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하준 슬롯사이트 꽁머니을처음으로'가까이' 본건 지난 2021년 8월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PaTI)에서 진행한 프로덕션 디자인마스터 클래스에서였다.(프로덕션 디자인은 시나리오를 시각화하는작업을 말한다. '영화미술'과 동의어.)
당시 이 감독은 자신의 작업을 ‘연결형’이라 소개했다. 갖가지 요소들을 서로 분리하는 것이 아닌, 큰 그림의 일부로 생각해 연결한다는 것이다. 그는 “작업 중 한 가지 요소를 만들면, 그것의 일부 혹은 그것으로부터 파생된 것을 고려해 다른 요소들을 제작했다”며 “나는 어느 한 곳에 빠지기보다, 타고 타고 넘어가는 것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잔지식이 많고, 공간의 잔상들이 항상 머릿속에 남아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의 작품에 디테일이 녹아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러 작업물을 연결시켜 ‘조화’를 이뤄낸 덕에 시각적 요소들이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여기에 자신의 예술성을 담아내 작품성까지 지켜낸다. 거장 감독들이 그를 믿고 의지하는 까닭이다.
2007년 <궁녀로 영화계에 입봉한이하준 슬롯사이트 꽁머니은 2020년 아카데미 미술상 후보에노미네이트됐던<기생충뿐 아니라 <하녀, <해무, <도둑들, <뷰티 인사이드,<옥자, <로기완, <외계+인시리즈 등 국내유수작품들의 비주얼과 룩을 맡았다.
시나리오의 본질은 살리고, 그 외적인 요소들은 상상력으로 채우는.스크린 뒤편까지 설계하는 이하준 슬롯사이트 꽁머니을 3년 만에 다시 만나봤다.
이세연 기자mvdirector@fortunekorea.co.kr
![슬롯사이트 꽁머니 로기완의 한 장면. 주인공 로기완이 숨어살던 중국 연길은 사실 인천의 한 동네를 세팅한 것이다. [사진=네이버슬롯사이트 꽁머니]](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408/41144_32040_512.jpg)
Q.최근필모그래피인<로기완 작업 중에는어떤 점에 가장 주목했는지궁금하다.
로기완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유럽의 낯선 땅에 도착한 탈북자의 이야기다. 탈북자의 심리적 불안감과 고군분투하는 상황을 아련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또 추운 겨울이 영화의 주된 계절감이라, 작품전반에 저채도의 컬러감을 사용했다. 톤과 분위기를 잡으면서 질감은 최대한으로 드러낼 수 있게끔 신경을 많이 썼다. 특히 유럽은 석조 건물이 많고, 톤이 기본적으로낮으며, 특유의 무거운 색감이 존재해로케이션으로 매우 적절했던 것 같다.
다만, 극중 설정은 벨기에였지만, 여건상 비슷한 룩을 지닌헝가리에서 촬영을 했다. 따라서 모든 공간에 있는헝가리어를 프랑스어로 바꿔야 했고, 헝가리의 랜드마크나, 헝가리임을 알 수 있는 장소에서는 촬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른 해외 촬영과 비교해 미술 작업이 많이 필요했다.
또 극 초반에 등장한 중국 연길(로기완이 벨기에로 떠나기 전 숨어지내던 곳. 실제로는 인천의 한 동네에서 촬영했다.)장면의 경우, 눈 효과를 내기 위해 3톤 분량의 소금을 쓰고, 100여 개의 간판 작업과 50여 개의 공간 설정을 거쳐 중국 연길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다.
Q.<외계+인 시리즈와 같은 SF 장르는 (타장르와 비교해) 작업 방식이 어떻게 다른가?
SF 장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오로지 시나리오의 상상력만을 가지고 창조해 내야 한다는 점이 (타장르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따라서각 장면을 특수효과나 CG를 통해 효과적으로 구현해야 해, 심도 있는 설루션 회의가 수십 차례 진행된다. ‘가드’나 외계인 등 캐릭터 디자인, 그들이 가지고 있는 소품 디자인, 그들이 살고 있는 특수한 공간, 그들이 액션하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파손…현실적이지 않은 캐릭터들의 동선과 환경을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각 팀이 할 수 있는 작업들로 설루션을 만들어 가는 것이 설루션 회의의기본 작업이다.
Q.<기생충 때는영화에 드러나지 않는 스토리라인까지 만들었다.
시나리오 외적인 공간은 오롯이 미술팀의 상상으로 만들어진다. 물론 그 상상은 예산이라는 제한 안에서 소멸할 수도 있지만, 한 번탄생한 공간은 연출자에게 또 다른 창작가능성을 열어주는 무대가 된다.
기생충에서 주인공'기택'의 반지하 집이 위치한동네의 경우, 일단 서울시에 남아있는 곳들 가운데 역사가 있다 싶은 다세대 주택들을 위주로 로케이션 헌팅(location hunting·시나리오에 맞는 장소를 찾아다니는 것)했다. 또 대학시절 잠깐 머물렀던 반지하 자취방을 떠올리며 구상했다. 당시 내 현실을 한탄하며 생활했던 곳인데, 기생충 때는 그걸 그리고 있더라(웃음).
또 재개발이 시작된 곳(아현동)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 그곳에 있는 오래된 벽돌을 실리콘으로 떠 벽돌을 만들고, 옛날 타일, 문짝, 샷시, 방충망, 유리창, 대문, 연통, 전기줄까지 정말 발품을 팔았다. 미술팀, 세트팀, 제작팀까지 동원해 사정하고 허락받고... 특히 자재 구하는 데만 몇 달이 걸렸다. 그래서 디자인이 어느 정도 돼있는 세트에 (자재를) 하나씩 대입하기 시작하니, 문 크기가 바뀌어 디자인이 수정되는 등 불상사가 생겼다. 근데 그게 전혀 다른 공간을 창조해 내고 있었다. 어찌 보면 그곳에 있는 (실제)집들도 수십 년간 고치고, 보수하면서 본연의 형태를 많이 벗어났다. (세트가 하나씩 완성될 때마다) 점점 디테일이 늘어나고, 공간이 확장되고, 욕심이 생겼다.
여름 촬영 때는 비가 유난히 많이 왔다. 원래 시공 계획은 약 3개월이었는데, 실제 시공 기간은 두 달 조금 안 된다. 지금에야 말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정말 힘든 작업이었다. 게다가 덥고, 습했다. 비 때문에세트에붙였던 타일이다시 떨어지고, 칠도 자꾸벗겨져 계속해서 보수했다. 그런데 돌아보니, 비 때문에 추가된 작업이 오히려 이 동네에 ‘세월의 레이어’를 입힌 일등 공신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또 미술팀끼리 재밌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40가구 가까이 되는 집집마다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 집은 자식들을 분가시키고 혼자 폐품을 주우며 근근이생활하는, 허리가 많이 굽은 할머니의 집. 그래서 집 앞에 유모차와, 가득 쌓인 폐종이들이 있다’ 이런 식으로 디테일하게.
‘해병대를 나와 자부심이 엄청난 전파상’, ‘아이가 많은 다세대 1층 집 새댁’, ‘유튜브를 하는 동네 백수’, ‘동네 이웃들의 근심을 해결해 주는 무당집’, ‘근교에서 떡볶이 장사를 해 창문 옆에 떡볶이 재료 상자가 쌓여있는 집’ 등 이야기를 만들다 보니 연출팀이 인물 설정을 할 때도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영화에 내러티브(서사)가 많이 생겨서 좋았다. 이런 캐릭터가 사는 집이면 어떤 소품들을 세팅하면 되는지, 팀원들 스스로 공간에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애정을 줄 수 있었다. 그렇게 사실성을 지닌 동네가 탄생했고, 작품의 주 무대가 됐다.
![슬롯사이트 꽁머니 기생충 속 한 장면. 서울시 내 역사가 있는 곳, 재개발이 시작된 곳에서 영감을 받아 주인공 ‘기택’이 사는 동네를 구상했다. [사진=네이버슬롯사이트 꽁머니]](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408/41144_32041_723.jpg)
Q.슬롯사이트 꽁머니님께서숨겨놓은 디테일한장치들을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관객의 자의적인 해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매번 모든 공간마다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게끔 작업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시나리오 외적인 상황에 대해 조금 더 집중하다 보면, 그 안에 디테일이 보인다. 그것을 표현했을 때 관객들이 알아봐 주시는 거다. 어떤 해석이든 내가 의도했는지 아닌지 여부가 중요하다기보다, ‘관객들이 집중해서 관람해 주셨구나’ 하는 안도감이 더 큰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열심히 디테일을 넣고 있다. 누군가는 봐주겠지 하는 마음?
Q.작품을 위해 그야말로 ‘손발품’을 팔면서, 세트 하나하나에 얽히고설킨 이야기도많을것 같다.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여름 촬영은 날씨와의 전쟁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 이슈 때문에, 웬만하면 실내 세트를 준비하자고 몇 달 전부터 계획한다. 하지만 여건상 힘든 촬영현장일 경우, 오픈 세트를 짓고 만반의 대비를 한다. 오픈 세트는 짧게는 2주, 길게는 두 달 이상 외부 환경에 노출돼있기 때문에 늘 노심초사하지만, 에피소드가 없을 수가 없다.
<서복 촬영 중 항구 앞에 CG용 그린백을 세웠을 때는, 갑자기 태풍이 왔다. 그래서 태풍이 지나가는 며칠 동안, 미술팀과 매 촬영이 끝날 때마다 (그린백에) 바람구멍을 뚫어놓았다가 촬영 날에 남들보다 일찍 나와 구멍을 다시 메꾸면서무사히 촬영을 마쳤다.
<기생충 때는 오픈 세트가 지어진 지역에 밤사이 태풍이 지나간다는 말에 수다를 떨면서세트를 밤새워 지켰다. 또 다른 때는 뜨거운 여름 햇빛에 오픈 세트의 잔디가 타버려 추가로 잔디를 수급해 교체하고, 말라버린 나뭇잎에 푸르름을 입히기 위해 스프레이를 칠한 적도 있었다.
<외계+인에서는 비가 많이 오던 날 세트팀의 연락을 받고 급하게 달려가 보니, (오픈 세트의) 천장이 무너져 폭포수가 흘러내리더라. 다행히 내부 촬영은 없는 곳이라, 금방 복구하기는 했다. 그날 출근길에 우연히 들었던 노래인 콜드(Colde)의 ‘와르르’를 다시 들을 때마다 그날이 떠오른다. 오픈 세트를 지으면 늘 바람 잘 날 없지만, 그만큼 애틋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슬롯사이트 꽁머니 외계+인 2부의 한 장면. 외계+인 시리즈는 SF 장르인 만큼 각 팀 간의 심도 있는 설루션 회의를 수십 차례 거쳐 제작됐다. [사진=네이버슬롯사이트 꽁머니]](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408/41144_32043_2725.jpg)
Q.초대형 LED 벽에 3D 배경을 띄워놓고, 배우를 앞에 세워 촬영하는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이하 버추얼 스튜디오)’가 빠른 시일 내 업계 전반에 상용화될지, 이것이 프로덕션 디자인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필름 영화 시절에는 현상하기 전까지 누구도 (촬영된) 화면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디지털카메라를 도입하면서 모든 스태프들이 모니터로 화면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지금 널리사용하고 있는‘그린 스크린 스튜디오’에서는 CG 작업이 끝나기 전까지 녹색 화면만 볼 수 있지만, 버추얼 스튜디오는 모든 스태프들이 현장에서 CG 화면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언젠가는 그린 스크린 스튜디오의 일정 부분이 버추얼 스튜디오로 전환될 것이며, 이는 거스르기 힘든 흐름일 것이다. 널리 상용화되는 것은 아마 2~3년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조심스레예상해 본다. 지금도 사용은 할 수 있지만, 많은 제작자와 스태프들이 아직 이것에대해 익숙하지 않다. 이 가운데 기회비용을 다수 소모하기 어려워 (아직까지는) 사용을꺼려 하지만,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프로덕션 디자인 업계에서는 오픈 로케이션, 세트, 그린 스크린에 이어 버추얼 스튜디오라는 새로운 도구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또한 프로덕션 디자인 작업을 통해 도면을 그리고, 공간을 창조한 다음, 3D팀이 (마치 세트를 짓듯이)3D 공간을 만든다.
Q.최근 AI 도입 속도가 빠르다. 이 부분도변수가 될 것 같다.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 AI의 도입이 빠르게 나타날 것이다. 이미 개인의 드로잉을 실시간으로 AI화하는 ‘크리타(Krita)’ 등의 기술이 나왔고, ‘이미지 생성’에서부터 시작된 (AI에 대한) 포커스는 어느 순간부터 ‘비디오 생성’으로 확장되고 있다. 게임 업계는 컨셉드로잉 단계에서 AI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보편화되어가고 있다. 프로덕션 디자인의 ‘프리 프로덕션(pre-production, 촬영 이전에 진행되는 사전 제작 단계)’에서도 AI가많이 쓰이지 않을까 싶다. 또 앞서 말한버추얼 스튜디오에 필요한 3D 환경 제작 과정에서도 AI를 통한 3D 스캔, 3D 생성 작업이 도입된다면 원하는 배경을 순식간에 만들어 시간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Q.마지막으로, 극장 및 영화 업계에 닥친 불황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불황은 시기에 따라 항상 존재해왔다. 우리가 잠시 K-콘텐츠 위상의 흐름을 탔을 뿐이다. 현재 일본 넷플릭스에서 8부작 시리즈를 작업하고 있는데, 일본은 스태프가 부족할 정도로 작품이 많더라. 2~3년 전 우리나라 호황기 때 모습과 같다. (이러한 흐름은) 이제 일본을 거쳐 동남아 지역으로 점차 확대될 것이라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
그렇다면 국내 업계에왜 불황이 찾아왔을까? 좋은 내용의 시나리오와 역량 있는 스태프가 있음에도… 이제는 극장을 찾아가는 것이 ‘선택’이 돼서다. 경기 불황, 물가 상승과 함께 영화 티켓값이 높아지고,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영상물을 접할 수 있는 환경적 변화가 일어났다. 물론 과거 TV가 등장했을 당시 ‘TV가 라디오를 죽였다’는 말이 있었음에도 라디오가 여전히 건재한 것처럼, 미디어가 더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는 가운데 스크린도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소형의 간편한 미디어에서 콘텐츠를 언제든지 볼 수 있는 문화가 완전히 자리 잡은 만큼, 우리는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미디어의 홍수’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것이 영화든, 드라마든 상관없이 작품의 만듦새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그런데 중요한 건 ‘흥행 지점’이 사라지고 시장이 위축되면서 투자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투자가 일어나야 작품을 만들 수 있다. K-콘텐츠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우뚝 선 것은, 투자한 만큼 무조건 성공해서일까? 성공과 실패를 여럿 거치며 단단해졌기 때문이다. 투자가 중요한시기라고 본다.
/ 슬롯사이트 꽁머니 이세연 기자 mvdirector@fortunekorea.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