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 온라인 슬롯.[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06/48380_41597_5429.jpg)
가상화폐 기업들의 증시 입성이 잇따르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 서클(Circle)이 화려하게 데뷔한 직후, 또 다른 가상화폐 기업이 기업공개(IPO) 대열에 합류했다. 제미니(Gemini)는 7일(현지시각) IPO를 위한 사전 등록을 비공개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제미니는 2014년 카메론 윙클보스(Cameron Winklevoss)와 타일러 윙클보스(Tyler Winklevoss) 형제가 공동 설립한 미국의 대표적인 가상화폐 거래소 중 하나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코인을 사고팔 수 있는 거래소를 중심으로 커스터디(자산 보관)와 스테이킹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코인베이스(Coinbase) 에 비해 시장 점유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제미니 역시 여타 가상화폐 기업들처럼 규제당국과의 갈등을 겪어왔다. 특히 가상화폐 금융사 제네시스(Genesis)와의 제휴가 무산되면서 복잡한 소송과 규제 대응에 휘말렸다. 제네시스는 가상화폐 투자기업 디지털커런시그룹(DCG)의 자회사로, 양측의 파산과 연쇄 채무 불이행은 미 연방정부 및 뉴욕주 규제당국의 제재로 이어졌다.
이 같은 난관에도 제미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가상화폐 정책 기조에 기대어 증시 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윙클보스 형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공개 지지하며 각각 100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그의 선거캠프에 기부한 바 있다. 이들은 지난 3월 백악관에서 열린 첫 디지털자산 정상회의에도 참석했다.
제미니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검토가 끝나는 대로 IPO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트코인 OG’의 새로운 도전
윙클보스 형제는 페이스북 창업과 관련된 마크 저커버그와의 법적 다툼으로 유명해졌지만, 이후 암호자산 분야에서 새로운 행보를 시작했다. 이들은 비트코인이 대중화되기 전부터 이 자산에 주목했고, 2015년 뉴욕금융서비스국(NYDFS)으로부터 최초의 가상화폐 운영 면허를 획득한 거래소 중 하나로 제미니를 성장시켰다.
그러나 제미니는 규제 장벽과 시장 경쟁에서 고전했다. 2013년 SEC에 비트코인 ETF 상장을 최초로 신청했지만 승인받지 못했고, 2021년 가상화폐 호황기에 제네시스와 함께 선보인 ‘제미니 언(Gemini Earn)’ 상품은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다.
이 상품은 고객의 가상화폐를 예치 받아 연 최대 13%의 수익률을 제공한다고 홍보했으나, 이 자산이 제네시스를 거쳐 3AC(Three Arrows Capital), FTX 등으로 흘러 들어갔다가 연쇄 파산으로 동결됐다.
이후 제미니와 DCG 간의 법적 공방이 벌어졌고, 결국 자산은 회수됐지만 SEC와 뉴욕주 금융당국, 뉴욕 검찰로부터 징계성 제재를 받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윙클보스 형제는 트럼프의 친가상화폐 행보에 동참하며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CNBC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 워싱턴DC에서 새로운 고급 민간 멤버십 클럽 설립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번 IPO 신청은 서클이 상장 첫날 168%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타이밍이 주목된다. 가상화폐 기업의 증시 상장이 연이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 글 Leo Schwartz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