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앳킨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으로 지명한 인물이다. 개당 가격이 10만 달러를 돌파한 비트코인을 비롯해 여러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코인러’들은 이제 그의 입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SEC 위원장에서 물러난 개리 겐슬러와 달리, 앳킨스는 가상화폐에 상당히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개리 겐슬러 전 위원장은 투자자 보호와 시스템적 리스크 완화를 강조하며 강력한 규제를 추진했다. 특히 암호화폐 거래소와 ICO(Initial Coin Offering)를 두고 엄격한 규제를 가했다. 이 때문에 가상화폐 업계와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원성을 들어야 했다.

반면, 앳킨스는 SEC 위원으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비용-편익 분석을 통해 규제의 실효성을 평가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는 “과도한 규제가 시장의 혁신을 저해하고 새로운 산업의 진입을 막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디지털 자산 시장의 역동성과 혁신을 유지할 수 있는 유연한 규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앳킨스는 아주 오래전부터 규제 완화론을 신봉했다. 가령 2007년 앳킨스는 전미제조업협회 연설에서 “규제가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비용이 많이 들어 새로운 산업을 억제하거나 중소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킬 가능성이 있는지 평가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의 규제가 너무 빠르고 복잡하며 비용이 많이 들어 새로운 산업의 진입을 막거나 중소기업을 업계에서 몰아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런 과감한 태도는 금융 사기에 휘말린 기업에 벌금을 부과하는 걸 마뜩잖게 여기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금융 사기로 피해를 입은 기업의 주주가 벌금을 부담하는 것이 공정한가”라는 질문을 제기했다. 그는 기업에 벌금을 부과하는 일이 공정하지 않다며 벌금이 되레 주주에게 부당하게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앳킨스가 지휘봉을 잡는 SEC 역시 가상화폐 산업의 규제를 풀고 활력을 불어넣을 공산이 크다. 그는 ICO와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같은 혁신적인 디지털 자산 모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거나, 스테이블코인 및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같은 새로운 금융 기술을 지원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으로 점쳐진다.

SEC의 변화는 글로벌 디지털 금융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최근 가상화폐 시장이 활황을 띠면서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부쩍 늘어났는데, 이들도 앳킨스의 행보에 주목할 수 밖에 없다. 한국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수는 778만 명으로 지난해 대비 21% 증가했다.

/ 토토 카지노 전유원 기자 yuwonchun@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