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인'과 '상어'
‘상어’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헤엄을 친다. 대부분의 상어가 헤엄을 치지 않으면 숨을 쉬지 못해 죽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어는 잠을 자면서도 헤엄을 친다.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고단한 일생이다.

기업인들도 마찬가지다. ‘쉼’이란 없다. 쉬지 않고 움직여야 기업이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오너들을 부러워하지만, 상어와 같이 피곤한 자리이다.
이제 6일간의 추석 황금 연휴가 시작된다. 상어하고 거리가 먼 많은 물고기(직장인)들은 연휴생각에입꼬리가 올라간다. 직장인들은 2023년 달력을 열어 본 연초부터 추석을 손꼽아 왔다.
연휴는 길고, 할 일은 많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는 이미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긴 연휴 계획을 짜기에 바쁘다. 휴일이 길수록 갈 곳도, 할 일도 많다. 연휴기간 이동 인구가 4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민족의 최대 명절답다.
하지만 경제를 살펴보면 마냥 즐거워할 수 만은 없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조짐에 중국의 경기부진, 유가 상승 등 글로벌 경제에 악재가 쌓여 간다.
우리 경제는 내수, 수출, 투자 모두 2022년 7월부터 16개월 연속 동반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이 같은 부진은 2021년 2월 이후 처음이다.
더 큰 문제는 상당기간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긴 추석연휴는 또다른 ‘악재’일 뿐이다. 정부는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해 샌드위치 데이였던, 10월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하지만 일하는 날만 줄었지, 내수 진작에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26일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90.6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BSI전망치는 지난해 4월부터 19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밑돌고 있다. 100 아래는 기업들이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대표적인 내수 업종인 여가, 숙박, 외식과 도소매가 지난 2월 이후 8개월 만에 동반부진 상태이다.
추석 황금연휴에도 불구하고 경제 최전선에 서 있는 기업인들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이는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빅4 그룹 총수들의 발걸음에서 또렷하게 읽을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에게 이번 추석연휴는 없다.
이들은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긴급 경영진단 및 전략 마련에 나선다.
이재용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은 연휴 기간 해외로 발길을 돌린다. 이 부회장은 해외 반도체 공장 등 사업장을 찾아 경영현안을 진단하고,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만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10월에 열리는 ‘CEO세미나’ 준비 등 경영현안을 점검한 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2030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위한 막바지 지원에 나선다.
정의선 회장은 준중형 전기스포츠유틸리티(SUV)인 기아 EV5 출시 등 전기차의 하반기 해외시장 동향을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또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구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회장은 추석 연휴를 앞둔 26일 계열사 최고경영자, 사업본부장 등 30명이 참여하는 ‘LG 사장단 워크숍’을 열어 중장기 경영전략을 논의했다. 또 10월 하순부터 한 달간 계열사별 하반기 사업보고회를 통해 올해 경영 실적과 내년 사업계획 및 목표를 점검한다.
'기업인'은 '상어'다.
/ 바카라 보너스 기준 채수종 기자 bell@fortunekorea.co.kr