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9/50013_43562_5124.jpg)
고액 자산가들의 고민은 돈이 부족한 아니다. 정작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없는 유동성 부족이 문제다. 새로운 사업 기회, 부동산 매입, 기부, 가업 승계 등 중요한 순간에 유동성을 확보했느냐에 따라 기회를 잡을 수도, 놓칠 수도 있다. 민첩함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얘기다.
포트폴리오에서 유동성의 의미는 단순하다. 장기 투자 전략을 훼손하지 않고도 자금을 빠르고 매끄럽게 꺼내 쓸 수 있는 능력이다. 다만 단기 자금 확보에 그치지 않고 세금·상속 설계에서 장점을 만들고 포트폴리오의 건전성을 지키는 것도 유동성의 역할이다.
투자자 다수는 유동성 확보 수단이 얼마나 다양한지 잘 알지 못한다. 주택담보대출(HELOC), 개인 대출, 401(k) 대출 등도 있지만, 실제 고액 자산가들이 자주 활용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자산을 팔지 않고 담보로 활용하는 마진론, 가족 내부에서 전략적으로 돈을 순환시키는 가족대출, 머니마켓펀드 같은 현금성 자산이다.
마진론은 보유 증권을 담보로 잡아 자산을 매각하지 않고도 자금을 빌릴 수 있다. 경쟁력 있는 금리, 양도세 회피, 담보 자산에서의 계속된 수익 발생이 장점이다. 세금 공제 가능성도 있다. 세금 납부, 학비, 부동산 투자, 긴급 지출 등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되지만 담보 가치가 급락하면 강제 매각(마진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험이 따른다.
가족대출은 제도권 금융 대신 가족 내부에서 자금을 융통하는 방식이다. 낮은 금리와 유연한 상환 조건으로 주요 인생 이벤트나 장기 자산 계획을 지원할 수 있다. 세대 간 자산 이전이나 가족 가치 공유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가족 관계가 틀어질 경우 분쟁의 소지가 크고, 예기치 못한 세금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머니마켓펀드 같은 현금성 자산은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 수익을 제공한다. 단기 국채, 고품질 채권 등 안전 자산에 투자해 원금을 보전하면서도 일일 유동성을 보장한다. 여기에 고금리 저축계좌, 예금증서(CD), 재무부 단기채(T-bill) 등이 포함된다. 다만 CD는 만기 전 인출 시 패널티가 있고, 브로커드 CD는 매각 시 시장 위험이 따른다.
결국 유동성은 단순한 접근성이 아니라 경쟁 우위다. 시점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 금융 환경에서, 적절한 전략을 세운 투자자만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다.
/ 글 Matthew Fleming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매튜 플레밍(Matthew Fleming)은 뱅가드의 웰스 어드바이저 임원이다. 초고액 자산가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맞춤형 재무 자문과 자산 관리를 제공하는 전문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고객이 다양한 재무적 과제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전문가와 자문가 그룹을 이끌고 있다. 맷은 금융 서비스 업계에서 20년 가까운 경력을 보유했으며, 공인재무설계사(CFP)와 공인신탁·수탁자문가(CTFA) 자격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