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사이트 꽁머니가 크롬에 인수를 제안했다.[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8/49473_42935_532.jpg)
퍼플렉시티(Perplexity)가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를 깜짝 놀라게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 AI 스타트업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웹 브라우저 ‘크롬(Chrome)’을 인수하기 위해 345억 달러의 깜짝 제안을 했다.
불과 몇 주 전 자사 AI 기반 웹 브라우저 ‘코멧(Comet)’을 출시한 데 이어 나온 공격적인 행보다. 현재 연방 판사는 구글이 미국 법무부(DOJ)에 패소한 역사적 반독점 소송 판결에 따라 크롬 매각 명령을 받을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퍼플렉시티는 최근 모든 퍼플렉시티 프로(Pro) 구독자들이 코멧을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멧은 구글 크롬과 달리 AI 기능을 확장 프로그램이나 애드온에 의존하지 않는다. 대신 브라우저 오른쪽 상단에 항상 AI 어시스턴트가 대기하며 콘텐츠 즉시 요약, 탭 간 정보 비교, 일정 예약·이메일 전송 등 워크플로 자동화, 이벤트 알림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반면 크롬은 최근에야 제한적인 AI 기능(제미나이, 구글 렌즈 사이드바, 탭 비교)을 도입했지만, 여전히 애드온 형태에 불과해 코멧처럼 전 과정 자동화와 컨텍스트 추적을 지원하지 않는다.
코멧은 웹 브라우징을 ‘대화형 경험’으로 바꾸겠다는 야심을 드러낸다. 사용자가 브라우저와 상호작용하며 생각하는 속도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크롬 인수’ 시도가 현실화한다면, 퍼플렉시티는 ‘차세대 구글’이 될 수 있을까.
AI 검색 최적화 플랫폼 보티파이(Botify) 공동창업자 토마스 그레인지(Thomas Grange)는 “다음 구글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AI 검색과 기존 브라우저의 결합은 단순히 더 빠른 검색엔진이 아니라, 초개인화되고 상황 인지 능력이 뛰어난 대화형 정보 탐색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레인지는 AI 검색 엔진의 진정한 잠재력은 AI 에이전트가 사용자를 대신해 다른 에이전트와 상호작용하고, 웹 브라우징을 훨씬 효율적이고 자동화된 형태로 바꾸는 데 있다고 봤다. 코멧 브라우저는 이런 변화를 대표한다. 코멧은 인터페이스 중심에 AI 답변 엔진을 배치해, 사용자가 질문하면 링크 목록 대신 직접적인 답변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사용자를 대신해 행동할 수 있어 브라우징을 ‘탐색’이 아닌 ‘생산성’ 중심으로 전환한다.
위치타주립대 우샤 헤일리(Usha Haley) 교수는 “코멧을 써보면 크롬 인수 제안이 그리 대담하게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웹 어디서든 작동하는 상시 AI 어시스턴트는 인터넷을 ‘이용자가 탐색하는 공간’에서 ‘이용자를 위해 작동하는 공간’으로 바꾼다”며 크롬의 방대한 이용자 기반과 지배력을 더하면 ‘세대에 한 번’ 있을 법한 유통 채널을 확보하게 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구글에 맞먹는 인프라·규모·신뢰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지적했다.
전 NASA 설계자이자 사이버 보안기업 폴리가드(Polyguard) CEO 조슈아 맥켄티(Joshua McKenty)는 “특히 AI 기업이 크롬을 인수한다면 그 의미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그는 “크롬은 가장 강력한 신규 학습 데이터원 중 하나”라며 “구글 로그인과 분리된다면 방대한 로그인 뒤 콘텐츠와 방화벽 내부 데이터까지 모두 인덱싱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전 구글 임원 아리 파파로(Ari Paparo)는 DOJ와 법원이 기존 독점을 깨뜨리는 동시에 새로운 독점을 허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그는 “AI는 브라우저 데이터에 굶주려 있지만, 동시에 사용자의 맥락을 파악할수록 소비자에게 유용해진다”며 “크롬 소유권 변화가 생태계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퍼플렉시티는 엔비디아·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고 밝히며 자금 여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구글이 크롬을 자발적으로 매각할 가능성은 낮고, 규제·재정·기술 장벽도 높다. 게다가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파일럿 모드가 탑재된 엣지(Edge) 브라우저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오픈AI도 자체 AI 브라우저를 준비 중이다.
광고 기술 기업 이누보(Inuvo) 배리 로웬탈(Barry Lowenthal) 대표는 “구글이 오랫동안 사실상의 기본 검색엔진이었지만, 퍼플렉시티 같은 AI 검색 툴이 이 공식을 바꾸고 있다”며 “크롬까지 더하면 도달 범위와 사용성이 폭발적으로 늘겠지만, 구글이 되려면 기술뿐 아니라 신뢰·습관·규모를 모두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글 Dave Smith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