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둠(Dr. Doom)'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교수는지난해부터 전세계적 '메가 리스크'를 예고했다. 그는 미국 은행의 연쇄 파산과 크레딧스위스(Credit Suisse)의 위기가 전세계적 전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Roubini Macro Associates의 CEO이기도 한 루비니는 지난해 11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가 공공 및 민간 부채 증가, 치솟는 인플레이션, 공격적인 금리인상 등으로 인한 '메가 리스크'로 인해 또 다른 '대공황의 변종'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1시간이 넘는 인터뷰에서 발췌한 핵심 내용은 현재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루비니는 경제의 한 부문이 '부채'와 '수익성'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 은행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술 스타트업과 암호화폐 생태계에 크게 노출된 SVB(Silicon Valley Bank)와 시그니처뱅크(Signature Bank)의 붕괴는 루비니의 선견지명을 반증한다.

지난 주말 예금자 보호를 위한 규제당국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루비니는 여전히 '은행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다. 루비니는 13일(현지 시간) 뉴스위크와 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전염에는 시차가 있으며 규제당국이 항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다만, 그는 지역은행의 문제가 미국의 대형은행, 더 나아가 금융시스템으로 확산되는 것에 대해서는확신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견해를 가진 사람은 자신만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실제 투자리서치 회사인 New Constructs의 CEO인 데이비드 트레이너(David Trainer)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SVB 붕괴 이후 전체 은행 부문에 대한 전염 위험은 보지 못하고 있다"며 "대형 은행은 재정 상태가 양호하다"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예금자들이 더 안전한 곳으로 몰려들면서 오히려 일부 대형은행들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BoA(Bank of America)는 SVB와 시그니처의 몰락 속에서 150억 달러 이상의 예금을 모았다.

그러나 루비니는 13일 유럽의 대형은행의 경우 금리가 추가로 오르면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으며, 결국 이는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의 위기로 현실화 됐다.

스위스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는최대주주인 사우디 국립은행(Saudi National Bank)이추가 자금을 투입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후 주가가 20% 이상 폭락했다. 덩달아 Euro Stoxx Bank 지수도 8.3% 하락했다.

루비니는 당시 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 자본이 부족하고 자본 재확충에 문제가 있으며 부실 자산, 장기채권에 대한 노출, 미실현 손실이 있을 수 있는 금융기관이 유럽에 적어도 하나 이상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이 기관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시스템적으로 훨씬 더 중요할 것"이라며 "우리는 SVB와 같은 4000억 달러가 아니라 수조 달러의 자산을 가진 기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루비니는 대형 은행의 파산으로 은행 위기가 발생하면 정부는 물론, 거시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은행 위기는 은행들 사이의 '파멸의 고리'에서 국가의 부채 위기로 바뀔 수 있다"며 "문제는 경제의 한 부문을 다른 부문과 쉽게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모두 서로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오랜기간 세계 경제의 '깊은 불황'을 예측해온 루비니는 최근 은행의 연쇄파산이 '경착륙'의 전조이며,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경제 안정과 인플레이션 방지를 위해서는 정책금리를 훨씬 더 높여야 하지만, 이제 금융 안정성 위험은 더 낮은 정책 금리를 요구한다"며 "그래서 우리는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15일 트위터에 썼다.

/ 슬롯사이트 지니 공인호 기자 ba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