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IT 공룡 텐센트가 20조 원 규모로 슬롯 사이트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에 한국 게임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텐센트가 슬롯 사이트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단 소식이 전해졌다.[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6/48506_41766_345.jpg)
한국 게임 산업이 들썩이고 있다. 중국의 IT 공룡 기업으로 꼽히는 텐센트가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사 슬롯 사이트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지난 1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텐센트 홀딩스가 게임 부문 강화 차원에서 슬롯 사이트을 150억 달러(약 20조 원)에 인수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텐센트는 인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슬롯 사이트 창업자인 고(故) 김정주 회장의 유족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이 화제가 된 건 슬롯 사이트의 한국 게임시장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슬롯 사이트은 지난해 연간 매출 4조 91억 원을 기록했다. 연 매출 기준으로 국내 게임사가 4조 원을 돌파한 건 최초다. 2년 연속 달성할 가능성도 유력하다. 올 1분기 매출이 이미 1조 원을 넘어섰다.
기존 흥행작과 신작이 두루 성공한 덕분이다. 경쟁사인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등이 신작 흥행 실패로 자존심을 구긴 가운데 슬롯 사이트은 독보적인 실적을 거두고 있다. 이 밖에도 1만 명에 육박하는 고용 규모, 한국 게임 산업을 리딩하는 업체라는 걸 고려하면 오너가 바뀔 때 업계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해외 자본일 경우 더 그렇다. 인수를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텐센트는 중국 자본인데, 공교롭게도 중국 게임 산업과 한국 게임은 악연이 깊다. 과거 한국 게임사의 주요 매출처였던 중국은 한한령 이후 교류 문을 닫았고, 한국 회사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지금은 시장 다변화로 중국 리스크를 분산했고, 중국도 시장을 일부 개방하긴 했지만 여전히 공략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꼽힌다. 반면 중국 모바일 게임이 한국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하면서 한국 게임사의 입지가 줄어들기도 했다.
가뜩이나 텐센트는 한국 게임 산업에서 존재감이 뚜렷하다. 이미 국내 게임사 시가총액 상위 3곳(크래프톤·넷마블·시프트업)의 2대주주에 오르며 큰손으로 떠올랐다. 카카오게임즈, 라인게임즈 등 국내 게임사 지분 상당수도 보유하고 있다.
이런 배경 탓에 이번 M&A가 현실화할 경우, 정치권의 관심을 끌 가능성이 크다. 경쟁력 있는 한국 기업이 외국에 팔리는 건 이들이 경계하는 이슈다.
그렇다고 다른 인수처를 찾는 것도 마땅치 않다. 시장에선 텐센트가 20조 원에 슬롯 사이트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데, 이만한 규모의 M&A를 감당할 기업이 없다. 2016년 삼성전자가 하만을 9조 원에 사들였던 게 한국 M&A 역사의 가장 큰 거래였다.
창업주 김정주 회장의 유족이 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NXC 지분 일부를 상속세로 납부했고, 지난 2023년 말 이를 기재부가 되파는 시도를 했을 때 아무도 입찰에 나서지 않은 건 이런 탓도 있다. 슬롯 사이트의 몸값이 너무 비쌌다.
결과적으로 무산되긴 했지만 지난 2019년 김정주 회장이 지분 매각을 추진했을 때만 해도 여러 회사가 관심을 보였다. 넷마블과 카카오를 비롯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베인캐피털이 최종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는데, 당시엔 그럴 만했다. 그땐 ‘10조원+알파’의 몸값이었는데, 지금은 슬롯 사이트이 비약적인 실적 상승을 꾀하며 두 배로 뛴 상황이다. 해외 자본이 달갑지 않으면 다른 한국 경쟁사가 사들여야 하는데, 지금의 슬롯 사이트을 삼킬 형편이 못 된다.
다만 이런 우려와 달리 투자자들은 인수 소식을 반겼다. 13일 슬롯 사이트게임즈는 전장보다 10.5% 오른 1만 6840 원에 장을 마쳤다. 텐센트가 슬롯 사이트을 인수할 경우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에서 사업 확장이 수월해질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어찌 됐든 인수 논의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다만 슬롯 사이트이라는 거물 게임사의 향방은 한국 게임산업 전체의 지형을 뒤흔들 변수가 될 공산이 크다. 협상 과정과 그 결과에 시선이 모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 슬롯 사이트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