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9/50010_43559_4143.jpg)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는 오랫동안 합리성과 이윤을 결합한 일종의 ‘복음’ 위에서 성장해왔다. 초기 단계 기업에 베팅해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믿음은 마치 신앙과도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벤처캐피털을 종교적 행위로 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기술업계는 ‘신’을 코드로 구현할 수 있다는 확신 속에 범용 인공지능(AGI)을 향한 ‘성배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거물 투자자 피터 틸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적그리스도’를 주제로 한 강연 시리즈까지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IVP의 소메시 대시(Somesh Dash) 파트너는 다른 길을 제시했다. 힌두교 문화 속에서 자란 그는 여전히 ‘공동체와 봉사’의 가치를 실천하며 기술이 사람 사이의 연결보다 기계가 기계를 훈련하는 쪽으로 치우치는 현실을 우려한다. 그는 AI의 부상 속에서도 기계가 결코 대체하지 못할 인간의 힘, 즉 ‘공감(empathy)’이 더 부각될 것이라 내다본다.
대시는 자신의 투자 경험을 사례로 들었다. 스냅, 디스코드 같은 소셜 플랫폼을 지원하며 협력과 재미를 기대했지만, 결국 샬러츠빌의 백인우월주의 집회처럼 해로운 방식으로 악용되는 현실을 목격했다. 그는 “자유로운 표현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결과를 낳았다”며 “지금은 소비자 서비스 기업에 투자할 때 반드시 신뢰와 안전팀을 조직 문화에 깊이 뿌리내리도록 한다”고 강조한다.
대시는 이윤 추구와 사회적 선은 양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예컨대 자신이 투자한 헬스테크 기업 어브리지(Abridge)는 반복적 기록 업무를 줄여 의사들이 환자에게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한다. “가장 큰 사회적 영향을 만드는 기업이 결국 재무적 성과도 크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물론 실리콘밸리에서 ‘공익과 이윤의 결합’은 완전히 새로운 주장은 아니다. 한때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기업도 공동체와 변화를 강조했지만, 수익 앞에선 그 약속을 쉽게 저버렸다. 최근 오픈AI가 비영리 구조를 벗어나려는 시도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대시는 투자자들이 전략에 더 많은 ‘공감’을 녹여낼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사람들은 의미와 리더십을 찾고 있다”며 “나는 모든 창업자와 기업이 안전하고 책임 있는 방식으로 사업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 글 Leo Schwartz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