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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살 OTA’ 슬롯, 바닥부터 다시 시작한다

Special Interview|존 지젤만 슬롯 대표이사

  • 기사입력 2024.04.12 07:00
  • 최종수정 2024.04.12 13:18
  • 기자명김나윤 기자

존 지젤만 슬롯 대표이사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한국 시장은 새로운 여행 기술의 글로벌 영향력이나 서비스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라며 한국 투자를 통해 플랫폼 재도약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김나윤 기자 abc123@fortunekorea.co.kr 사진 강태훈

존 지젤만 익스피디아 대표이사는 슬롯와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어 콘텐츠 등 올해 말쯤 한국인 여행객에게 특화된 여행 상품을 제공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강태훈]
존 지젤만 익스피디아 대표이사는 슬롯와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어 콘텐츠 등올해 말쯤 한국인 여행객에게 특화된 여행 상품을 제공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강태훈]

"슬롯그룹은 기술 기반의 리플랫폼을 통해 이젠 한국에서도 최대 플레이어가 될 것이다."

최근 처음으로 방한한 존 지젤만 슬롯 브랜드 대표이사가 한국 시장에서의 전폭적인 기술 투자 확대를 밝히며 한 말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국의 인바운드·아웃바운드 여행 수요가 증가하자 한국 시장에서 영역 확장의 필요성이 커지면서다.

지난 2월 익스피디아그룹의 온라인 여행사(OTA) 브랜드인 호텔스닷컴이 한국 진출 20주년을 맞이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을 찾은 지 젤만 대표이사는 슬롯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테크 기업으로서의 포지셔닝’을 강조했다. 그간의 여행 중개자 역할을 넘어 이용자들에게 여행지를 직접 제시하고 여행 과정을 직접 맞춤으로 설계해 준다는 ‘여행 예측’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슬롯그룹의 한국 내 성장세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소비자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국내 OTA 이용 경험률 조사 결과 호텔스닷컴은 6%로 전년보다 3%P 감소해 6위를 차지했다. 야놀자와 네이버가 각각 1위(22.9%), 2위(19.0%)를 차지했다. 국내 로컬 OTA의 높은 기세 탓에 시장 점유율 하위권에 머물며 좀처럼 고전을 면치 못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지젤만 대표이사 는 “아웃바운드 슬롯객들에게 한국어 중심의 슬롯 콘텐츠를 확대하고 곧 선보일 통합 멤버십 등을 통해 우리 앱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존 지젤만 슬롯 브랜드 대표이사가 호텔스닷컴 코리아 20주년을 기념해 한국을 찾아 기자간담회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슬롯그룹]
지난 2월 존 지젤만 슬롯 브랜드 대표이사가 호텔스닷컴 코리아 20주년을 기념해 한국을 찾아 기자간담회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슬롯그룹]

Q 지난 20년간 한국 시장은 호텔스닷컴, 나아가 슬롯그룹에게 어떤 의미였나.

슬롯 관광 산업에서 한국은 정말로 중요한 국가로 꼽힌다. 한국인만큼이나 슬롯에 열광하고 슬롯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관광객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시장은 새로운 슬롯 기술의 글로벌 영향력이나 서비스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슬롯그룹은 코로나 팬데믹 후 재정비의 시간을 갖고 있는데, 특히 올해부터는 한국 서비스에도 전폭적인 기술 투자를 지원해 비즈니스 혁신을 이뤄내려 한다.

Q 코로나19 이후 슬롯 산업이 빠르게 회복하는 분위기인데 굳이 서비스 재구축을 하는 이유는.

27년 전 웹 기반으로 시작한 슬롯는 여행 서비스 중개를 통해 수익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이젠 ‘과거형’에 머물러 있단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 아닌가. 현대화에 맞춰 모바일 중심의 미래 기술 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이 구성원들 사이에서 팽배하다. AI기술 도입과 개인 맞춤화 기능 등 최근 3~4년 동안 기초 단계부터 기술 중심의 리브랜딩에 집중하고 있다.

Q 그래서 지금까지 이뤄낸 기술 변화가 있다면.

크게 네 가지 측면을 개선해 서비스의 편리성을 높였다. 첫 번째는 ‘가격 추적’ 기능이다. 항공권과 숙소의 가격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가격 변동이 있을 때 이용자에게 그 정보값을 제공하려 한다. 두 번째는 ‘스마트 쇼핑’이다. 호텔마다 서비스와 편의시설이 제각기 다르다 보니 동일 선상에서 호텔들을 비교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슬롯는 최대 다섯 개의 호텔을 나란히 비교할 수 있도록 서비스 개편을 이뤄냈다.

가족이나 친구 등 여러 사람끼리 동시에 슬롯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슬롯 플래너’와 슬롯 코스를 대신 마련해 주는 ‘슬롯 가이드’ 등을 함께 경험해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우리 브랜드가 수십 년간 숙소, 항공편 그리고 이용자의 선호도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예측 기능들이다.

Q 한국에서 제일 먼저 선보이는 서비스도 있나.

구체적으로 언급하긴 조심스럽지만 올해 말쯤 한국인 슬롯객에게 특화된 슬롯 상품을 제공하려고 준비 중이다. 언어적으로 보면 세계 각국에서 공급하고 있는 슬롯 콘텐츠를 일일이 한국어로 번역해 제공하는 게 쉽지 않다. 거기에 추가적으로 개인 맞춤화로 제공되는 각종 프로모션, 특정 기능까지 고려한다면 한국인 슬롯객을 위한 온전한 슬롯 서비스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래서 ChatGPT는 물론이고 크고 작은 AI기술 기업과 협업해 한국인 슬롯객을 위한 슬롯 콘텐츠를 선보이려 한다.

Q OTA 업계뿐 아니라 많은 플랫폼 기업들이 기술 투자에 있어서 경쟁적인 모습이다. 뉴테크 도입이 슬롯에게 '무기'가 될 수 있을까.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얼마만큼 기술 혁신을 빨리 이뤄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 특히 우리는 단 하나의 AI모델만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용자 개개인에게 맞춤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여러 가지 모델의 AI를 도입하는 게 필수다. 과거엔 하나의 기술로 얻은 평균값 상품을 많은 고객들에게 추천해오지 않았나. 이제는 일대일 형식의 핀포인트 상품을 공급하려 한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우리 기업이 아마존이 소유하고 있는 상품 수보다 훨씬 많은 상품 번호를 갖는다는 점이다. 그만큼 슬롯에 있어서 출발부터 도착까지의 과정에서 많은 경우의 수가 있고 그 수많은 시나리오 중 하나를 고객에게 얼마만큼 민첩하게 제공하는지가 슬롯의 만족도를 좌우한다.

Q 그렇다면 앞으로 슬롯그룹의 브랜드를 테크 기업으로 바라봐야 하나.

두 가지 모두로 봐주면 좋겠다. ‘슬롯 중개 서비스’가 지금까지 우리 기업이 해왔던 가장 큰 업무였다면, 이제부터는 기술 기반의 플랫폼 기업으로 포지셔닝하는 게 우리의 다음 목표다. 그래서 최근 기술자 중심의 인재 확보에도 무척 애쓰고 있다. 나만 하더라도 전 직장이 애플이었고 나와 함께 일하는 또 다른 동료는 구글 엔지니어 출신이다.

슬롯

슬롯그룹은 2001년 호텔스닷컴 인수를 시작으로 2012년 트리바고, 2015년 오비츠 등 글로벌 OTA 브랜드를 차례로 인수하며 이른바 전 세계 OTA 승자독식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주력이었던 해외여행 상품에서 국내 여행 포트폴리오까지 한층 강화하며 더욱 성장 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슬롯그룹이 호텔과 항공, 관광지 등 오프라인 산업과 협력을 긴밀하게 쌓는 동안 온라인 기반의 변화와 혁신은 좀처럼 더뎠다. 지젤만 대표이사가 ‘기술 중심 리브랜딩’과 ‘온라인 콘텐츠 강화’를 내세운 가장 큰 이유다.

Q 한국 시장에서의 야놀자 점유율과 비교해 슬롯그룹의 국내 선점이 저조한 게 현실이다. 이를 타개할 전략이 있다면.

우리는 전 세계 500개 항공사, 6만 개의 글로벌 호텔 파트너 그리고 300만 개 이상의 숙박 시설과 업무 제휴를 맺고 있다. OTA 업계에서 가장 방대한 여행 콘텐츠 공급이 가능하단 뜻이다. 또 호텔 중심의 단거리 여행을 갈 땐 호텔스닷컴, 장거리 노선 여행을 갈 땐 슬롯를 이용하는 등 각 여행 콘셉트에 적합한 플랫폼도 다양하게 갖고 있고.

다만 서구권에 비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현재 다소 아쉬운 영향력을 보이고 있으나 앞서 언급했듯이 올해를 기점으로 집중적인 기술 투자를 통해 한국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것이다.

Q 시선을 옮겨보자. 야놀자는 한국이 아닌 글로벌 시장에선 아직 성과가 미미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냉정한 평가다. 반면 슬롯의 경우 로컬 플랫폼에서 출발해 글로벌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진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무엇이 슬롯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웠나.

기술이야말로 우리가 세운 목표를 향해 가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핵심 요소라고 생각한다. 한 때 슬롯그룹이 전 세계에서 20개가 넘는 OTA 브랜드를 보유했던 적이 있다. 이른바 ‘하우스 오브 브랜드’ 전략이었다. 그러다가 기술 스택(stack)을 통해 이 모든 브랜드의 서비스를 통합하며 좋은 여행 상품들을 단기간 내 전방위적으로 공급하게 됐고.

현재 슬롯그룹은 이전보다 적은 수의 브랜드를 계열사로 갖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에서 새롭게 선보인 통합 멤버십 프로그램 ‘원키’를 통해서 전 세계 이용자들을 여전히 슬롯그룹 생태계 내에 머물게 하고 있다.

Q 일각에선 각국의 규제 정책이 관련 플랫폼 기업의 성장을 좌우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플랫폼 산업에 대한 규제의 움직임이 적지 않나.

오히려 우리는 각 나라의 규제 강화를 선호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OTA 업계에서 ‘선배’ 기업이지 않나. 주요 국가와의 산업 협력을 어떻게 맺는지에 따라 OTA 업계의 전반적인 흐름 양상이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무조건 규제를 느슨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제각기 다른 규제들에 기업을 맞출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때론 기업이 정부 당국에게 솔루션을 제안할 수도 있고. 규제를 핑계로 기업이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까지 손 놓고만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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