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W의 ‘위험한 파업’
한 달 넘게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파업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UAW 파업은 예년과 다른 양상이다. 노조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인 ‘기업 노조주의’에서 벗어나 있다.
노조는 전기차 전환으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노조원들을 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임금인상 보다 전기차 전환 정책 폐기 등 정치적 요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노사간 협상 타결이 어려운 이유다.
UAW는 GM과 포드, 스텔란티스 등 디트로이트 3사 가운데 포드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숀 페인 UAW 회장은 지난 11일 포드 최대 공장으로 가장 생산성이 높은 켄터키 트럭 공장의 파업을 지시했다. 포드의 심장을 찌른 것이다.
포드는 켄터키 공장 파업으로 매주 1억 5000만 달러(약 2025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공급망이 무너질 수도 있다.
포드는 처음에 내 놓았던 임금 인상 금액을 2배로 올리는 등 마지막 카드까지 꺼냈다. 하지만 협상 타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UAW는 파업전선을 GM과 스텔란티스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제는 정치권에서 UAW 파업을 이용하기 위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UAW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래 전기차가 미국에서 생산되는 만큼 양질의 노조 일자리가 보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27일 열릴 공화당 경선 후보 예비토론에 참석하지 않고, 전•현직 노조원을 대상으로 하는 연설에 나설 계획이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UAW의 파업을 지지하며, 노조가 전기차를 장려하는 바이든 행정부 정책에 대해 정당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노조 측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정치권의 ‘아전인수’와 무관하게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전기차 전환 정책은 진행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력조정이 불가피한 것도 사실이다.
산업의 인위적 역진화는 불가능하다. 산업혁명의 발상지로 세계 조선산업의 중심지였던 영국에서 1970년대 들어 조선산업이 급격히 쇠락한 것도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블록건조’라는 신기술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UAW가 정치권의 지지를 등에 업고 전기차 전환 시기를 늦출 수는 있겠지만, 결코 막을 수는 없다. 그 과정에서 미국의 전기차 산업 기반이 무너질 경우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전기차 산업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UAW는 ‘위험한 파업’을 즉각 멈추어야 한다.
/ 슬롯사이트 소닉 메이저 채수종 기자 bell@fortunekore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