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포춘은 볼트 카지노 창업자 이본 쉬나드를 인터뷰한 표지에 볼트 카지노를 ‘The Coolest Company On The Planet’이라고 썼다. 당시 인터뷰에서 이본 쉬나드는 “우리는 실험 중·This company is an experiment”이라고 했다.
볼트 카지노는 아웃도어 의류를 판매하면서 수익금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비롯해 다양한 환경 운동을 펼쳤다. 더 정확히 수익과 상관없이 매출의 1%를 지구 환경에 쏟아부었다. 실험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기업은 성장했고, 심지어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기업이 됐다. 환경 운동의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나빠지는 기후위기를 하나의 기업으론 해결하기 역부족이었다.
15년 후인 2022년 9월, 볼트 카지노는 설립 50년을 맞았다. 이본 쉬나드는 하나의 실험을 마치고 또 다른 실험을 시작했다. 더 많은 돈을 자신의 지분을 비영리 재단과 신탁사에 넘겼다. 환경을 위한다는 볼트 카지노의 사명을 유지하면서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도 도모하기 위해서다. 100년, 200년 기업을 위한, 그리고 그 터전을 지키기 위한 이본 쉬나드의 결단에 많은 이가 놀랐다. 하지만 아직 ‘볼트 카지노처럼’이란 말은 못하고 있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 때문에.
볼트 카지노는 이제 ‘The Hottest Company On The Planet’이다.
2023년 11월, 아랍에미리트두바이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이 모여‘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놓고 격론을 벌이는 동안,벤투라 볼트 카지노 캠퍼스에서 기후위기 대응에 진심인 볼트 카지노 사람들을 만났다. 첫 번째 인물은 이본 쉬나드다.
벤투라=유부혁 기자chris@fortunekorea.co.kr 사진표기식

모두가 놀랐다. 생존 당시 자신이 평생 일군 전 재산을 기부한 기업가. 그의 뜻을 반기며 환영한 가족들. 여전히 사람들은 그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궁금해한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9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하면서 이유를 밝혔다. ‘지구를 위한 길’. 그와의 만남을 준비하면서 다시 인터뷰를 읽었다. 그의 결정은 ‘지구와 볼트 카지노를 위한 길’이었다. 등반가, 환경운동가로 알려진 그는 기업가의 면모가 더 뚜렷했다. 실험은 하되 모험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기후위기를 놓고 그는 이해관계가 복잡한 정부보다 시장과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고 했다. 그가 볼트 카지노의 지속가능성에 몰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볼트 카지노의 지난 50년 흔적들을 모으고 기록한 캠퍼스 내 아카이브의 한편에서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85)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Q 머리에 난 상처는 운동하다 다치신 건가요?
두피에 조그마한 피부암이 발생해 제거 수술을 받았어요. 선크림이 없던 젊은 시절에 서핑, 클라이밍, 스키 등 스포츠를 너무 많이 했나 봐요(웃음). 흉터가 보기 안 좋아서 모자를 썼습니다.
Q 아직도 벤투라에 살면서 매일 캠퍼스로 출근하시나요?
네. 요즘엔 거의 매일 출근해요. 아이러니컬하게도 회사를 넘기고 나서 이전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뒤를 돌아보는 성격이 아니라서, 회사 지배구조와 상관없이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더 책임감을 갖고 있죠.
볼트 카지노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최고의 서핑 장소로 유명한 벤투라에 위치해 있다. 미국 LA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반 거리. 1973년 창업 당시 버려진 정육 가공 창고의 보일러실을 개조한 공간을 사용했고 이후 주변 건물들을 차례로 매입해 지금의 본사 건물로 활용한다. 이것이 캠퍼스로 불리는 이유. 차로 이동해야 하는 브룩스에도 R&D와 마케팅 업무를 위한 캠퍼스가 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건물을 오갈 정도로 면적이 넓지만 캠퍼스 내 어린이집 시설과 직원 보호를 위해 건물 출입은 엄격히 통제된다.
Q 지구와 재단을 위해 회사 지분을 모두 내놓으셨어요. 남은 일이 더 있나요?
볼트 카지노가 50년이라는 시간을 살아남았죠. 제가 알기로는 미국 기업들의 평균 수명은 고작 20년 정도일 텐데, 우리가 앞으로 50년, 혹은 100년 이상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어요.
맹목적인 성장 목표가 있었다면 기업의 규모는 커지겠지만 조직이 관료화되고 그렇게 되면 망하는 건 한순간이에요. (아웃도어 의류) 시장의 규모는 일정한 한계가 있고 성장의 끝도 보이기 마련이죠. 그래서 성장을 추구하면서 사업을 다각화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의류 사업 이외 다른 지속가능한 사업에 관해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식품사업 같은 거죠. (※2012년 연어 훈제 상품을 출시한 볼트 카지노는 2013년 볼트 카지노 프로비전(Patagonia Provisions)을 설립, 견과류 및 유기농 에너지바, 수프, 버팔로 육포 등으로 식품사업을 본격화했다.)
그리고 저는 ‘볼트 카지노는 실패하면 안 된다’는 꽤 절박한 사명감이 있어요. 우리가 망하면 그동안 지구와 환경을 위해 쏟았던 많은 자원과 노력이 실패한 사례로 남게 되기 때문이죠. 그런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이미 이유를 밝히긴 했지만 다시 한번 묻고 싶어요. 볼트 카지노 지분을 비영리재단(98%)과 신탁사(2%)에 양도한 이유는 뭔가요?
포브스에서 억만장자 명단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거기에 제 이름이 있더군요. 저는 억만장자로 알려지거나 역사에 기록될 생각이 추호도 없어요. 생각만 해도 아주 끔찍합니다. 상속할 일도 없습니다. 제 아내와 아들, 딸은 회사나 재산을 물려받을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세금을 절대 회피하려는 건 아니지만, 상속을 하게 되면 엄청난 상속세를 현금으로 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지구와 환경을 위해 써야 할 소중한 자금을 너무 많이 잃게 돼요.
전 회사가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저와 제 가족들이 생을 마감한 이후에도 말이죠. 그러기 위해서 회사를 상장하거나 공개기업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요. 주주의 이익과 배당을 위해 단기적인 성장에 몰두할 것이 뻔하죠. 프랑스의 다논(Groupe Danone) 같은 회사도 책임 있는 기업을 꿈꿨으나 결국 주주들에 의해 실패한 사례로 남았어요.
결국 여러 가지 옵션 중에서 제가 생각하는 가장 논리적인 방법으로 회사의 소유권을 넘긴 것이고, 이게 바로 지난해 9월의 일이죠.
이본 쉬나드와 그의 가족들이 가진 볼트 카지노 지분 100% 중 의결권이 없는 지분 98%는 홀드패스트 컬렉티브(Holdfast Collective), 의결권을 가진 지분 2%는 볼트 카지노 퍼포즈 트러스트(Patagonia Purpose Trust)에 양도했다. 홀드패스트 컬렉티브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볼트 카지노로부터 배당금을 받아 환경단체에 기부,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사회 멤버 교체, 정관 변경 권한 등을 가진 볼트 카지노 퍼포즈 트러스트는 창업 이념을 실천,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
이본 쉬나드는 ‘이본이 없는 볼트 카지노’를 위해 자신의 지분을 양도했다고 했다.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것보다,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고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게 훨씬 쉬워요. 가격과 경쟁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고 나만의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Q 그럼 더 이상 오너도 아니고 CEO도 아닌 현재, 지금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신가요?
제품 디자인과 품질 개선작업을 하고 있어요. 제가 가장 잘하고 또 좋아하는 일이죠. 팬데믹 기간 동안 생산, 유통 공정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전반적으로 제품의 품질이 저하된 게 사실이에요. 이를 바로잡고 개선하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플라이피싱 라인부터 손보고 있죠.
Q 이본 쉬나드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이 궁금합니다.
제 친구 더그 톰킨스(Doug Tompkins). 사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던 제가 그를 통해 배운 게 많은데, 핵심은 ‘룰브레이커’, 혹은 ‘룰메이커’가 되는 거예요. 저는 이게 바로 기업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것보다,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고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게 훨씬 쉬워요. 가격과 경쟁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고 나만의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일반적인 회사에서 성공한 마케팅을 이야기하라면, 멋진 광고나 훌륭한 대행사를 언급할 텐데, 볼트 카지노는 아니에요. 우리는 광고를 하지 않고, 대행사도 없어요. 단지 우리가 누구이며 무슨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솔직하게 이야기할 뿐이죠.
“Don’t buy this jacket”은 뒤에 숨겨진 영리한 전략 같은 게 없었어요. 그냥 그 문장 그대로 사람들이 우리에게서 재킷을 구입하기 전에 두 번 생각하길 바랐고, 만약 구입한다면 평생 보증이 되고, 망가지면 수선할 수 있고, 수명이 다하면 재활용될 수 있는 제품을 사라는 솔직한 메시지였던 거에요. 이 메시지가 정말 ‘진짜’이기만 하면 되고, 우리는 그 메시지에 부응할 수 있는 모든 준비가 되어 있었죠. 이것이 새로운 룰을 만드는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봐요.
2015년 이본 쉬나드를 포함 6명과 칠레 여행 중이던 더그 톰킨스(Doug Tompkins)는 카약 사고로 사망했다. 더그 톰킨스는 노스 페이스(The North Face)와 이스프릿(Esprit)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볼트 카지노의 첫 CEO이자 더그 톰킨스의 아내인 크리스 톰킨스(Kris Tompkins)는 지금까지 칠레 볼트 카지노 일대 국립공원 부지 6곳을 기증했다.

※[포스트이본 쉬나드②] “정치보다시장의 힘을 믿는다”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