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강에서 만난 사람]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10월 초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이례적으로 ‘반성문’을 발표했다. 예상보다 저조한 반도체 실적 탓이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미래 반도체 사업을 둘러싸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김나윤 기자abc123@fortunekorea.co.kr 사진강태훈

반도체 불황이 유독 한국에서만 두드러지고 있다.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충격적으로 부진한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을 선점해 버티고 있지만, 미래를 낙관할 순 없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위기를 조금 일찍 알아챈 사람 중 하나다. 박 전 장관은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패배 후 1년 3개월여 동안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을 맡으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지난 1월 《반도체 주권국가》를 펴낸 박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책을 한창 집필할 때만 하더라도 한국에 반도체 위기가 올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정부와 기업이 눈앞의 반도체 영광에 취해 다음 세대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Q 올 하반기 들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반도체 위기가 더욱 가시화됐다. 과거 정치권에서 ‘삼성 저격수’로 불렸던 만큼, 실제 휘청거리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지켜보니 드는 생각은.
‘1등 기업의 딜레마’에 빠진 것 같아 안타깝다.그러다 보니 시장 변화의 흐름이나 새로운 사업 인사이트를 놓치고 말았다. 과거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찾아가 HBM 사업을 제안했지만 시장 수요가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일화도 뒤늦게 알려지지 않았나. 지금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충격적’이란 반응이 나올 정도의 대책 카드를 보여야지만 다음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거라 본다.
Q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위기는 어디에서 시작됐다고 보나.
AI 시대를 예견하고 미리 대응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치명타였다. 기존 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수직적 리더십에서도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는 구조다. 생산 공장이 똑같이 상품을 찍어내면 필요한 사람들이 알아서 구매해 가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반면 AI 반도체는 주문형 생산 방식에 해당한다. 쉽게 말해 내부 구성원이 수평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개개인의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하는 것이 중요한 영역이란 뜻이다. 그러기 위해선 유연한 조직문화가 전제돼야 하는데, 카지노 게임 사이트야말로 ‘유연’이란 단어와 가장 대척점에 있는 기업 아닌가.
Q 카지노 게임 사이트처럼 큰 기업이 미래 사업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게 선뜻 이해가 잘 안된다.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반도체 굴기를 발표하면서 2025년까지 자국 반도체 수요의 75%를 자급자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기한이 바로 내년이다. 당시 중국의 반도체 자체 생산력이 15% 수준이었는데, 내년쯤에는 아마 75% 달성은 어렵겠지만 적어도 30~40% 수준까지는 도달할 거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그 숫자만큼 우리의 반도체 대중 수출은 줄어드는 셈이고. 10년 전부터 주어진 ‘예상 출제 문제’였지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이에 대비한 철저한 분석이나 전략적 통찰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
Q 그래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위기가 비단 올해 3분기에서 멈추지 않을 거라고 보는 건가.
그렇다. IT 산업의 역사를 보면 통상 30년 주기로 큰 반도체 기업이 하나둘씩 악재를 마주했다. 한국의 경우 지난 30년 동안 호황을 누렸기에 이제는 위기 수순에 접어든 시기이기도 하다. 관건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단순히 조직 내 경영진 몇몇을 교체해 돌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기존 기업 DNA를 모두 바꿔야 하는 상황이고 긴 호흡의 역량을 어떻게 갖출 수 있을 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2월 이재용 카지노 게임 사이트 회장(오른쪽 세번째)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 천안캠퍼스와 온양캠퍼스를 방문해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카지노 게임 사이트]](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411/44232_36631_944.png)
Q 일각에선 카지노 게임 사이트 파운드리 분사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하는데.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이 계속된다면 분사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만 삼성생명, 에버랜드 등을 둘러싼 그룹 지배구조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단기간 내 분사 결정을 내리는 건 쉽지 않을 거다.
Q 반도체 사업을 이끌어가는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이 아버지(이건희)보다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병철-이건희-이재용 회장을 다 만나 대화를 나눠본 경험을 비춰 볼 때, 이건희 회장은 내게 반도체의 중요성을 일깨워 줄 정도로 인사이트가 깊은 기업인이었다.
반면 이재용 회장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어떤 게 필요한지는 충분히 잘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앞서 말한 ‘1등 기업의 딜레마’에 갇혀 속 시원히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주저주저하는 것 같다.
이를테면 하버드대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가장 큰 한계로 사라지는 기업의 역동성을 꼽는다. 직원 A가 제품을 개발하면 그 개발자의 이름으로 제품 발표가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 내에선 그 성과가 당사자의 몫이 아니라 상사의 승진으로 활용되곤 한다. 그러다 보면 조직 내 구성원은 박탈감을 느껴 기업을 떠나게 되고, 내부 혁신성장은 둔화할 수밖에 없다.
이재용 회장도 이러한 문제점을 충분히 알고 있더라. 다만 문제점을 파악만 할 뿐 1등 기업으로서 느끼는 초조함 등을 이유로 실질적인 개선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전해진 ‘삼성의 반성문’을 두고 박 전 장관은 ‘낙제점’을 줬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수장으로서 내부 직원을 다독이기 위한 용도”라는 게 그의 평가. 앞서 10월 초 전영현 카지노 게임 사이트 반도체(DS) 부문장(부회장)이 3분기 잠정 실적 발표 직후 이례적으로 메시지를 내며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친 실적에 대해 “송구하다”고 전한 바 있다.
“국민적 울림이 있는 자기반성이 더 담겨야 한다. 과거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우리나라 GDP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잘나가던 시절, 내가 당시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비판하면 ‘왜 나라를 망하게 하려 하느냐’며 항의를 많이 받곤 했다. 하지만 요즘엔 그런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입장에선 그 차이도 꽤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아직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정신 못 차리고 있다’는 말도 맞는데, 어떤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느냐를 보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Q ‘넥스트 삼성’ 기대할 수 있을까.
조금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AI 전쟁이 시작됐다는 의미는 다른 말로 AI 기술을 누가 먼저 소비자에게 가장 쉽게 손에 쥐여주느냐의 싸움이나 마찬가지다. 올해 엔비디아를 비롯해 애플, 구글이 연이어 AI 청사진을 발표했지만 아직 소비자 손에 뚜렷하게 잡힌 게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올해 초 가장 먼저 온디바이스를 선보였지만 자체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부족해 뒷심 발휘를 못 하고 있고.
시장 내 절대적 강호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먼저 치고 나가려면 ‘단독 드리블’은 불가하다. 누군가와 함께 손을 잡는 것밖엔 방법이 없다. 과거 구글과 함께 안드로이드 오픈소스를 운영해 전 세계 모바일 시장의 절반을 차지한 것처럼 말이다.
Q 누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야 하나.
서로 다 계산법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한 곳도 쉽지는 않다. 그나마 당장 먼저 접근할 수 있는 게 구글이다. 하지만 반대로 구글이 과연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필요로 하느냐의 문제가 있다.
다른 선택지로는 ‘반(反)엔비디아 동맹’으로 불리는 미국 빅테크 연합 전선이 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인텔 등이 껴있는 이 동맹과 손을 맞잡아 과연 엔비디아를 무너뜨릴 수 있을까. 그건 또 다른 셈법이 필요하다. 서로 이해관계가 다 달라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쉽사리 행동으로 옮기기엔 어려울 거다.

Q 차라리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중견·중소기업과 합심해 자체 소프트웨어 파워를 키우는 데 집중하는 건 어떨까.
내가 중기부 장관을 맡고 있을 때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SK하이닉스에 반도체 설계 역량을 키우자며 스타트업과 연대를 만들자고 제안을 한 적 있다. 하지만 당시 SK하이닉스는 그러한 역량이 없다고 초반부터 거절했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생각해 보겠다고 했지만 6개월 뒤 못 하겠다고 답했다. 결국 Arm과 함께했는데, 당시 펀딩으로 키웠던 스타트업이 지금 잘 알려진 퓨리오사AI, 파두 등이다.
현재 TSMC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격차가 바로 이 지점에서 나타나는 것 아닌가. 설계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TSMC는 중소·중견기업이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빠른 보정 작업이 가능하다. 반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니 고객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보다 TSMC를 더 찾는 건 당연지사다. 그런 면에서 과거 그 프로젝트를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박 장관은 “미국에서 직접 공부하며 크게 느낀 것 중 하나는 한국의 반도체 외교가 여전히 역부족하다는 사실이었다”며 “케네디스쿨에서는 전 세계 현안 이슈가 가장 치열하게 논의된다. 미 백악관과도 핫라인이 연결돼 있다고 할 정도로 이러한 논의 결과가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그곳에서 우리 정부 관계자나 기업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떠올렸다.
Q 미국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반도체 위상은 냉정하게 어느 위치인가.
‘한국이 설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구나’란 느낌이 온 몸으로 체감되더라. 그동안 미국은 설계, 한국과 대만은 제조로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TSMC라는 뒷배를 둔 대만의 ‘압박’ 전략, 일본의 ‘읍소’ 전략, 그리고 미·중 갈등 틈에서 패키징 기술을 내세우는 싱가포르의 ‘배짱’ 전략 등이 미국에서 수시로 오가고 있었고 관련 정책 로비도 치열했다. 미 의회 역시 관련 법안들을 쉼 없이 마련하고 있었다. 일련의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존재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답답할 따름이었다.
Q 정부의 대내 정책만 보더라도 반도체 보조금 정책을 추진할지 말지에 대한 시그널조차 불분명하다.
글로벌 경쟁에서의 선점을 노린다면 보조금 지원은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 당국이 관련 정책을 시행하려면 크게 두 가지가 전제돼야 한다. 첫째, 대국민 설득과 둘째, 명확한 원칙.
반도체 보조금 정책은 사실상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SK하이닉스의 지원을 염두에 둔 산업 정책이다. 지금 다 같이 힘든 상황 속에서 특정 기업에만 혜택을 준다고 하면 국민 입장에서 쉽게 납득할 수 있겠나. 이 난제를 풀어야 하는 데 정부 차원에서는 누구도 나서지 않으려 하고 있다.
만약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SK하이닉스가 지원을 받게 된다면 원칙도 뒤따라야 한다. 국민 세금으로 소수의 대기업을 지원하니 추후 분명한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식의 약속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지 국민 입장에서도 ‘보조금 지원할 만하네’라고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나.
Q 정부 차원의 정책 ‘플랜’만 있을 뿐 구체적인 ‘액션’이 없어 반도체 업계에선 공허한 메아리라는 반응이 나온다.
맞다. 정책은 수시로 발표되고 있는데 실제 움직이는 업무는 지극히 적다. 반도체 산업의 3대 조건이 사람·전기·물인데, 용인시 반도체 클러스터만 보더라도 전기와 용수를 제대로 확보조차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발표하기로 한 전력 확보 대책은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데이터센터도 마찬가지다. 지자체가 너도나도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겠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전력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구성할지, 물은 어디서 당겨쓸지, 관련법은 어떻게 제정할지 등 구체적인 설계 청사진이 부재하다. 정부가 정책 발표에만 급급한 나머지 세부 내용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전반적인 디테일이 굉장히 부족하다.
Q 국가 반도체 리더십을 다잡으려면.
정부가 기업과 함께 반도체 산업을 주도해야 한다고 해서 공무원이 키잡이가 돼야 한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정부는 기업을 동력을 잃지 않게 잘 다독이면서 전반적인 판을 깔아주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최근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네이버랑 손잡고 공동 개발하려던 AI 반도체 프로젝트가 결국 중단되지 않았나. 이럴 때 정부가 적극 개입해서 ‘너희 둘 뭐가 문제인 거야, 협력 중단하지 말고 잘 좀 해보자’ 식으로 양사의 애로사항 등을 풀어주는 역할을 해야 했다. 그런 적극적인 리더십이 지금 당국 차원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Q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칠 영향은.
분명한 건중국에 대한 규제는 멈추지 않을 거란 점이다. 중국의 최혜국 대우(MFN)는 사라지고 관세 인상과 전기차 등 수입 금지가 이어질 것이다. 그러면 과연 누구에게 기회가 돌아오겠나.특히 한국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에도 적잖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중국의 자리를 우리가 대체할 전략을 확신갖고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