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완력 앞에서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무기력하다. 하지만 임재원 대표의 고바카라 게임는 한국, 태국의 유통 거인과 잇따라 손잡았다. 단 한 주도 내주지 않고.
고영경 연세대 연구교수, 문상덕 기자mosadu@fortunekorea.co.kr 사진강태훈

●임재원 고바카라 게임 대표싱가포르경영대 졸업, 카이스트 경영공학 석사 취득. 2017년 고바카라 게임를 창업, 2019년 인도에 첫 해외 매장을 냈다. 현재 7개국에서 매장 200여 개를 운영 중이다.
한국의 다윗이 태국의 골리앗과 손잡았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고바카라 게임는 태국 최대 기업집단인 CP그룹(※기업설명은하단 박스참조)으로부터 1000만 달러(약 136억원)를 투자받기로 했다고 지난 6월 발표했다. CP그룹이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은 고바카라 게임가 처음이다.
투자액보다 협업의 내실이 눈에 띈다. CP그룹 유통 계열사 CP올(CP ALL)의 세븐일레븐, 로터스(대형마트) 매장에 고바카라 게임 점포를 연다. CP올은 세븐일레븐의 태국 내 사업권을 갖고 있다. 전국 매장 수는 1만3141개에 달한다(2023년 기준). 또 닭고기 등 식자재부터 점포 인력 수급, 디지털 마케팅, 푸드트럭 제조 등 사업 전 단계에서 협업하기로 했다.
CP그룹과 협상하던 중 GS25와의 협업을 발표하기도 했다. 고바카라 게임는 2024년 연말까지 GS25 매장 1000곳에 고바카라 게임 코너를 만든다고 지난 5월 밝혔다. 고바카라 게임는 GS25 매장에 파베이크 도우(오븐 조리만으로 완성할 수 있는 빵)와 편의점용 특수 오븐 ‘고븐 미니’를 공급한다. 주문 후 5분 내 구운 바카라 게임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고바카라 게임 측의 설명이다.
임재원 고바카라 게임 대표는 “편의점 내 공간을 내주고, 투자도 GS25에서 한다. 단적으로 오븐도 고바카라 게임로부터 구매하는 형태”라며 “이례적인 사업 모델”이라고 설명했다.임 대표는 주요 리테일 유통회사들과 협업하게 된 것을 두고 “변곡점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간 매출 신장보다 (바카라 게임 생산의) 펀더멘털을 만드는 데 투자를 집중해 왔는데, 이 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그는 “올해 5월 기준 첫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올해 전체 매출은 전년보다 50% 이상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Q CP그룹에서 먼저 연락이 왔습니까?
2022년 3분기에 투자사를 통해서 처음 미팅이 잡혔어요. 태국 바카라 게임시장은 ‘바카라 게임컴퍼니’라는 회사가 독점하고 있습니다. CP그룹이 리테일 사업을 잘하지만, F&B 비즈니스는 잘 안됐어요. CP그룹이 이쪽의 니즈가 있고, 또 태국 내 세븐일레븐 브랜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시너지 낼 수 있는 포인트가 많다. 이렇게 파악하고 미팅하러 갔습니다.
아침 8시 미팅이었어요. CP그룹에 벨리니(Bellinee’s)라는 베이커리 브랜드가 있어요. CPRAM(CP그룹의 냉동식품 및 베이커리 제조사) 대표와 벨리니 매장에서 만났습니다. 저희가 매장 오븐으로 바카라 게임를 구워 드리겠다고 했거든요. 처음에는 심드렁해했죠. 그런데 저희 바카라 게임의 파베이크 도우를 먹어 보더니 “우리가 만드는 냉동 제품보다 우수하다, 우리 기술력으로는 만들기 어렵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러면서 고바카라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Q 어떤 기술력일까요?
CP에서 저희에게 시연을 다섯 번을 부탁했어요. 매번 무슨 오븐을 만나게 될지 몰랐어요. 어느 날은 6성급 호텔에서 최고급 화덕으로, 어느 날은 세븐일레븐에 있는 토스트 오븐으로 굽기도 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균일한 맛을 내는 게 저희 과제였고요. 딜이 성사되고 다 같이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CP 측 투자 총괄이 이 점 때문에 투자했다고 말하더군요. 회사의 제품 때문에 투자를 했다는 것이 제겐 뜻깊었습니다. 유통 대기업이 우리를 인정했다, 그러니 고바카라 게임에 성장의 변곡점이 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Q 딜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한다면.
CP ALL에서 한국 고바카라 게임에 1000만 달러를 투자합니다. 그걸 종잣돈으로 고바카라 게임는 태국과 중국에 진출합니다. 태국 고바카라 게임는 한국 법인의 100% 자회사로 설립하고요. 중국 법인은 시간을 두고 설립하려고 합니다.
Q CP그룹이 FI(재무적 투자자)로 만족하는 회사가 아닌걸로 알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태국에 CP ALL과 고바카라 게임가 공동 출자한 조인트벤처를 만들자고 제안해 왔어요. 그런데 저희는 해외 진출할 때 항상 100% 자회사로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저희가 당장 태국에 진출할 생각은 없었거든요. 시장 크기로 보면 인도만큼 매력적인 곳은 아니니까요. 결과적으로 태국에서의 퍼포먼스 마일스톤을 설정하고, 그걸 달성하면 CP측에서 더 많은 도움을 주는 쪽으로 조율을 했습니다. 태국에서는 성과 보증을 가져가고, 저희는 투자를 가져오는 것으로 트레이드를 한 것이죠.
Q 투자 자체도 중요하지만, CP그룹과의 협업이 더 큰 기회일 수 있습니다.
투자 당사자는 CP그룹의 가장 큰 계열사인 CP ALL이에요. 세븐일레븐의 태국 독점 운영권을 갖고 있고, 그 밖에도 많은 리테일 채널을 갖고 있는 회사입니다. 이곳과 직접적인 협업을 하고 있고요. 단적으로 CP ALL 산하 대형마트인 로터스(Lotus)에 고바카라 게임 1호점을 지난해 말에 냈습니다. 딜이 성사되기 전에 먼저 매장을 낸 건데요. 올해 로터스 매장을 10곳 이상 낼 겁니다.
식자재 공급 계열사인 CP푸드를 통해서 치킨을 받고 있어요. 식자재 공급을 계속 늘리려고 하고 있고요. CP RAM과는 현지 공장을 세울 때 협업하려고 합니다.
통신사인 트루 코퍼레이션과는 마케팅 협업을 매니지먼트 레벨에서 논의하고 있어요. 또 전기차 제조사인 CP포톤(CP Foton, 중국 Foton Motors와의 합작사)과 함께 푸드트럭을 만들고 있습니다.
인력 수급에서도 협업하고 있어요. CP ALL 산하에 PIM이라는 직업학교가 있습니다. 한 해 졸업생이 1만 명이에요. 졸업생들은 CP 계열사의 스태프로 일하죠. 고바카라 게임는 현지 메뉴 개발을 PIM 소속 셰프 및 학생들과 같이 했고, 첫 매장의 파트 타임 직원도 PIM 졸업생 중에서 채용했습니다.

Q 전 단계 협업이라는 점에서 한국 기업 중에선 전례가 없는 듯합니다.
그래서 협상에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대신 이너 서클에 들어가고 나서는 상당한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CP그룹 회장님을 직접 뵌 적도 있었습니다.
Q 회장을 직접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요?
‘방콕 트래픽’ 아십니까? 호텔에서 회장님 계신 곳까지 자동차로 20분 거리예요. 그런데 그날 비가 왔어요. 혹시 몰라 2시간 전에 나왔습니다. 그런데 1시간 20분이 지나도록 호텔에서 500m도 못 나갔어요. 그날 회장님에게 저희 바카라 게임를 대접해 드리기로 했거든요.
그래서 트렁크에서 재료가 든 아이스박스를 들고 직원들과 같이 뛰었어요. 로비에 도착하니 비에 홀딱 젖었죠. 다행히 시간을 간신히 맞춰 바카라 게임를 만든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곳 오븐이 별로 좋지 못해서 마음만큼 맛이 나오지는 않았어요. 그게 마음에 걸려서 “이제부터는 우리가 들고 다닐 수 있는 오븐을 만들자”고 이야기했죠.
마침 GS25에 저희 오븐을 들이기로 했는데, 기존 오븐은 너무 커서 못 들어간다고 하더군요. 가로세로 크기가 40㎝보다 작아야 한다는 겁니다. 지난해 12월에 이야기를 듣고 3개월 만에 개발해서 생산까지 들어갔습니다. GS에 주당 60대를 납품하고 있어요. 지난 5월 1일에 첫 오븐을 설치했고요. (들고 다닐 수 있는 오븐이 있어야 하겠다는) 설움이 있었기 때문에 이미 기본적인 설계 아이디어는 있었던 상황이었어요.
Q 기존에 쓰던 오븐의 크기는 어땠나요?
기존 오븐은 ‘컨베이어 오븐’이라고 해서 길이가 1.6m에 폭은 1.1m 정도예요. 동시에 여덟 판을 구울 수 있습니다. 편의점에 들어가는 오븐은 한 번에 한 판을 굽고요.
Q CP, GS와의 협업이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면.
고바카라 게임의 미션은 바카라 게임의 접근성을 높이는 겁니다. 바카라 게임를 더 싸고, 빠르게, 그리고 1인 사이즈로 먹을 수 있게 하자. 집 근처 편의점에서 7000원대에 뜨거운 바카라 게임를 먹을 수 있게 된다면 바카라 게임 시장을 흔들 수 있지 않을까요?
특히 팬데믹 때 매장에 물리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워 지면서 배달 수요가 크게 늘었어요. 접근성을 집 앞으로 가져온 거죠. 그런데 이제 점주와 고객 모두 배달비를 내야 하고, 배달 과정에서 식품 퀄리티는 나빠져요. 편의점으로 바카라 게임가 들어가면 접근성은 유지하면서, 제품은 더 싸고 질 좋게 될 겁니다. 고바카라 게임 모델이 확산하면, 이제 편의점 매장 하나하나가 오프라인 유통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게 돼요. 그들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입니다.
Q 앞서 고비가 있었다면.
2018년 무렵 직원 월급을 못 줄 뻔한 적이 있었어요. 매출이 본격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데 직원은 늘어나고, 고객에게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상품이 완성이 안 된 상태였으니까요. 몇 년간 계속 품질 이슈를 겪다가 2022년 3월 ‘빠삭 도우’를 출시하면서 고객과 투자자 반응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단적으로 그 무렵 CGV 영화관 안에 고바카라 게임가 들어가게 됐어요. 처음으로 유통 대기업이 고바카라 게임 제품을 사주기 시작한 거죠.
대기업에서 ‘저 회사를 무너뜨리는 것보다 인정하는 게 도움이 되겠다’ 생각하게 만드는 것. 그때부터 스타트업은 스케일 업을 할 수 있을 겁니다.
Q ‘푸드테크’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하지만 지칭하는 범위가 너무 넓습니다. 외식기업부터 대체육 개발회사까지 포괄해요. 고바카라 게임의 본질은 푸드입니까, 테크입니까?
푸드 회사예요. 바카라 게임라는 도메인 안에서 바카라 게임의 접근성을 어느 회사보다도 끌어 올리는, 바카라 게임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예요. 접근성 좋은 바카라 게임를 만들기 위해서 여러 종류의 기술이 필요한 것이고요. 그간 기술이 잘 자리 잡았기 때문에 평가가 달라진 것이라고 봐요. 다만 바카라 게임가 잘 자리 잡으면 이 기술을 갖고 다른 음식에 적용할 여유도 생기겠죠. 그때가 되면 고바카라 게임가 여러 음식을 다루는 플랫폼 회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Q 3개월만에 오븐을 개발하고 생산했다는 데서 기술력을 증명하는 듯합니다.
창업한 이후 오븐을 저희가 직접 만들어 왔어요. 오븐을 개발해 오면서 시장에 있는 모든 오븐을 다 분해해 봤습니다. 화덕부터 전기 데크 오븐, 컨백션 오븐, 컨베이어 오븐 등 분해해 보면 사실 오븐의 원리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요. 열원이 있고 그 열원을 이 제품에 어떻게 전달하는지의 문제입니다. 그 원리를 기술진이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오븐을 작게 만들어야 하고, 전기를 적게 쓰고 빠르게 예열해야 한다고 할 때 방법을 적시에 찾을 수 있는 겁니다. 또 공장도 갖고 있으니 바로 시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고요.
Q 기술진은 어떻게 구성됩니까?
영역별로 있어요. 파베이크 도우 공장에는 CJ, SPC 출신의 베이커리 전문가들이 있고, 식품을 개발하는 연구소에는 파파존스 등 출신의 바카라 게임를 잘 아는 분들이 계시고요. 일산 공장에는 기계를 잘 다루는 사람들이 있고, 본사 연구소에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개발 인력은 전체 직원의 15% 정도 됩니다.
Q 파괴적 혁신은 상당히 드물게 나오는 것이고, 점진적 혁신(Incremental innovation)을 해내는 게 중요하죠. 그걸 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존 기술을 계속 개선하는 것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중요해요. 저희가 만드는 도우가 마흔 번 넘게 바꾼 버전입니다.
이렇게 기술 노하우를 축적하고, 다른 기술들과 융합하면서 복제 불가능한 경쟁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조그마한 회사를 CP그룹이 못 따라간다고 이야기하는 게 그런 맥락이겠죠. 마음만 먹으면 물론 따라잡을 겁니다. 하지만 그만한 시간과 인력을 쏟는 것보다 협업하는 것이 낫다는 사업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거죠. 작은 회사는 이런 생존 전략을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기업에서 ‘쟤를 무너뜨리는 것보다 인정하는 게 도움이 되겠다’ 생각하게 만드는 것. 그때부터 스타트업은 스케일 업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한국에 CP그룹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국인이라면 하루에 한 번쯤 이 회사의 생산품을 맛보고 있을지 모른다. CP그룹의 핵심 계열사, CP푸드는 새우와 가금류 생산에서 전 세계 기업 중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CP그룹의 사업 영역은 식자재 생산에 그치지 않는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태국 내 리테일 유통 채널을 갖고 있는 CP올(CP ALL), 통신사인 트루 코퍼레이션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CP그룹의 전체 매출액은 2022년 기준 약 790억 달러로 추산된다(자체 추산). 임직원 수는 43만 명에 달한다.
그룹 매출의 39%는 중국에서 나온다. 1979년 ‘치아타이(Chia Tai)그룹’이란 이름으로 중국에 진출했다. 당시 중국으로선 1호 외국인투자기업이었다. 화교인 CP그룹의 오너 일가는 중국에서사료생산으로 시작, 이후혼다오토바이, 하이네켄 등 글로벌 기업의 중국 내 합작 파트너로 덩치를 키웠다.
고영경 교수는 “CP그룹은 동남아시아와 중국 양 사이드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대표적인 아시아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