다. 그럼 또 그 작업을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쉽지 않죠.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주사제는 각국 허가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배합제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요. 배합제는 기존에 마련한 여러 네트워크를 통해 이 과정을 단축할 수 있고 노하우도 있는데 주사제는 이도 기대할 수 없죠. 그래서 저희는 ‘주사제는 기술이전이 답이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Q. 해외 진출 과정에서 춘천이라는 지역이 불편을 주지는 않았나요?

전혀 없었습니다. 저희는 춘천으로 이전할 때도 명확한 글로벌 진출 의지를 갖고 왔어요. 이것저것 따져봐도 이 글로벌 시대에 본사나 생산·R&D시설이 춘천에 있어 문제될 것은 없었습니다. 실제로도 그랬고요. 게다가 앞서 설명해 드린 슬롯 꽁 머니산업 특수성도 있고 하니 더 그랬죠.

Q. 이후 사업다각화나 증산 등 이슈로 제2의 거점이 필요하다면, 다음 지역은 어디를 생각하시겠습니까?

춘천이죠. 안 그래도 저희가 3년 전에 남춘천산업단지에 증축 부지를 확보해 놨습니다. 현재 이곳에 모든 시설을 다 모아놔서 공간이 빡빡한 것도 있고, 또 올해 2분기부터 LG전자 음식물 처리기에 들어가는 발효 미생물제를 독점 공급해야 해 생산시설이 더 필요할 수도 있고 해서요. 증축에 설비 자금이 많이 들어가 현재는 수요를 어느 정도 확인하고 착공 계획을 세울 예정입니다. 저희가 처음 이곳으로 이전해 왔을 때처럼, 슬롯 꽁 머니기업 입장에서 춘천만 한 지역이 없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